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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이 특별히 이번에는 해외로 출근했습니다. 11월 18일 부터 21일까지 3박 4일간 공간 조성을 통해 지역 재생 및 활성화를 도모하는 일본의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둘러봤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며 느낀 일본 혁신 공간의 이야기와 철학을 전합니다. - 기자말

일본 공간탐방 루트
▲ 지도1 일본 공간탐방 루트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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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낡은 공간에서 활력을 발견하다 -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

꽉 찬 일정을 위한 이른 비행기로 비몽사몽 출발해 도쿄까지 2시간 남짓. 3박 4일간의 탐방은 사람을 모으고 지역에 활기를 되찾게 하는 일본의 다양한 혁신 공간 사례와 그 운영자들의 철학을 엿보기 위해 떠난 일정이었다. 서울보다 한결 따뜻한 공기에 익숙해질 시간도 없이 열차를 타고 도쿄 남쪽의 요코하마로 향했다.

요코하마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쯤 되는 항구도시로 아름다운 바닷가의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화려한 도심에서 전철로 불과 세 정거장 떨어진 곳에 옛날부터 항구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들의 거주지였던 고토부키쵸가 있다. 역에서 조금 걸어 나가면 오늘의 숙소인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를 만나게 된다. 마중 나온 디렉터 오카베상과 함께 고토부키쵸를 걸었다.

도심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는 젊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만큼 유난히 노인들이 많았다.
▲ 거리풍경1 도심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는 젊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만큼 유난히 노인들이 많았다.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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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거리 곳곳에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의 프론트와 호스텔이 있는 건물이 위치해 있다.
▲ 거리풍경2 이 거리 곳곳에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의 프론트와 호스텔이 있는 건물이 위치해 있다.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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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떠난 거리에는 노인들만 남았다. 소외계층이 사는 곳,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낙인찍혀 외부 사람들은 거의 드나들지 않았다. 노인들도 사용하지 않아 고층부에 위치한 방들이 고스란히 빈 방으로 남았다.

오카베상이 이 방들을 호스텔로 개조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 그래서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는 말 그대로 마치 마을처럼 여러 건물로 나뉜 호스텔을 뜻한다. 본부격인 프론트는 숙박객을 맞이하는 역할은 물론 마을주민들이 종종 들러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 되었다. 이제 호스텔은 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 제공을 넘어 쇠락한 고토부키쵸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론트 건너편 건물 ‘하야시 카이칸’. 1, 2층은 주민들이 살고 있어 곳곳에 정숙 표시가 붙어있다.
▲ 하야시 카이칸 프론트 건너편 건물 ‘하야시 카이칸’. 1, 2층은 주민들이 살고 있어 곳곳에 정숙 표시가 붙어있다.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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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가 깔린 아주 작은 객실이 4, 5층의 긴 복도 양쪽으로 방이 줄지어 있다.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 부엌도 마련되어 있다.
▲ 실내모습 다다미가 깔린 아주 작은 객실이 4, 5층의 긴 복도 양쪽으로 방이 줄지어 있다.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 부엌도 마련되어 있다.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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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베상과 함께 그가 관여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 공간을 탐방하는 것이 첫날의 주요 일정이었다. 오카베상이 대표로 있는 고토랩(Koto-lab)은 마을을 활성화시키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꾸려 온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의 성공적인 안착에 이어 이제는 활력이 필요한 여러 지역과 공간에 그간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오카베상을 따라나선 곳은 요코하마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 부촌 중심에 자리 잡은 쉐어하우스로 들어섰다. 오래된 다세대 주택을 개조한 이 쉐어하우스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거주하고 있다. 1층에는 카페가 있는데, 이 카페는 매일매일 운영자와 메뉴가 바뀐다.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지만 공간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하루씩 맡아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다. 카페는 5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이후에는 쉐어하우스의 공용공간으로 사용한다.

오카베상이 관여하고 있는 쉐어하우스의 전경. 매일 바뀌는 카페 주인 소개와 메뉴판도 보인다.
▲ 쉐어하우스 외부전경 오카베상이 관여하고 있는 쉐어하우스의 전경. 매일 바뀌는 카페 주인 소개와 메뉴판도 보인다.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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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입주자중 요가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 여성이 손님을 맞이했다.
▲ 쉐어하우스 실내 이 날은 입주자중 요가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 여성이 손님을 맞이했다.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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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도 매력적이다. 외국 유학생과 지역 아이들이 함께하는 '카사코'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는 지어진 지 65년 된 오래된 건물을 2년 동안 리모델링해 올해 봄 오픈했다. 1층은 커뮤니티 공간, 2층은 숙박 공간으로 사용하는 그리 넓지 않은 건물을 낮 시간이면 아이들이 점령한다. 유학생 숙박객이 직접 진행하는 방과후 수업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서다. 어린이 공간이라고 하면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칠해진 장면을 생각하게 되지만 오히려 오래된 구조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멋스럽다.

