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김광현과 4년간 계약금 32억원, 연봉 53억원 등 총 8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김광현과 4년간 계약금 32억원, 연봉 53억원 등 총 8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이 결국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최근 일본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던 김광현은 현지 병원으로부터 수술 소견을 받고 구단과 협의하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게 됐다.

통상적으로 수술과 재활에는 약 9~10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이로서 김광현은 2017시즌 KBO 마운드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자연히 내년 3월로 예정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도 불발됐다. SK와 야구대표팀으로서는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셈이다.

김광현으로서는 해외진출의 꿈이 또 한 번 좌절됐다. 김광현은 2년 전 구단 동의하에 해외진출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행을 타진했으나 포스팅에서 기대 이하의 냉대를 받으며 좌절을 맛봤다. 절치부심 끝에 2년 만에 완전 FA로 재도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이번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포기하며 SK 잔류를 선택했다. 

김광현은 아직도 향후 해외진출에 대한 여지는 남겨뒀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김광현은 SK와 4년 계약을 맺었지만 수술로 인한 약 1시즌의 공백기를 감안하면 다음 FA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5년이 필요하다. 그때가 되면 김광현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물론 오승환이나 이대호처럼 나이들어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이들은 국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일본무대를 거치며 검증받은 케이스들이다. 김광현은 전성기에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못한 데다 이번에 팔꿈치 수술 경력까지 안게되면서 또다른 불안요소까지 추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외진출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이스의 이탈, 전력 손실 떠 안게 된 SK

또한 SK 구단은 당장 다음 시즌 에이스의 이탈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 체제에서 명가 재건을 노리던 SK는 김광현의 이탈로 선발야구의 한 축이 무너졌다. 당장 김광현의 공백을 메울 수준급 외국인투수 영입이 시급해졌다. 기존 외국인 선수중에서는 이미 매릴 켈리와 재계약을 확정지은 가운데 토종 선발로서는 기존의 윤희상-박종훈을 비롯, 문승원, 이건욱 등의 성장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한편으로 팔꿈치 수술에도 불구하고 고액 FA 계약을 단행한 SK와 김광현의 '의리'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광현은 SK로부터 4년간 총액 85억(계약금 32억, 연봉 53억)을 받게 된다. 김광현이면 사상 첫 '투수 100억 이상'도 가능하던 당초의 기대치보다는 낮아진 규모지만 그래도 KBO에서는 FA 역대 4위, 투수만 놓고보면 윤석민(기아.90억)에 이어 2위의 대형 계약이다.

그런데 여기서 85억은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보장액만 해당되는 금액이다. 자세히 공개되지 않은 옵션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100억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현이 FA 계약 체결 직후 바로 팔꿈치 수술로 1년을 날리게 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년에 85억이니, 연평균으로는 사실상 최형우의 몸값을 능가한다. 김광현은 2017년에 단 1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예정된 연봉만 9억원을 수령한다.

야구규약상 3억 이상의 고액 연봉자들이 1군 등록에서 말소될 경우 연봉의 일정액을 감액하는 조항도 있지만 부상 선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4년 뒤 김광현이 차기 FA 규정 일수 미달 문제로 SK와 1년 계약을 연장해야 하지만 마지막해 연봉(15억)을 동결만 하더라도 5년간 이미 보장액 100억을 가뿐히 넘게 된다.

전례 찾기 힘든 부상자 대형 FA 계약

보통 FA 선수들이 장기계약을 맺고나서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하여 몸값을 못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미 부상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감지하고도 장기 대형 계약을 맺는 경우는 프로야구에서 전례를 찾기 드문 일이다. 당연히 SK는 김광현의 팔꿈치 상태를 알면서도 에이스의 위상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했다. SK 입장에서는 선수와 구단간의 비즈니스를 초월한 '눈물겨운 의리'이고, 김광현의 입장에서는 돈도 벌고 몸도 챙긴 진정한 '황제 계약'이라고 할만하다.

SK 구단 입장에서는 이미 박석민(NC. 96억)이나 최형우(100억)의 영향으로 김광현의 시장가치가 100억 이상 올라간 상황에서 설사 1년을 못뛰게 된다고 해도 -15억 정도로 계산하면 감수할 만한 규모라고 봤을 수 있다. 또 에이스로서 김광현에 대한 예우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구단은 자선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자체적인 수익도 부족하고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국내 프로구단에서, 수술로 최소 1년을 날리고 무엇보다 완전한 기량을 회복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FA 선수를 두고 어쩌면 구단에 부메랑이 될지도 모르는 '퍼주기' 계약을 단행했다. 에이스에 대한 대우도 좋지만 자칫하다간 '먹튀'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위험부담을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김광현은 어차피 해외진출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상황이었다. 본인도 자신의 몸상태를 파악하고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었다면 FA 신청을 미루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SK와의 FA계약으로 보험을 들어놓고 마음 편히 수술대에 오르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김광현과 SK의 이번 계약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국내 FA 시장의 '거품'을 또한번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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