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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운기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소외계층에게 골고루 예산이 배분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 서울시의회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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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온통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떠들썩하지만 서울시와 시의회 간에는 또 다른 긴장감이 돌고 있다.
서울시 살림을 해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예산을 최대한 지켜내려는 집행부와 허튼 돈을 한 푼이라도 깎아내려는 시의회 간의 '예산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초 "취임 이후 나름 균형재정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엔 확장예산을 편성했다"며 지난해보다 7.8% 늘어난 29조 6525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기금 2조 3939억 원과 시교육청 예산 8조 1477억 원을 합치면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이 넘는 규모다.
상임위에서 삭감한 결과가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시 간부들 사이엔 벌써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시의원들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끼워 넣기 위한 협상용으로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을 일부러 대폭 삭감한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심사기간은 오는 8일부터 16일까지이지만 초반의 집행부 질의응답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심사시간은 불과 일주일도 안 되는 만큼 시의회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복지지출 확대 당연... 청년일자리 예산 포퓰리즘 시비 아쉬워"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운기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은 "올해 예산심사 규모가 처음으로 40조 원을 넘어섰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꼼꼼히 살펴 시민 혈세가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내년도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세수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세입예산은 보수적으로 추계하고 세출예산은 긴축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서울시의 '확대예산'에 대한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다.
박 위원장은 내년 예산안 가운데 잘 된 부분으로 기초생활수급자급여지원(8751억 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1654억 원), 찾아가는 복지실현(412억 원), 50+캠퍼스 확충(140억 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추진(609억 원) 등 복지예산이 전체의 33.2%(8조 6910억 원)인 것을 꼽고 우리나라 복지지출이 OECD 수준보다 낮아 이 부분에 대한 예산 확대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교육청과 자치구 지원예산이 모두 금년보다 3천억 원 이상 늘어 양 기관의 재정운용에 숨통을 틔워준 것을 짚었다. 또 일자리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지하철 안전예산, 교량·도로시설물 등 지진방재대책 예산 등이 편성되어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청년뉴딜일자리 예산이 금년 251억 원(2000억 원)에서 내년 679억 원(5400억 원)으로 확대되고, 청년수당 지원도 금년 90억 원(3000명)에서 150억 원(5000명)으로 늘어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상임위 심사결과 9개 팀에 50억 원을 지원하는 청년창업 프로젝트 예산이 반 토막 나거나 청년 예술가 지원 예산 55억 원이 논란이 되는 등 청년일자리 관련 일부 예산이 포퓰리즘 시비를 빚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위원장은 "이 사업들이 일부가 말하는 포퓰리즘적 사업인지 아니면 미래세대나 서울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예산의 선제적 투입인지는 본 예산심사를 통해 심도있게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여전히 부족, 내년에도 진통 계속될 듯"한편 매년 초마다 겪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지난 3일 정부의 특별회계 신설 의결로 조금 나아졌지만, 요구했던 예산의 반도 안 돼 내년에도 추경을 편성하는 등 진통은 계속될 것"이라며 "결국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지 않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시의회 측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추가로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은 3556억 원인데 새로 내려오는 특별회계 국고보조금은 1300억 원~1500억 원에 그쳐 올해도 2000억 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8대 시의회에서 예결위원을 지낸 바 있는 박 위원장은 "끈질기게 예산을 요구하는 집행부와 논리로 싸우기 위해선 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은데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를 다 읽어보기가 불가능하더라"며 정책보좌관제 도입의 절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상임위가 협상용으로 박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점도 있겠지만 의원들마다 입장차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보다는 서울시의 예산정책을 경고하는 메시지라 생각해주시고, 최종적인 의결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박 위원장(민주당, 서대문2)은 8대, 9대 서울시의회에 내리 당선된 재선의원으로 현재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