카사코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 시간표. 일부 프로그램은 이곳에 숙박하는 유학생이 직접 진행한다. 설명을 듣고 있는 중에도 아이들이 지나가며 손을 흔들곤 했다.
▲ 방과수업표 카사코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 시간표. 일부 프로그램은 이곳에 숙박하는 유학생이 직접 진행한다. 설명을 듣고 있는 중에도 아이들이 지나가며 손을 흔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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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된 건물의 오래된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공간에는 낡은 나무 냄새가 났다.
▲ 실내모습2 65년 된 건물의 오래된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공간에는 낡은 나무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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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찾지 않아도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낡은 건물들. 자연스레 길가의 허름한 폐가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옮기던 오카베상을 보며 오래된 공간에 대한 애정과 그 공간에 담긴 기억을 잊지 않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만난 운영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분명 공간의 지속을 위한 꼼꼼하고 세심한 고민이 있었다. 긴 시간동안 차근차근 쌓아 온 고민의 나이테가 느껴지는, 요코하마의 혁신 공간은 그런 공간들이었다.

요코하마호스텔빌리지 http://yokohama.hostelvillage.com/ 
3 Chome-11-2 Matsukagechō, Naka-ku, Yokohama-shi, Kanagawa-ken 231-0025 

→ 일용직 노동자의 거리 요코하마 고토부키쵸의 간이숙박소를 새로운 숙박시설로 바꿔 마을에 새로운 매력을 만들고, 거리를 활기차게 하는 호스텔입니다.

[둘째 날] 94만 명이 모여드는 일본에서 가장 비싼 공터 - 오갈 프로젝트

호스텔 프론트도 열지 않은 이른 아침. 새벽부터 내린 비가 아침까지 이어졌지만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고토부키쵸에서 요코하마역으로, 요코하마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도쿄를 지나 북쪽의 모리오카로, 모리오카역에서 다시 시와쵸('쵸'는 행정구역 명칭으로 우리나라의 '동'에 해당한다)로. 이렇게 멀리 떠나온 이유는 일본 내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간인 '오갈 프로젝트'(OGAL Project)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오갈 프로젝트 부지 인근의 기차역은 ‘시와츄오’라는 이름의 작은 무인역이다.
▲ 시와츄오 무인역1 오갈 프로젝트 부지 인근의 기차역은 ‘시와츄오’라는 이름의 작은 무인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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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대부분 논밭과 전원주택이다. 역 너머로 오갈 프로젝트의 부지가 보인다.
▲ 시와츄오역2 주변은 대부분 논밭과 전원주택이다. 역 너머로 오갈 프로젝트의 부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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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돈된 부지의 중앙에 잔디 구릉이 있고, 양 옆으로 긴 형태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 오갈베이스1 깔끔하게 정돈된 부지의 중앙에 잔디 구릉이 있고, 양 옆으로 긴 형태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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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오갈 베이스에는 배구 전용 체육관과 연수 숙박 시설이 있다.
▲ 오갈베이스2 사진에 보이는 오갈 베이스에는 배구 전용 체육관과 연수 숙박 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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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베드타운인 시와쵸에는 인프라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낡은 청사는 시급한 문제였고 지역엔 도서관도 없었다. 28억여 원을 들여 산 부지에 건물을 지으려 했지만 시공 자금은 없었다. 넓은 공터에 풀이 자라면 풀을 베고 눈이 오면 눈을 쌓아두며 10년이 지났다.

시와쵸는 이 공터를 통해 마을을 다시 부흥시킬 계획을 세웠다. 조성에만 공을 들이고 지속적인 운영을 고려하지 않는 기존의 개발 계획은 필패라고 생각한 몇몇의 키맨들이 공민연계, 우리나라로 치면 적극적인 민·관 협력 방식을 제안했다. 연계 사업을 할 40개의 기업들을 모았다. 지역 내 기업들과 시와쵸가 공동으로 출자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오갈 시와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곧 지역 신문에는 '최악의 개발'이라는 헤드라인이 적혔다. 공민연계라는 방식이 익숙지 않았던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100회에 달하는 주민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이 직접 공간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워크숍도 운영했다. 서툰 그림과 입말로 제안한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유수의 전문가들이 모형으로 만들어 보여주고 운영 계획에도 반영했다.

