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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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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는데 억울한 사람이 나오는 일 없어야 합니다. 재갈을 물려서 일을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없애야 합니다. 이제 알아서 재갈을 뱉어도 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7일 밤 계속된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 막바지,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여전히 직언을 쏟아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모르쇠와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한 것과 달리, 여 위원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유린당한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창조융합본부의 실정을 낱낱이 고했다.

1차 청문회에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면, 이날은 여 위원장이 있었다. 하지만, 속 시원한 장면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증인들은 지극히 방어적이었고, 몇몇 여당 의원들은 봐주기로 일관했으며, 최순실과 우병우는 불출석으로 맞섰다. 일종의 내부고발자들의 발언과 활약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건질 것은 건져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톱' 청문회였던 6일과 달리 7일은 김기춘 전 실장에게 쏠린 시선이 꽤나 분산된 게 사실이다. 주목됐던 발언과 장면들로 2차 청문회에서 건져야 할 핵심 포인트를 짚어 보자.

불참해도 지울 수 없는 존재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고영태 전 더 블루케이 이사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태 전 더 블루케이 이사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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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없어도, 주인공은 역시나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증인 고영태와 차은택의 활약으로 박 대통령이 청와대 안에서 '뒷방 노인네'였고, 국정 운영보다 의전에 매달렸음이 다시금 확인됐다. 그럴 정황과 증언은 여럿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공동정권이라는 것이냐"라는 취지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묻자 차은택씨는 "특히나 최근에 와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고영태씨 역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이후 기사나 정보를 취합해 보니 그랬다는 것이다.

이날까지 청문회와 관련 보도를 종합한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되짚어 보면,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이 국정을 논의할 때도 불참할 때가 많은 뒷방 노인네 수준이었고, '혼밥'을 즐기는 고독한 1인이었으며, 대신 고영태가 만들어준 가방과 의상을 즐기는 '의전의 여왕'일 뿐이었다. 그 와중에 차은태, 고영태, 장시호는 그간의 혐의를 최순실에게 떠넘겼고, 권력의 실세로 최순실을 지목했다.

'박근혜=최순실' 공식과 함께 박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만든 권력실세 최순실의 면모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의상과 가방 비용을 대납했다는 고영태의 증언에 따라, 8일 오전 박영수 특검 팀이 뇌물죄 여부가 성립되는지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머리를 손질했다는 보도 와중에도 "담담하게 탄핵 이후를 받아들이겠다"던 박 대통령의 탄핵 시계는 청문회 동안에도 빠르게 돌아간 셈이다.

참 몹쓸 사람, 김기춘 전 비서실장

  네티즌 제보 동영상에 크게 당황하는 김기춘. 박영선 의원은 기세를 몰아 김종과 정윤회를 몰랐다는 김기춘의 말을 반박하고 나선다.
 네티즌 제보 동영상에 크게 당황하는 김기춘. 박영선 의원은 기세를 몰아 김종과 정윤회를 몰랐다는 김기춘의 말을 반박하고 나선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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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웬만해선 거친 얘기 안 하는데요.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을 가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날 질의에 나선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독한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박범계 의원은 8일 오전 SNS를 통해 김기춘 전 실장에게 이런 촌평을 남겼다. 

"저는 어제 희대의 냉혈한을 보았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급성간암으로 죽은 김영한 민정수석에 대해 몹쓸병 운운하는 김기춘 비서실장, 참 몹쓸 사람입니다."

이날 전 국민들의 혈압을 올린 김기춘 전 실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 중 압권은 "저도 자식이 먼저 숨졌습니다. 세월호 인양을 반대할 리 있겠습니까"라는 말이었다. "그래. 이래야 김기춘이지. 제 놈의 범죄행각을 은폐하기 위해 죽은 자식까지 기꺼이 팔아대는 최고 레벨의 악당"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 만큼 김기춘 전 실장은 공안검사이자 전 법무부장관 출신 답게 능수능란하고 노회하게 최순실도, 정윤회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의원들의 공격을 피해갔다.

그런 그도 결정적인 순간을 맞긴 했다. 누리꾼 수사대(주갤러)의 제보를 받은 더민주 손혜원 의원이 박영선 의원에게 증거를 넘겼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토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최순실씨를 언급하는 토론을 경청하는 김기춘 당시 박근혜 캠프 법률자문단장의 모습이 증거 화면으로 제시된 것이다.

증거 화면을 제시한 박영선 의원이 "거짓말 하지 말라"고 호통을 치자, 느릿하고 힘없는 노인 코스프레를 하던 김기춘 전 실장의 말이 빨라졌다. 엉덩이를 들썩이기까지 했다. 급기야 "알지 못 한다"던 최순실씨에 대해 "이름은 못 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며 "최순실 이름을 들은 것 같다. 최순실을 모른다는 것은, 만나는 지인, 즉 아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발뺌하는 김기춘 전 실장의 당황하는 모습은 이날 청문회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를 시청한 국민들 사이에선 "악마를 보았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또 고영태 증인은 "누가 가장 거짓말을 가장 잘 하느냐"는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김 전 실장을 지목하는 듯한 야릇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의도치 않은 자백도 있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를 통해 '사사로운 일'이란 유행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기춘 증인, 대통령의 공적인 일은 알지만 사사로운 일까지 알 수는 없다고 하셨죠?"
"네."
"그건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이 관저에서 사사로운 일을 하고 있었다고 스스로 말한 거와 같은 겁니다."
"(침묵)"

