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대중 문화 산업에서 '갈등'이나 '대립'이라는 단어는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부정적인 것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대중 예술가에게 공인으로서의 품위와 바른 행실을 요구하는 일반 대중들의 압력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란 말도 있듯이, 갈등과 대립만큼 대중의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키는 것도 없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이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물론 주위의 비난을 이겨낼 만한 수준급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거나 실력이 모자랄 경우에는 엄청난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험도 있지만요.

오아이스,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

 영화 <슈퍼소닉>의 한 장면. 미국 투어 도중 마약에 취한 채 주절거리는 리암과 노엘의 모습이 잡힌, 멤버들끼리 찍은 홈비디오 자료 화면이다. 노엘 갤러거, 리암 갤러거 형제는 오아시스 밴드 활동 과정에서 거리낌 없는 행동으로 수많은 뉴스 거리를 제공했다.

영화 <슈퍼소닉>의 한 장면. 미국 투어 도중 마약에 취한 채 주절거리는 리암과 노엘의 모습이 잡힌, 멤버들끼리 찍은 홈비디오 자료 화면이다. 노엘 갤러거, 리암 갤러거 형제는 오아시스 밴드 활동 과정에서 거리낌 없는 행동으로 수많은 뉴스 거리를 제공했다. ⓒ (주)씨네룩스


영국 록 역사상 최고의 밴드 중 하나인 '오아시스'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뷔 초부터 형제 멤버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의 각종 악동 행각과 내부 갈등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었고, 그것을 언론을 통해 부각시킴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지요.

이들은 특히 데뷔 후 첫 3년간 명곡을 쏟아내며 무지막지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994년 데뷔 싱글 '슈퍼노바'로 차트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이래 1집 <데피니틀리 메이비>, 2집 <모닝 글로리>의 연이은 성공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릅니다. 1996년의 넵워스 공연은 무려 25만 명의 관객 앞에서 치러지면서, 절정에 오른 이 밴드의 인기를 증명하였습니다.

이 영화 <슈퍼소닉>은 바로 그 공연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공영 주택 단지 출신의 노동 계급 청년들이 이룬 성공담이라는 플롯을 기본으로 깔고, 이 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형제간의 갈등과 기행,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던 앨범 작업, 매끄럽지 못했던 멤버 교체, 불행한 가정사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붙듭니다.

홈비디오부터 공연 실황까지, 생생한 장면들

 영화 <슈퍼소닉>의 한 장면. 1996년의 넵워스 공연은 25만 명의 관객과 함께 한 엄청난 규모의 콘서트였다.

영화 <슈퍼소닉>의 한 장면. 1996년의 넵워스 공연은 25만 명의 관객과 함께 한 엄청난 규모의 콘서트였다. ⓒ (주)씨네룩스


작품 전체의 골격을 이루는 멤버들의 오디오 인터뷰는 갤러거 형제 특유의 툭툭 던지는 냉소적인 말들과 그 속에 들어 있는 진심, 음악에 대한 열정이 충돌하면서 인상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에 걸맞은 다양한 자료 화면-팬들이 찍은 홈비디오부터 공연 실황 중계까지-들을 모아 재구성하거나, 톡톡 튀는 시각적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새롭게 디자인해서 만든 화면들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감독을 맡은 맷 화이트크로스는 영국의 명감독 마이클 윈터바텀과 공동으로 연출한 <관타나모로 가는 길>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장편 극영화를 몇 편이나 찍을 수 있는 다양한 대립 구도와 갈등 양상이 펼쳐지는데, 이것들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면서도 서로 뒤섞이지 않게 잘 배치해 낸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갈등 많았지만, 많은 명곡 남긴 밴드

 영화 <슈퍼소닉>의 포스터.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최전성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써,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재기발랄한 화면과 생생한 공연 장면들을 통해 들려준다.

영화 <슈퍼소닉>의 포스터.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최전성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써,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재기발랄한 화면과 생생한 공연 장면들을 통해 들려준다. ⓒ (주)씨네룩스


탁월한 사운드 믹싱으로 오아시스 특유의 디스토션 강한 기타 사운드를 잘 살려 낸 공연 장면들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샴페인 슈퍼노바', '원더월', '돈 룩 백 인 앵거' 같은 명곡들이 나올 때는 공연장에 온 것처럼 몸이 저절로 들썩일 정도입니다.

갤러거 형제는 대중 음악계의 기존 질서와 분위기에 반항하는 듯한 악동의 모습을 자주 보여 주면서, 영국 노동 계급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적절하게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며,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은 팍팍한 현실 속의 '오아시스'가 돼 주었던 것이죠.

성격적으로 정반대인 두 사람은 그룹 활동 중에도 그들 사이의 갈등을 감추려 들지 않았습니다. 보는 사람이 더 아슬아슬하게 느낄 정도의 관계였지만, 노엘 갤러거의 탈퇴로 해체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같이 밴드 생활을 하며 주옥같은 곡을 많이 남겼지요. 그들의 라이벌 의식은 좀 더 좋은 곡을 쓰게 만들었고, 더욱 매력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대중 예술가에게 남는 것은 결국 작품 뿐입니다. 작품으로 평가 받고 기억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죠. 그 때문에 좋은 작품을 하나라도 더 남기기 위해 분투해야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러가지 가십거리를 생산해 내는 와중에도 담담하게 창작의 길을 걸어간 오아시스의 모습을 잘 보여 줍니다. 풍부한 기타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 그리고 시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그들의 음악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 넘어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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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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