오갈프라자 내 도서관은 이 지역에 처음으로 생긴 도서관이다. 로비에서부터 진입하는 동선을 고려해 조성했다고. 벼룩시장, 강연 등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로비 옆 공간을 지나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으로 들어서게 된다.
▲ 도서관1 오갈프라자 내 도서관은 이 지역에 처음으로 생긴 도서관이다. 로비에서부터 진입하는 동선을 고려해 조성했다고. 벼룩시장, 강연 등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로비 옆 공간을 지나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으로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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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기업가가 추천하는 책 코너, 지역 농부들을 위한 농업 관련 도서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 도서관2 지역의 기업가가 추천하는 책 코너, 지역 농부들을 위한 농업 관련 도서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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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베이스와 오갈 프라자 사이에 위치한 잔디 광장은 활발하게 유료 대관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주로 바비큐, 캠핑 장소로 인기가 많은데,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오갈프라자에 입점해 있는 지역 농산물 매장인 오갈마르쉐에서 먹거리를 소비한다.
▲ 잔디광장 오갈베이스와 오갈 프라자 사이에 위치한 잔디 광장은 활발하게 유료 대관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주로 바비큐, 캠핑 장소로 인기가 많은데,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오갈프라자에 입점해 있는 지역 농산물 매장인 오갈마르쉐에서 먹거리를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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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쵸 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운 목조 신청사, 우드펠릿을 태워 부지 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 스테이션, 지역 농산물 판매장과 레스토랑, 어린이 보육시설. 넓은 부지에 없는 것이 없다. 한쪽에는 주택 부지도 마련되어 있다. 오갈 프로젝트에서 운영하는 에코하우스 강좌를 수강해야만 구입할 수 있는 땅이다. 실제 주택 건축 시에도 단열재를 두껍게 쓰는 등 에코하우스로 지어야 한다. 시공은 지역 기업이 맡는다. 건축비의 70%는 지역의 부로 남는다.

2017년이면 조성에 집중한 지 10년 차가 되는 오갈 프로젝트의 방문객은 지난해 94만 명을 기록했다. 오후 4시만 돼도 주변이 새카맣게 어두워지는 벽지에서 이 정도면 놀랄만한 숫자다. 일요일 저녁이긴 했지만 어디서 이렇게들 찾아와 공간을 채우는지 식당마다 성황이던 모습이 생경했다. 자신을 공무원이자 NPO활동가라고 소개하던 가마다상이 말했다.

"내년에는 베이커리, 헬스장, 아웃도어 쇼핑몰, 교육 서포트 센터 등으로 구성된 오갈 센터와 보육원까지 초기 계획했던 단지의 모습을 갖추게 돼요. 전부가 모이는 내년이 오갈의 진짜 시작이라 할 수 있죠."

마을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은 지역 기업들, 부정적인 의견에도 지치지 않고 긴 호흡으로 함께 한 발짝씩 떼어 나가는 모습이 자못 부러우면서도 어색했던 것은 우리에겐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빨리빨리 진행해야 하는 풍경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겠다. 최근 운영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우려보다 기대가 앞섰던 것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함께 만들어갈 모습을 떠오른 까닭이다.

오갈프로젝트 http://ogal-shiwa.com/
2 Chome-3-3 Shiwachūō Ekimae, Shiwa-chō, Shiwa-gun, Iwate-ken 028-3318

→ 이와테현 시와쵸의 도시 재개발을 통한 마을만들기 사례로, 공민 연계 방식에 의한 공공 시설 정비와 경제 개발을 통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셋째 날] '틈'을 기획한다 - 시모키타자와 케이지

3일째에는 도쿄의 뜨는 동네 시모키타자와로 향했다. 주점과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하늘 위로 고가가 가로지르고, 이따금 전철이 지나는 소리가 요란하다. 거리마다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이곳에서 올 여름, 고가 아래를 무대로 한 3년 한정의 특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거리를 거닐다 왼편을 쳐다보면 서있는 거대한 새장, '시모키타자와 케이지'가 그곳이다.

