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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결혼해서 아이를 넷 낳아 잘 키우고 있습니다. 어릴 땐 자주 볼 기회가 있어서 네 아이의 순서에 혼동이 일어나지 않았었는데, 오래 보지 않아서인지 이름부터 헷갈리더군요. 저에게 조카가 되는 아이들 중 둘째와 셋째를 잘못 알아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셋째 아이의 이름이 예희이고 둘째가 준희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생각하고 예희에게 몇 학년인가 물으니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준희는 초등학교 4학년쯤 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중학교 2학년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둘의 순서를 잘못 안 겁니다.

오늘 글의 주인공은 예희입니다. 아이 넷 모두 주체성이 강하고 개성들도 제각각입니다. 엄마가 교회 사모님이기 때문에 네 아이에게 미치는 손길이 다소 소홀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도 자기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건강하고 명랑하게 커 가는 게 여간 대견스럽지 않습니다.

예희는 다른 세 아이들에 비해 애교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다 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얘기 중에 '독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예희가 쪼르르 가더니 책 한 권을 집어왔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쓴 책이라는 거예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눈을 주었는데, 거긴 분명히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예희가 쓰고 만든 책 <피터의 시골생활> 표지면
▲ <피터의 시골생활> 표지면 예희가 쓰고 만든 책 <피터의 시골생활> 표지면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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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피터의 시골생활>이구요, 글 ‧ 그림 '조예희'. 글과 그림을 예희가 직접 쓰고 그렸다는 것인데 아주 수준급이었습니다. '수준급'이라고 하면 감이 잘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작한 아동 도서와 별로 차이를 못 느낄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될는지요.

아이들을 위한 도서답게 그림이 아주 정치했습니다(정교하교 치밀하다).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말할 것 없겠거니와 동물, 특히 흙과 함께 살아가는 곤충 벌레 등의 그림은 세밀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예희가 직접 썼다는 글도 그림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글의 표현도 나무랄 데가 없었고 내용도 훌륭했습니다. 작가의 가능성을 물씬 풍기게 했습니다. 도회지 살던 아이(피터)가 시골로 가서 살게 되었는데, 외롭게 지내던 중 한 여자 친구(마리)를 사귀게 됩니다.

그 여자 아이는 많은 친구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다름 아닌 시골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풀과 벌레들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온 아이도 여자 친구를 통해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해 간다는 내용이 줄거리입니다. 주제를 말한다면 자연 친화적인 생활 정도가 되겠지요.

보잘 것 없는 생물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예희는 푸른 자연과 살고 싶어 한다.
▲ 꼬마 작가 조예희 보잘 것 없는 생물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예희는 푸른 자연과 살고 싶어 한다.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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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의 여자 아이 마리는 글쓴이 예희라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평소 예희는 작은 생물에도 애정을 갖고 그들의 목숨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돕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꿈을 꾸며 사는 착한 아이이기도 하고요.

예희는 이 책을 만들고 나서 많은 분들로부터 칭찬을 들었다고 합니다. 예희의 엄마 아빠는 '꼬마 작가'의 탄생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하했습니다. <피터의 시골생활> 2탄 3탄을 써서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지 말란 법 있느냐면서 크게 웃었습니다.

서울 할아버지 할머니도 '역시 조씨 집안 딸'이라며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 머물렀기 때문에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가 포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교회 신자들과 이웃 사람들도 '꼬마 작가'의 탄생을 함께 축하해 주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피터의 시골생활>로 예희가 학교로부터 받은 상장과 도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표창장.
▲ <피터의 시골생활>로 받은 상장과 표창장 <피터의 시골생활>로 예희가 학교로부터 받은 상장과 도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표창장.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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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닙니다. 이 책으로 인해 예희가 다니는 학교로부터 상장도 받았습니다. 나아가 도 교육청에까지 소문이 퍼져 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꼬마 작가'로 널리 인정을 받은 셈이지요. 예희에게는 큰 격려가 되었을 것입니다.

꿈꾸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자가 인생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주위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선한 영향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맑고 밝고 따뜻한 마음을 많이 전하는 것이 되겠지요. 조카 예희가 이런 사람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함께 기뻐합니다.


태그:#꼬마 작가, #피터의 시골생활, #자연친화 , #조예희, #해리포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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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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