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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사] 중국에서 형벌로 코를 벤 이유, 이거였구나

쌀 포(包, bao)는 아이가 엄마의 자궁에 둘러싸여 있는 데서 ‘싸다, 감싸다’의 의미가 생겨났다.
▲ 감쌀 포(包) 쌀 포(包, bao)는 아이가 엄마의 자궁에 둘러싸여 있는 데서 ‘싸다, 감싸다’의 의미가 생겨났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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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만두 종류가 다양한데, 찐빵처럼 크고 안에 속이 든 만두를 바오쯔(包子)라 한다. 얇게 민 밀가루피로 야채, 고기, 해물 등을 감싼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밖을 둘러싼 밀가루의 담백한 맛과 속의 양념이 서로 어우러지며 그 맛이 한층 배가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감싼다'는 것은 이렇게 요리뿐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누군가의 허물이나 실수를 너그럽게 감싸주는 것으로 관계는 더욱 긴밀하고 굳건해진다.

아이를 가진 엄마가 뱃속의 태아를 감싸는 것보다 더 따뜻하고 위대한 '감쌈'은 없을 것이다. 감쌀 포(包, bào)는 쌀 포(勹)와 웅크린 태아의 형상인 사(巳)가 결합된 형태로, 아이가 엄마의 자궁에 둘러싸여 있는 데서 '싸다, 감싸다'의 의미가 생겨났다.

엄마가 태아를 감싸듯, 늘 새로운 풀을 찾아 유랑하는 초원의 유목민들을 포근히 감싸 휴식하게 하는 것이 멍구바오(蒙古包)다. 드넓은 초원에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자들의 이동식 간이 안식처인 멍구바오는 비록 허술하지만, 초원의 새벽 한기와 이슬로부터 유목민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포근한 솜이불 같은 역할을 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목민의 고단한 발걸음을 감싼 멍구바오에는 아마 초원의 풀꽃 향이 진하게 배어 있을 것이다.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무엇을 쌌느냐에 따라 그 향이 그 종이에 배이듯, 우리가 두 팔로 감싸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존재의 향이 스며들 것이다.   

베이징대학의 총장을 지낸 차이위안페이(蔡元培)는 '겸용병포(兼容幷包)'의 기치 아래 널리 인재를 등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넓게 받아들이고 모든 방면을 아울러 포용한다는 겸용병포의 의미처럼 차이위안페이는 나이, 사상, 학위 유무를 떠나 능력 있는 인사들을 대거 초빙해 베이징대학의 융성을 이끌었다.

또한 서구의 민주, 과학사상과 중국의 전통유교사상을 넓게 아우르고, 문사철의 모든 인재들을 대학에 초빙했다. 그야말로 포용하지 않은 사상이 없다는 '무소불포(無所不包)'를 실천한 차이위안페이의 노력으로 베이징대학은 당시 5.4신문화운동을 이끌며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 인재의 산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편을 가르지 않고, 배척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유연한 포용의 정신은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종이로는 불을 쌀 수 없다(纸包不住火). 모든 것을 감싸 안기 위해서는 더 넓은 품과 뜨거운 불을 이겨내는 단단한 내구성에 기반을 둔 크고 너그러운 그릇이 필요할 것이다.

뜨거운 불마저 너그럽게 다스려 감싸 안는 아궁이 같은 우직함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 같은 너그러움으로….


태그:#包, #중국, #포용, #감쌀포, #감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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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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