사각형의 철망으로 된 구조물 안쪽에 조명, 서로 다른 모양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 시모키타자와 케이지1 사각형의 철망으로 된 구조물 안쪽에 조명, 서로 다른 모양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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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에는 푸드트럭이, 옆면에는 컨테이너로 된 식당의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 시모키타자와2 앞쪽에는 푸드트럭이, 옆면에는 컨테이너로 된 식당의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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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상가 건물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마주치게 되는 이 의외의 공간을 기획한 사람은 '주식회사 스피크(SPEAC)'의 대표인 하야시상. 공간을 보자마자 새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하야시상은 기존 부동산과는 다르게 지역의 특별하고 가치 있는 공간을 중개하는 '도쿄R부동산'사례로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케이지 앞에서 잠시 동안 하야시상과 시모키타자와 케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철도회사 게이오 전철의 사유지 위에 조성된 시모키타자와 케이지는 지역에 공헌하고 싶은 민간 회사와 크리에이터 그룹이 합작한 결과다. 개발을 앞두고 있는 고가 아래 빈 공간에 허락된 시간은 단 3년. 한시적으로 이 공간을 활용하면서 지역에 공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던 게이오 전철이 도쿄R부동산이 속해 있는 스피크에 의견을 물어온 것이다.

대관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인 ‘시모키타자와 케이지’. 방문한 날에도 대학생 단체의 패션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 시모키타자와케이지3 대관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인 ‘시모키타자와 케이지’. 방문한 날에도 대학생 단체의 패션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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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워진 이 거대한 새장은 야시장, 영화 상영, 공연, 스포츠 등 여러 목적으로 대관을 진행하는 다목적 공간이다. 대관 수익은 철도회사와 운영사인 스피크가 5:5로 나눈다. 기업 프로모션 등으로 장기간 대관을 해야만 수익이 나는 구조지만, 상점회 등 지역 단체에 공간을 빌려주는 등 지역 공헌에 의미를 둔다. 돈을 벌 목적이었다면 주차장을 짓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겠지만, 하야시상은 이곳에 마을의 활기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를 들려주었다.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은 아니에요. 조금 더 자유가 있는, 광장에 가깝죠. 개인적으로는 '빈 틈' 같은 걸 만들고 싶었어요. 시모키타자와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번화한 거리지만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 같아서. 돌아다니다가도 무장해제하고 들를 수 있는 틈들을 만들고 싶었달까요."

입구 옆에는 공간 사용자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안내되어 있다.
▲ 규칙 입구 옆에는 공간 사용자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안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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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조성하기 전에는 혹시 사람들이 철망 위로 올라가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문제를 걱정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 보다는 민원이 더 힘들다며 웃는 하야시상은 대화를 마친 뒤 행사가 끝난 케이지 안의 의자와 테이블을 직접 점검했다. 내년에는 케이지에 비닐을 씌워 관객석을 만들고, 좀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빈 공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건물이 들어서는 복잡한 도시 중심의 작은 '틈'. 3년 동안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아쉽지만 하야시상은 오히려 그래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의 생각에 구체성을 실어줄 전략가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하야시상 뒤로 케이지의 사람들이 보인다. 비온 뒤 쌀쌀한 날씨였지만 시모키타자와 케이지는 늦은 시간까지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시모키타자와케이지 http://s-cage.com/
2-6-2 Kitazawa Setagaya-ku, Tokyo

→ 시모키타자와의 고가 아래에 3년 동안 운영되는 거대한 새장 모양의 공간으로 야시장, 극장, 공원, 극장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넷째 날] 예술을, 지역을 기르는 학교 - 아트치요다3331

애니메이션과 전자기기 회사로 유명한 지역인 도쿄의 아키하바라 중심에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예술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이 학교의 이름은 '아트치요다3331'이다. 왠지 어렵기만 할 것 같은 예술 분야의 장벽을 깨고 일반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이 스며들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다. 

앞마당의 작은 공원을 지나면 보이는 나무데크 위의 건물은 누가 봐도 학교 건물이다. 자연스럽게 공원을 지나 건물 1층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메인 갤러리가 보인다. 예술가의 독창성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될 거라는 믿음에서 기인한 공간 배치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풍경이 어색하지 않다.

아트치요다3331의 입구
▲ 아트치요다3331 아트치요다3331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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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에는 공원이 있어 입구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아트치요다3331 (2) 건물 앞에는 공원이 있어 입구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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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진 지 40년이 된, 오래된 중학교였던 이 건물은 치요다구의 소유로 지금은 민간단체가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트치요다3331이 주목받는 이유는 초기 리모델링 비용 20억원을 제외하고는 공공의 지원을 받지 않고 민간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치요다구에 임대받은 공간을 재임대하는 형태로 단체들을 입주시키고, 여기서 나온 임대료 수익과 아트 상품 판매 등의 약간의 부가 수익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의 재정에 기대지 않으니 사용자의 아이디어나 니즈가 있을 경우에 즉각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한 이 공간을 2번째 주자로 운영하고 있는 'Command A'의 실무자이자 예술가인 사사키상을 따라 건물을 둘러보았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은 옛 교실의 모습 그대로 칸이 나뉘어 있는데, 각각의 칸마다 다양한 단체들이 입주해 있다.

