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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인 2007년 12월 8일 오전 7시경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저는 40평생에 가장 큰 절망과 공포감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유난히 보름달이 환했던 그날 만리포해변은 어두움 그자체였습니다.

멀리 시커먼 악마와 같은 검은 기름이 파도가 칠때마다 크게 입을 벌리고 모든 것을 집어 삼키듯이 성큼성큼 저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그것은 검은 기름덩어리였습니다. 그 기름덩어리는 태안반도와 태안군민들을 전부 집어 삼켜버렸습니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던 날 삼성크레인 예인선은 다음날 거제조선소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삼성중공업의 요구에 의해 무리한 항해를 하다가 정박되어 있던 허베이스트리트호를 세번이나 드리받아 원유를 유출시켰습니다. 전형적인 인재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8일 아침 만리포해변에서 제일 먼저 도착해 집단적으로 기름 제거작업을 하는 파란색 단체복을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테이프로 가려 몰랐지만, 나중에 그들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직원들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거제에서 태안까지 버스로 족히 6시간이 걸리는데 그들은 아침시간에 만리포에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알고 이들이 제일 먼저 도착했을까요?

절망에 빠진 태안반도와 태안군민들 일부는 분신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살려달라고 절규했습니다. 그래도 그 추운 겨울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전국에서 아니 외국인들까지 태안을 살리기 위해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왔고, 아름다운 손길로 되살렸습니다.

분명히 태안반도와 군민들을 살린 것은 정부도 삼성도 아닌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태안기름유출사고 9년을 앞두고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를 찾았습니다.

전국에서 알아주던 굴의 주산지인 이곳, 사고 이전이었다면 삼삼오오 비닐하우스에 모여 굴까는 작업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일년 살 돈을 마련했겠지요. 하지만 2007년 겨울 이후 이 마을은 웃음이 사라지고 굴양식을 하던 한 주민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겨울철이 되면 할일이 없는 백수의 신세가 된 지 9년째를 맞이하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9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바닷가 곳곳의 굴작업을 했던 배는 뭍에서 썩고 있고 하우스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9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태안은 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은 사고의 책임으로 3600억 원을 던져놓고 사라졌습니다. 정부가 분명히 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인 태안군민들에게 준 태안발전기금 1000억 원 등 배분의 원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배분을 위한 용역을 수년째하며 아직도 수협금고에 방치되었습니다. 배고픈 승냥이들에게 고깃덩어리를 던져놓고 피해지역 지자체간 싸움을 하게 하고는 자신들은 완전히 면죄부를 받은 양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6일 하루종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저는 태안군민들은 이재용 삼성부회장이 정유라에게 19억원짜리 말을 사주었다는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여섯분의 어르신들이 절망속에 목숨을 스스로 끊으면서까지 살려달라고 할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삼성그룹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태안군민들은 또다시 사고 9년을 하루 앞둔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뻔뻔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보도와 관련하여 삼성중공업 커뮤니케이션팀에 근무하는 구상옥 과장은 "예인선단이 인천항을 출항한 것은 12월 6일 14시 50분 경이며, 출항 당시 풍랑주의보는 발효되지 않았다"며 "대전지방기상청에서 7일 새벽 3시를 기해 풍랑주의보를 발효한다고 기상특보를 발표한 것은 12월 6일 22시 40분 경이었다. 예인선단이 항해하는 서해중부 앞바다가 아니라 서해중부 먼바다가 기상특보 발효 지역으로 예인선단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거제조선소로 항해했을 뿐, 삼성중공업이 조선소 작업을 위해 풍랑주의보가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항해를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해왔다.

또한, "유조선과의 충돌은 예인선과 크레인선을 연결하던 예인로프 2개 중 1개가 파단되며서 크레인선이 유조선 방향으로 떠밀려간 것이 원인으로,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이 고의로 유조선과 충돌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원과 해양안전심판원 모두 충돌사고는 예인선단과 유조선의 쌍방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중공업 측은 피해지역발전기금 3600억 원과 관련 "피해지역 간 발전기금 배분 문제는 삼성중공업이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삼성중공업이 피해지역 지자체간 싸움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태안군민들은 내일 다시 촛불행동에 나섭니다.
다시 한 번 123만 자원봉사자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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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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