"최순실 아직 좋아하느냐"고 물은 새누리당 이완영

 지난 2014년 7월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첫날 졸고 있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사진과 영상이 다시금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4년 7월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첫날 졸고 있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사진과 영상이 다시금 화제(?)를 모았다.
ⓒ 세월호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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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새누리당 이완영 간사를 이 자리에서 퇴출해야 된다고 봅니다. 국정조사 진상을 밝히기 위해 온 건지, 국정조사를 방해하러 온 건지, 처음부터 시종일관 의문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특히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란 분의 이야기를 듣고서 감동을 받았다고 운운하는 저 새누리당 간사님을 퇴출시켜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1분만", "30초만"을 외치던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발언권을 얻자 이렇게 한탄했다. 오죽했으면 이랬을까. 그렇게, 청문회 첫날 '재벌 총수 비호 쪽지'로 국민들의 원성을 샀던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활약(?)은 이날도 계속됐다.

경북 성주군 출신 이완영 의원은 "김진태의 후예"로 불리며 '친박'으로서의 활약상을 온 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국정조사와 무관한 질문이 난무했고, 핵심 증인들에게 봐주기로 일관했으며, 심각한 태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 

"최순실을 아직도 좋아하나요?" (이완영)
"아닙니다." (고영태)
"그럼 싫어하나요?" (이완영)

7일 하루, SNS에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국정조사 현장에서 '꿀잠'을 자던 이완영 의원의 사진이 화제(?)가 됐고, 가수 이승환이 직접 적은 이완영 의원의 과거 행적 글 역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야당 같은 여당 의원"이란 별명을 얻은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 같은 '비박계'도 공존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전체적으로 '이완영의 수준'을 고수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자정을 향해 가던 청문회 추가 시간, "마지막으로 여기 앉아 계시는 모든 분들, 국민여러분께 송구하고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부터도 제 주변을 살피고 그렇겠습니다"라며 김기춘 전 실장에게 변명할 기회와 자신의 넋두리를 늘어놓던 이만희(경북 영천)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도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상금까지 걸린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우병우 감옥가자" 7일 오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회원들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은신처로 지목한 장모인 삼남개발회장 김장자씨 자택(강남구 논현동)앞에서 ‘국민이 잡는다 우병우 감옥가자, 국정조사 거부 규탄 및 박근혜 게이트 또다른 주범 우병우 체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우병우 감옥가자" 7일 오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회원들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은신처로 지목한 장모인 삼남개발회장 김장자씨 자택(강남구 논현동)앞에서 ‘국민이 잡는다 우병우 감옥가자, 국정조사 거부 규탄 및 박근혜 게이트 또다른 주범 우병우 체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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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진심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김기춘은 국민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국조에 나왔다는 명분이고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고 인정해줄 만하다. 그런데 "새끼 김기춘" 우병우는 쥐새끼처럼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꼴이 김기춘 급도 못되는 잔챙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한 SNS 사용자의 청문회 촌평이다. 그리고, 김기춘에 버금가는 최고의 악당이 있었으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그 주인공이었다. 국회가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우병우 전 수석은 그야말로 꽁꽁 숨어 버렸다. 이날 점심께, 우 수석의 장모가 사는 집으로 찾아간 조사관들의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우 수석을 찾기 위한 '국민 술래잡기'가 시작된 가운데, 정봉주 전 의원은 급기야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대한민국을 절단 내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능멸한 우병우 일당을 공개 현상 수배합니다. 현상금 2백만 원! 신고처 010 4336 0515 (24시간 통화가능) 신고 즉시 "정봉주의 전국구" 출동. '숨은 우도 다시 보자~!'"

악당들이 너무 많다. 이번 청문회는, 어제 재벌 총수들도 마찬가지거니와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요리조리 피해나가기를 반복했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악당들의 진면목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최고의 남녀주연상은 물론 김기춘 전 실장과 지극히 당당했던 눈빛의 장시호씨일 것이다. 물론 이날 자리를 지키지 않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우병우 전 수석도 국민들의 뇌리 속에 확실히 각인됐다.

이제 공은 특검으로 넘어갔다. 그에 앞서 9일 운명의 탄핵안 국회통과가 기다리고 있다. 이 많은 악당들을 청문회 자리에서까지 일부 의원들이 비호했던 그 새누리당은 역사 앞에서 같은 악당이 되지 않으려면, 이미 공범으로 몰린 과오를 조금이나마 씻으려면 탄핵안에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제원 의원의 말을 경청하시길 바란다. 

"사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만약에 내일 상정되는 탄핵안이 새누리당 때문에 이것이 부결이 된다고 하면 대한민국 국회에 촛불이 바로 온다. 이거는 사실 대한민국의 선출권이 두 개입니다. 청와대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고 국회마저도 이제 끝없는 대립과 파행이 계속된다고 그러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모르거든요. 이러한 부분. 그러기 때문에 이 촛불민심을 헌법적 테두리 내에서 담기 위해서 탄핵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저는 조심스럽게 탄핵안이 가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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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