1층은 메인 갤러리와 아트숍, 2층은 체육관, 사무 공간과 작은 갤러리들, 3층은 책이나 영화를 만들거나 아트사인을 만드는 등 제작 관련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체육관이나 일부 사무 공간의 경우 치요다구와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지역 행사 때에는 준비 공간으로도 쓰인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체험 공방, 로모그래피 매장과 허핑턴포스트재팬 등 이름이 알려진 회사들도 다수 입점해 있다.

3층에 위치한 쉐어 오피스는 큰 교실 하나에 간이 칸막이를 세워 아주 작은 사무실 여러 개를 만든 형태였다.
▲ 아트치요다3331_실내모습 3층에 위치한 쉐어 오피스는 큰 교실 하나에 간이 칸막이를 세워 아주 작은 사무실 여러 개를 만든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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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는 간이 회의테이블도 마련되어있다.
▲ 아트치요다3331_실내모습2 복도에는 간이 회의테이블도 마련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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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는 운동장이 있다. 전체를 덮는 케이지까지 중학교 시절의 모습 그대로다. 옥상 텃밭을 분양하거나 드론 비행 연습, 내부 행사 등에 활용한다.
▲ 아트치요다3331_옥상 옥상에는 운동장이 있다. 전체를 덮는 케이지까지 중학교 시절의 모습 그대로다. 옥상 텃밭을 분양하거나 드론 비행 연습, 내부 행사 등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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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부분의 공간은 이전 학교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예술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주민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다. 교실의 미닫이문틀에 유리를 끼우거나, 일부 벽면을 쇼케이스로 구성해 각 단체들의 활동이 잘 드러나도록 꾸며놓은 것 정도가 달라진 점이다. 층별 안내도 하단에 남아있는 수도 시설과 체육관의 나무 바닥, 심지어 기물 또한 예전 것 그대로다. 

지하 1층에는 대관 공간을 비롯 목공실도 마련되어 있다. 두 명의 전문 직원들이 상주하며 공간 운영에 필요한 기물들을 직접 만든다. 작가들도 전시에 필요한 물건들을 이곳에 의뢰한다. 목공실을 소개하며 사사키상은 '이곳이 3331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활동을 만들기 위해 많은 작업들이 필요하고, 그 작업들이 실제로 분주히 일어나는 장소라는 뜻이다.

아트치요다3331을 움직이게 하는 엔진과 같은 지하 1층 목공실. 너저분하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무언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 마치 건물의 심장부 같은 느낌이었다.
▲ 목공실 아트치요다3331을 움직이게 하는 엔진과 같은 지하 1층 목공실. 너저분하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무언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 마치 건물의 심장부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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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둘러본 후 사사키상과 함께  3박 4일간의 일정을 매듭짓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지역 주민을 위한 예술 플랫폼이라는 부분과 입주자들의 활동 활성화 중 어떤 것이 아트치요다3331의 우선 목적인가요?
"그 두 가지를 나눠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입주한 한 팀은 작지만, 여러 팀이 모여 만든, 공간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가 주민들에게 보여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술 플랫폼이라는 전자의 목적도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공간에 활력을 만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 그리고 그 노력의 고됨에 대해 두 나라의 실무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고되지만 소중한 이 노력들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문득 공간의 활성화가 뭐냐고 생각 하냐는 질문에 대한 오카베상의 유쾌하지만 진지했던 답변이 떠올랐다.

"활성화요? 친구들과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혼자 할 순 있지만 혼자 하면 재미가 없고. 함께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죠."

아트치요다3331┃http://www.3331.jp/
6 Chome-11-14 Sotokanda, Chiyoda-ku, Tōkyō-to 101-0021

→ 구 렌세이 중학교를 이용해 탄생한 아트센터로 갤러리, 오피스, 카페등이 입주하여 전시회뿐만 아니라 워크숍이나 강연회 등과 같은 문화활동의 거점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서울혁신파크 공식 뉴스레터 <채널서울혁신파크>에 게재되는 글입니다.



태그:#서울혁신파크, #일본, #공간재생, #플래폼,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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