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나의 경우는 김연아와 그가 보여준 경기들이다. 그리고 함께 떠올리는 것은 김연아가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음악들이다. 연기와 음악이 하나가 되며 완벽히 조화를 이룰 때, 그때의 감동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대로다. 김연아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정권에 찍혀 불이익을 받았다는 최근의 말들 속에서도 김연아는 언제나 그랬듯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외부 상황에 흔들림 없이 좋은 경기를 보여준 김연아의 지난 모습들도 떠올리게 된다. 힘든 훈련의 순간부터 경기 후 영광의 순간까지, 매 시간 그와 함께 했던 음악들을 소개한다. 겨울에 잘 어울리는 곡들이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매서운 현실에도 위로가 될 만한 음악이다.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패 받는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연아가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헌액패를 수여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패 받는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연아가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헌액패를 수여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2008-2009 시즌 쇼트 프로그램] 생상스 '죽음의 무도'

먼 곳을 응시하다 음악이 시작되자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강렬한 눈빛이 압권이다. 김연아는 2008-2009년 시즌 국제 피겨그랑프리 1차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3차대회 컵 오브 차이나에서 '죽음의 무도'를 쇼트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이 음악은 김연아 특유의 카리스마가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선곡이다.

'죽음의 무도'는 프랑스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가 만든 곡으로, 할로윈 전날 해골들이 몰려와 춤을 추는 장면을 담았다. 고전주의의 우아한 멋이 있는 생상스의 음악을 두고 로망 롤랑은 "부드러운 화성, 흐르는 듯한 조바꿈, 넘쳐 흐르는 청춘의 희열"이라고 극찬했다. 생상스는 모음곡 '동물의 사육제'로 잘 알려져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프리 프로그램] 거슈윈 '피아노 협주곡 F장조'

김연아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파란 의상을 입은, 승리의 여신이 된 그의 모습은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연아의 대표적 모습일 것이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그가 사용한 음악은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다. 김연아는 음악이 시작되자 새침한 듯 부드럽게 움직이며 완전무결한 연기를 펼쳤다. 중간에 음악의 톤이 바뀌며 우아함이 극대화되는 부분이 압권이다. 피아노 선율이 마지막을 향해 고조되면서 곡이 끝나고 김연아가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

조지 거슈윈은 미국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다. 1898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으며 재즈를 예술음악으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받는 음악가다. 그가 만든 곡 중 '랩소디 인 블루', '파리의 아메리카인', 가극 '포기와 베스' 등이 유명하다. 거슈윈은 1919년에 쓴 '스와니'가 큰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고, 뮤지컬이나 영화 음악 등도 작곡하며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선율의 천재'라 불리는 거슈윈은 클래식 바탕에 재즈적 요소를 더해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김연아가 사용한 '피아노 협주곡 F장조'는 그가 1925년에 쓴 곡이다. 거슈윈은 뇌종양으로 39세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갈라 프로그램]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갈라 프로그램 곡으로 오페라 <타이스> 중 '명상곡'을 선택했다. 제목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름답고 차분한 선율의 곡으로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을 두고 "아이스는 물론 지금까지 자신을 응원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작곡가 쥘 에밀 프레데리크 마스네가 쓴 곡이며, 보통 '타이스의 명상곡'이라고 부른다.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타이스>는 타이스를 기독교로 개종시키려는 수도승의 이야기로, '명상곡'은 무희 타이스가 유일신에게 귀의하며 성녀로 변화하는 장면에서 연주된다.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도 사랑 받는 곡이다. 

[2014 소치올림픽 쇼트 프로그램] 스티븐 손드하임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김연아가 4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17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2014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4년 5월 4일, 17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2014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김연아. ⓒ 이희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노란빛이 도는 올리브색 의상을 입고 드라마 같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스티븐 손드하임(Sondheim, Stephen)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를 선곡함으로써 서정적인 연기를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가 짙게 느껴지는 이 곡은 김연아의 장점인 표정연기를 극대화하여 끌어올렸다. 외국의 한 해설가는 "전진하다가 잠시 멈추고, 다시 얼음을 지치며 스파이럴을 시작할 때 정말 아름답다. 얼음 위에서 음악과 하나가 된다"며 극찬했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미국의 무대음악 및 영화음악의 작곡가다. 손드하임은 작곡가로서는 가장 많은 여덟 번의 토니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기도 했다. 작사가로서도  여러 작품을 남겼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회의에 가는 길에 생긴 웃기는 일> <컴퍼니> <폴리스> <스위니 토드> <암살> 등이 있다.

[2014 소치올림픽 프리 프로그램]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

 김연아가 4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17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2014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연아의 공연모습 ⓒ 이희훈


2014년 소치올림픽 프리 스케이팅. 김연아가 빙판 중앙에 섰을 때 진한 탱고 음악이 시작됐다. 그의 마지막 연기를 함께 해준 이 음악은 아스토르 피아졸라(Piazzolla)의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다. 탱고가 늘 그렇듯 자유롭고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정서가 잔뜩 묻어 있는 곡이다.

연기가 시작되자 프랑스 해설가는 "지금 김연아의 머릿 속에 무슨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있을지 전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 올림픽의 마지막 곡이란 점에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곡이다. 탱고에 맞춰 펼쳐진 김연아의 스텝 시퀀스가 특히 매력적이었으며, 마지막 볼을 감싸는 동작도 '김연아스럽다'는 인상을 줬다. 탱고를 선택한 그의 안목은 탁월했다.  

아르헨티나의 음악가인 피아졸라는 '탱고의 전설'이자 '탱고의 황제'로 불린다. 반도네온 연주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탱고 스타일을 만들었다. 피아졸라는 자신의 탱고를 기존의 것과 다른 독창적인 새로운 탱고(누에보 탱고)로 부르며 개성 있는 음악세계를 펼쳤다. 주요 작품으로는 '반도네온 협주곡', '세 개의 탱고', '5중주를 위한 협주곡', '다섯 개의 탱고 센세이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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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피겨 음악 클래식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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