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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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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같은 지역 출신이고 하니까 디스는 자제하라고 충고들 하십니다. 한 마디만 드리자면 당신을 외무부 장관 시키고 UN 사무총장까지 하는 데 노무현 대통령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그 이후 반기문 총장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온 국민들이 함께 조문을 하는데도 안 오셨거든요. 나중에 조용히 혼자 다녀가셨다고 그러던데, 한 1년 지나서. 신의 없는 일입니다. 정치인으로 어떤 업적과 비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충청도는 신의 있는 지역입니다."

지난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발언이다. 안 도지사는 반기문 사무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제 얘기만 하겠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반 총장이 조용히 조문한 것에 대해 "신의 없는 일"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헌신적 노력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언짢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하필 이날, <머니투데이>가 '반기문은 친박계보다 노무현에 가깝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반 총장의 45년지기라고 알려진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반사모 회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그런 인연으로 따지면 노무현 대통령 때 장관 임명 됐고 유엔 사무총장을 만들어준 거나 마찬가지니 노 대통령과 더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이 "반 총장이 귀국 이후 김대중·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을 예방하고 전직 대통령들의 국립묘지 묘역을 참배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탄핵정국을 맞아 조기대선이 현실화되면서 반 총장 측도 잰걸음을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상황이 흥미롭게 돌아간다. 박근혜 대통령의 우산 아래 있는 것으로 보였던 반 총장이 분명하게 선 긋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해당 기사에 나온 반 총장 측근들의 발언을 정리하자면 이쯤되지 않을까.

'반 총장은 새누리당이나 기존 정당으로는 안 나온다. 신당을 창당할 것이다. 친박(새누리당 내 친박근혜) 쪽에서 구애했을 뿐 애초에 친박 쪽 인사가 아니었다. 반 총장은 정당생활을 해본 일도 없고 정당하고는 아무 관계없이 인생을 살아왔다. 아무 정당과도 깊은 인연이 없으며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운 분이다.'

반기문, "친박보다 노무현과 가깝다?"

‘대선주자 반기문’ 띄운 TV조선(11/23)
 ‘대선주자 반기문’ 띄운 TV조선(11/23)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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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7일 현지시간)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에 반하는 성명을 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 총장은 "어느 누구도 저를 대신해 발언하거나 행동한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또 반 총장은 "최근 한국에서 일부 단체나 개인들이 마치 저를 대신해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발언하거나 행동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보도되고 있다"면서 "이들 누구와도 전혀 관계가 없"으며 "최근 누차 밝힌 바와 같이 임기가 끝나는 연말까지 총장직 수행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7주째 타오른 촛불 민심, 그리고 내일(9일) 탄핵안 표결로 이어지는 급박한 정국 속에 '대선 주자'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떨어지거나 답보 상태를 거듭하는 중이다. 반 총장의 속내는 측근들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또 한 측근은 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대선출마 가능성은) 거의 100%"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제3지대론이 솔솔 피어오르는 가운데 야권 지지층을 기반으로 '반기문 반대' 여론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정리해 봤다. '반기문 대통령'을 반대하는 여론이 창궐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첫째, 반기문은 '제2의 박근혜'?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 6일 오전(미국 현지시각) 유엔본부를 방문, 반기문 사무총장을 접견, 악수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 6일 오전(미국 현지시각) 유엔본부를 방문, 반기문 사무총장을 접견,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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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 어떤 업적과 비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안희정 도시자의 말마따나, 그의 업적과 비전에 의구심을 제시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반기문은 제2의 박근혜다'란 수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박정희 후광 효과'의 수혜자라면, 반기문 총장에게는 'UN 사무총장 후광 효과'만이 존재할 뿐이다. 국내 정치에 대해 검증도, 입증도 되지 않았다. 반 총장의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과 소신에 대한 여론의 불신은 '기름장어'나 '우려 반기문'이란 별명을 통해 드러난다.

둘째, '위안부 합의 축하' 발언으로 본 반기문의 역사 인식

"한일 양국이 24년간 어려운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 한다."

2016년 벽두, 청와대가 밝힌 반 총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인사 전화 내용이다. 반 총장의 이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단지 대통령 직위를 위해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축하한 것인지, 박 대통령과 다를 바 없이 '친일'을 뿌리로 삼고 있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반 총장의 인식이 어떠한지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국민들은 청산하지 않은 역사의 괴물들이 출몰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갉아 먹는 재앙을 충분히 경험했다.

셋째, 박근혜 이어 국제적 망신을 산 UN 사무총장인데...

MBN이 보도한 외신들의 반기문 사무총장 반응
 MBN이 보도한 외신들의 반기문 사무총장 반응
ⓒ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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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무총장은 실패한 리더이자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다."(2016년 영국 이코노미스트)
"UN의 투명인간(Invisible Man)."(2009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UN의 영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킨 인물."(2010년 영국 가디언)
"반기문은 미국의 푸들." (2014년 미국 폴리티코 매거진)

대략 찾아 본 것만 이 정도다. 일부 국내 매체는 반기문 총장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고 하지만, 최소한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아니, 적대적이고 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적 망신을 산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하나로 충분하다.

반기문 사무총장 체제의 유엔은 "허우적거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반 총장은 한국 정치에 일말의 경험도 없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어울리는지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넷째, 올드하고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2017년 체제에 적합할까

다음 대선은 분명 '촛불 민심'을 비롯해 청년과 젊은 층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부를 통해 '노인들을 위한 나라'에서 비롯된 '헬조선'을 충분히 경험했다. 충청도라는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그 스스로도 1944년생인 이 '올드'한 대통령 후보가 2017년의 시대정신을 충분히 구현하리라 예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살아 있는 사람의 동상을 만드는 경우 독재자일 때 뿐이다. 내가 살아 있는데 내 동상을 만들면 빨리 부숴야 한다."

지난 6월, JTBC <썰전>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가 당시 반기문 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반기문 동상'이 세워진다는 사실에 반대하며 내뱉은 말이다. 그러나 충북 음성엔 이미 '반기문 생가 마을'이 조성됐고, '반기문 기념관'까지 세워졌다. 소름이 끼친다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게 '올드'하고 '검증'되지 않은 반기문 총장을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만들어 줄 필요성이 있을까.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세계 여러 이슈를 예측하는 'The World in' 섹션에서 반 총장을 두고 "젊은층과 386세대의 표를 확보할 수 있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8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18.2%를 기록한 반 총장의 20대 지지율은 5.4%에 그쳤고, 386으로 대변되는 진보층도 8.6%를 기록하며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촛불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현 정국에 반기문 사무총장을 향한 여론이 또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도록 하자.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이 맞아 떨어지는지 말이다.   


태그:#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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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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