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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언제 가질래?'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꼭 따라오는 질문입니다.
하나 키우며 일하기도 버거워죽겠는데, 둘째는 언제 낳느냐는 질문을 들으면 부담스럽다 혹은 화가 난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참 많이 들었어요.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동료 중에 초등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4학년 아들을 둔 동료는 지금까지도 둘째는 언제 낳느냐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그런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다른 동료가 조언을 해주더군요.

저는 운 좋게도 한 번의 출산으로 두 명의 아이를 얻어 둘째를 언제 가질 거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한 번에 둘을, 그것도 남매로 낳았으니 이제 더 안 낳아도 되겠다며 상대방이 가족계획을 마무리 지어주곤 하죠.

쌍둥이
▲ 쌍둥이 쌍둥이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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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 저의 가족계획은 아들 둘, 딸 둘씩 총 4명의 자녀를 낳는 것이었습니다. 금전적으로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는 맏이로 자라 동생들에게 치이고 책임감에 힘겨워했으면서도 형제가 많아 불편했다는 생각보다는 하나가 더 있어서 균형이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형제들 간에 아주 친하지도 않고, 자라면서는 늘 부족한 것을 두고 경쟁하고 싸우기 일쑤였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겨우 한 번의 출산으로 쌍둥이를 낳고 육아라는 긴 터널을 통과해보니 출산도, 육아도 두 번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은 출산과 육아를 한 번에 끝내서 좋겠다고는 하지만 쌍둥이 출산과 육아는 일정 시간까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 이상 출산을 하고 더욱 긴 육아 터널을 통과하고 있거나 이미 통과한 엄마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워킹맘이 육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시기는, 갓난쟁이를 조금 키워놓고 회사에 복직하면서부터 발생합니다. 아이들이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기관의 휴관(휴교)이 문제를 야기하는 겁니다.

상하반기 선생님 상담이나 학예회, 운동회, 기타 야외 행사 등으로 부모가 기관을 방문할 일이 생기고, 방학이나 휴관(휴교)를 할 때마다 부모 중 누군가는 휴가를 내야 합니다. 게다가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해서 또 휴가가 필요하죠.

법적으로 한 해를 만근하면 주어지는 연차휴가는 15일입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여름과 겨울, 봄 방학은 적어도 13일 이상이고 국공립 기관이나 초등학교 이상인 경우는 방학만 해도 두 달이 훌쩍 넘습니다.

법적 연차휴가 일수를 모두 소진해도 아이 돌보기가 힘든 경우가 빈번합니다. 게다가 법적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는 동료를 직장생활 17년 동안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대략 10여 개를 쓰는 게 고작입니다. 그나마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한 휴가비를 보상해주는 회사는 양반에 속합니다.

여전히 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조퇴, 정시 퇴근을 하는 것이 얼마나 눈치 보이는 일인지 아십니까? 요즘은 아이가 아파서 휴가를 내는 남자 후배들이 더러 보이기도 합니다만, 아직도 아이가 아플 때 아이 돌봄은 엄마의 몫인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만 집에 끼고 쉬게 해주면 금방 나으련만 사정이 허락지 않고 겨우 병원만 반복해서 다니는 형편인데, 그나마도 상사와 동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합니다. 휴관(휴교)를 알리는 공문을 받을 때의 한숨과,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침을 콜록이는 아이를 보며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를 원망하게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아플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엄마의 출퇴근 시간을 기관이 커버해주지 못하는 경우 주변의 도움은 필수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9시에 시작하고 학교조차 8시 30분에 등교를 합니다. 출근하려면 집에서 7시 15분에는 출발해야 하는 제 스케줄과 1시간 이상 차이가 납니다.

방과 후 수업이나 돌봄 교실을 이용해도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5~6시면 끝나는데 저는 눈썹이 휘날리게 퇴근하고 집에 와도 8시가 넘습니다. 그것도 아주 일찍 퇴근한 날의 경우이고 대개는 9시나 10시를 훌쩍 넘기게 마련이죠.

