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국회포위 만인행동

관련사진보기


한국 현대사에 치욕으로 남은 '국회 포위'가 있다. 1952년 7월 4일 이승만 재선을 위한 '발췌개헌' 때 군인과 경찰이 부산의 피난 국회를 포위했다. 비밀투표가 아닌 기립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졌고 개헌안이 통과됐다.

2016년 '국회 포위'는 정반대의 내용으로 벌어지려 한다. 군경이 아니라 주권자에 의한 포위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바라는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 포위'를 외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는 '국회를 포위해 탄핵가결을 압박하자' '탄핵이 부결되면 국회를 포위해 해산시키자' '9일 하루종일 국회를 포위하자' '8일부터 탄핵전야제로 국회를 포위하자'는 주장들이 넘쳐나고 있다.

실제 국회 포위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조경민 사단법인 서울산책 대표의 제안에 동조한 시민들이 준비하고 있는 국회포위는 장례에 쓰는 만장을 사용할 계획이다. 노란 만장 1000개를 든 시민들이 국회 정문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중로로 행진, 다시 국회 앞까지 노란 포위선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노란색 만장에는 황건적의 두건처럼 '절대권력에 대한 저항', 세월호 리본이 상징하는 '국민적 슬픔', 백남기 농민처럼 박근혜 정권 하에서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을 '추모'하는 의미가 담겼다. 반대로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탄핵 이후 완전히 새로운 한국을 만들자는 염원도 나타낸다. 

'국회 포위 만인행동' 참가자들은 8일 오전 10시 여의도공원에서 만장에 쓸 노란 천을 준비, 천에 구호를 쓰고 만장을 제작한다. 천에 쓰는 구호는 인터넷으로 신청받았고, 시민들이 송금한 후원금으로 제작비를 충당한다. 7일 오후 6시 현재까지 후원 내역으로는 만장을 500여 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8일 밤부터 나팔 1000개를 들고 국회를 포위, 탄핵 가결을 촉구하는 나팔을 불어대겠다는 시민들도 있다.

국회광장을 개방, 국회 안에서 시국대토론을 열도록 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도 광장 개방이 무산될 경우 국회를 포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회탄핵버스'를 운영하는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광주시민운동본부) 등 국회 탄핵처리 일정에 맞춰 상경하는 시민들도 국회 포위 참가를 상정하고 있다.

국회 주변 시위대에 물대포 안 쏘려면

지난 5일 국회의사당의 모습.
 지난 5일 국회의사당의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국회를 동서남북 방향으로 완전히 포위하는 행진이나 집회는 현재까지 신고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국회의사당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인 장소에서의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회를 완전히 포위하는 형태의 집회와 행진 등은 불법 집회·시위가 되는 셈이다.

국회 주변의 집회·시위를 경찰이 강경 진압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11월 한·미FTA 비준동의안 본회의 직권상정 수순에 들어간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 경호권을 발동했고, FTA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국회 북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강제해산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으로 봐서는 탄핵 처리 국면에 국회를 포위하려는 이들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국회 포위가 현실화되면 국회는 탄핵가결 구호를 외치고 나팔을 불고 만장을 든 시위대에 둘러싸인 채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가게 된다.

탄핵소추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경호권 발동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정 의장으로서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요구다. 만에 하나 경호권이 발동된다면 232만 명의 촛불집회에서도 없었던 시민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생긴다.

이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는 방법이 있다. '국회를 포위하는 시위대'를 '국가의 미래를 토론하는 주권자'로 바꾸는 것이다. 간단하다.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듯, 국회 출입을 봉쇄할 것이 아니라 광장을 개방, 시민들이 '국회 포위'로 가지 않고 국회 앞마당으로 오게 하는 것이다.

마침 국회 건물 안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도 준비돼 있다. 야3당 및 무소속 의원 104명과 시민단체가 함께 주최하는 '열려라 국회! 박근혜 탄핵 시민대토론회'가 8일과 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의원회관 출입증을 발급받는 절차가 따르고 공간상 참여 제한이 있는 실내보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 앞마당이 이런 토론의 장소로 더 어울릴 것이다.

232만 명 촛불집회에서도 별다른 사고 하나 내지 않은 시민들이 국회 경내에 있다고 해서반대 국회의원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회 앞마당에 모인 주권자들은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하며 나라의 미래를 토론할 것이다.

ⓒ 촛불시민연대, 국회시민정치포럼, 을지로위원회

관련사진보기




태그:#국회포위, #국회광장, #촛불시민, #탄핵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