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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거리는 다른 유럽의 거리와 조금 다르다. 거리 자체가 개성있게 꾸며져있달까. 스마트폰의 지도를 들여다보며 빠르게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풍경이 줄지어 이어진다.

아줄레주로 꾸며진 건물들

아줄레주는 간단히 말하면 "타일 장식"으로 볼 수 있다. 포르투갈의 건물들엔 외부, 내부를 가릴 것 없이 독특한 타일 장식이 많다. 타일 장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칫 욕실 같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포르투갈에서 건축물에 타일을 사용하는건 우리가 욕실에 타일을 사용하는 이유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습기에 잘 견디고, 서늘하기 때문. 그리고 직접 돌을 깎아서 모양을 내는 것보다 작업이 간단하며, 건물 내부에 값 비싼 벽지로 도배를 하거나 카펫을 까는 것보다 관리도 쉽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타일들은 동일한 무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조각들을 모아 모자이크처럼 하나의 커다란 작품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들어서는 추상적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타일을 활용하기도 한다.

스페인 남부 지방에서도 타일 장식을 볼 수 있지만 포르투갈의 타일 장식은 그만의 특징이 있다. 대항해시대를 상징하는 범선, 혼천의 등이 표현된 타일과 포르투갈의 문장이 나타나는 타일들이 바로 그 것. 아줄레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리스본의 아줄레주 박물관(Museu Nacional do Azulejo)도 방문해보자.

어찌보면 촌스럽고 어찌보면 세련된, 묘한 매력이 있다.
▲ 포르투갈의 아줄레주들 어찌보면 촌스럽고 어찌보면 세련된, 묘한 매력이 있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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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채워진 돌길

유럽에서 돌길을 마주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돌길은 그런 보통의 돌길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큰 사이즈의 돌을 듬성듬성 박아넣은 것이 아니라 더 작은 사이즈의 돌을 여백없이 꼼꼼히 채워넣었다.

때로는 다른 색깔의 돌을 활용해 길 자체에 무늬를 그려넣기도 했다. 그 동네의 특성을 나타내는 문양이 표현되어있기도 하고, 오래된 가게들 앞에는 가게 이름이 새겨져있기도 해 바닥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닐수록 길은 더 단단해지고 닳고 닳아 매끈하게 빛난다. 단점이 있다면 물에 젖었을 때는 조금 미끄럽다는 것.

하지만 이런 형태의 돌길은 모두 수작업으로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때문에 점점 일반적인 보도블록을 활용하는 쪽으로 포장 형태가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가게 이름과 함께 문을 연 연도가 새겨져있다
▲ 아주 오래된 제과점 앞의 돌길 가게 이름과 함께 문을 연 연도가 새겨져있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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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에선 군데군데 물고기를 새겨놓고, 광장은 파도 무늬로 에워쌌다.
▲ 포르투갈 곳곳에서 만난 돌길 바닷가 마을에선 군데군데 물고기를 새겨놓고, 광장은 파도 무늬로 에워쌌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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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마카오에서도 이런 돌길을 만날 수 있다.

포르투갈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 마카오에서 마주친 돌길 포르투갈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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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의 몇 안되는 새 것, 그래피티

그래피티는 포르투갈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유독 포르투갈의 골목골목에는 그래피티가 넘쳐난다. 그래피티들을 모아놓은 사진집이 따로 발간될 정도이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도 있으며 누가 그렸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대단하다 싶은 수준의 작품들도 있고 대충 휘갈긴 낙서 수준의 그림들도 있는 등 그 실력들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래피티를 그리는 것이 공식적으로 허가된 장소도 있고 요즘은 아예 이를 활용해 건물을 꾸미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남의 건물에 허락없이 그리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지워지기도 하는데 관리인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위에 또 다시 그려지기도 한다. 즉, 내가 어제 봤던 그래피티가 오늘은 없을 수도 있는 것.

확실한 것은 오래된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새 것" 들이 바로 이 그래피티들이라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전통 음악인 fado를 주제로 했다.
▲ 알파마의 한 골목에서 만난 그래피티 포르투갈의 전통 음악인 fado를 주제로 했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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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안의 숨겨진 그래피티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 리스본과 포르투 시내의 그래피티들 도시 안의 숨겨진 그래피티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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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포르투갈, #도시예술, #아줄레주, #그래피티, #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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