쌍둥이 남매가 5세 이전이었던, 아주 바쁜 어느 달에는 매일 밤 12시를 넘기는 것도 모자라 한 달 9번의 주말 중에 7번이나 평일과 똑같이 출근해서 근무한 적도 있었답니다. 쌍둥이 남매를 돌봐주시던 친정엄마의 육아시간도 주당 40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아이를 부탁할 수 있는 친정엄마가 있는 워킹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라고 할 정도로 복받은 겁니다.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독박 육아 중인 워킹맘이 얼마나 많은지요.

아이가 하나든 둘이든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기관을 전전하거나 아이 돌봄 시터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 시터넷 등에서 가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 5일 동안 집에 상주하며 아이를 돌보는 50대 한국 여성의 월급은 약 230~270만 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아이가 둘인 경우 오전 10시~오후 4시 동안 기관을 이용하더라도 250만 원 정도를 줘야 한다고 합니다. 필리핀 여성의 경우 170만 원, 조선족의 경우 200만 원 정도를 줘야 한답니다.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을 넘는 수준입니다.

이런 아이 돌봄 비용은 100% 현금 결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의 세액 공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믿고 맡길 돌봄 시터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워킹맘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 고용주로서의 입장이 아닌 아이를 맡긴 약한 엄마의 입장에서 어서 빨리 아이들이 크기만을 바라는 워킹맘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하나든, 둘이든 이런 양육의 고민은 동일한 것 같아요.

둘째출산,pixabay
▲ 둘째출산 둘째출산,pixabay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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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의 선생님들 중에서도 분명 워킹맘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일반 직장에 근무하는 워킹맘의 근로형태를 모두 수용하기 위해 1년 365일 하루에 9시간 이상씩 쉬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다가는 그네들의 아이들 돌봄에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분명 현재의 보육 형태나 교육 분위기, 또 직장의 근무 문화를 보면 우리나라는 결코 아이를 키우기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기간을 되돌아보니 처음에 쌍둥이가 아니라 아이가 한 명이었다면 저는 과연 둘째 출산을 계획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남편도 잘 도와주고, 친정도 적극 지원해주시고, (당황한 적도 더러 있지만) 좋은 돌봄 시터를 만나기도 했고, 가사도우미까지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힘듦의 연속입니다. 육아와 일 중 늘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선택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한쪽의 선택은 다른 한쪽을 부실하게 만들죠.

그런데 다자녀 출산을 지원하는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혜택은 둘째는 커녕 셋째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엔의 세계인구현황보고서(2016)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184위로 1.2명에 불과합니다. 두 명도 출산하지 않는데 셋째에 혜택이 집중되어 있다니 아이러니합니다.

둘째출산, pixabay
▲ 둘째출산 둘째출산, pixabay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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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회적으로, 우리네 인식조차도 둘째 육아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인데, 타인이 묻는 둘째 소식 이외에 엄마들은 스스로에게 둘째 출산에 대한 질문을 품고 삽니다.

형제, 자매들끼리 노는데 낀 외동아이가 안쓰러워서 둘째를 낳으면 어떻겠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이가 심심해해서 늘 엄마만 찾으니까 쌍둥이 남매를 보고, 같이 놀아서 좋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혹은 지금은 하나 키우는 것이 둘보다 수월하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어 형제간의 도움이 필요할 때 힘들 것 같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너무 예뻐서 출산이나 초기 육아의 고통은 다 잊은 채 다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많은 이유들 때문에, 워킹맘으로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를 알기 때문에 둘째를 낳을까 고민하는 워킹맘에게 감당할 수 있는지 먼저 묻게 됩니다.

경제적인 부담, 아이가 어릴 때 자유로운 외출 불가로 생기는 사회적 고립감, 복직 후 일과 육아의 균형, 첫째와의 무한 경쟁, 좀 더 나이가 든 몸의 체력적 부담... 어느 하나 둘째를 낳는데 호의적인 상황이 없습니다.

쌍둥이를 출산해서 둘이 함께라 참 좋고, 둘이라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지금 같은 사회의 보육 형태, 근무형태라면 회사를 다니면서 두 번의 출산, 두 번의 육아는 절대로 다시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워킹맘육아, #둘째출산, #쌍둥이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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