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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우리 아들이 사는 세상이 더 좋아졌으면 해서 나오게 됐습니다."

옆에 선 세 살배기 한시온(3)군을 가리키며 아빠 한기영(강원도 원주 거주)씨가 말했다. 추위로 인해 목도리에 모자까지 푹 눌러쓴 시온군 두 손에는 '박근혜 퇴진'이라 쓰인 손자보가 들려있었다.

한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주는 것은 죄나 마찬가지"라며 "아들이 살 세상은 지금과 달랐으면,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열린 첫 번째 촛불집회에 참석한 세 살배기 한시온군(3)과 아빠 한기영씨. 한씨는 "우리 아들이 살 세상은 지금과 달랐으면,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열린 첫 번째 촛불집회에 참석한 세 살배기 한시온군(3)과 아빠 한기영씨. 한씨는 "우리 아들이 살 세상은 지금과 달랐으면,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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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열린 첫 번째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더 거센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국민들이 할 일이 없어 시위에 나온 게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주도권 싸움하지 말고 즉각 탄핵을 추진하라"며 정치인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앞서 3일 오전 4시께 야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발의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3일 오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늦춰진 탄핵안 표결' 책임을 일부 야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렸다. 애초 국회 2일 표결을 목표로 추진됐던 박 대통령 탄핵안은, 탄핵안 가결에 꼭 필요한 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설득 여부를 놓고 야당 간 이견으로 인해 결국 '9일 표결'로 미뤄졌다.

탄핵안 발의 시점을 놓고 이견이 엇갈리면서 흔들렸던 야권 공조는 결국 3일 오전 야3당이 함께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초등학교 3학년·6학년 두 딸과 함께 촛불을 들고나온 양유경(45·경기 하남시)씨는 "(탄핵안 표결 지연은) 박근혜 대통령 책임이다. 본인이 직접 해야할 일을 국회로 떠넘겨 이런 사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통령 3차 담화를 보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빨리 그만두는 게 제일 빠른 해법"이라는 게 양씨의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양씨는 "자기가 해야 될 일을 남에게 미뤘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출판업계에서 일한다는 그는 "요즘 뉴스를 보느라 회사일도 제대로 못 한다. 대통령 말대로 비정상적인 생활이 정상이 될 수 있게, 오늘이 마지막 촛불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역사박물관에서 바라본 '박근혜즉각퇴진의날'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열린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역사박물관에서 바라본 '박근혜즉각퇴진의날'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열린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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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아들, 부인과 함께 강원도 원주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온 한기영씨는 세월호 희생자 얘기를 하다가 울먹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터지기 세 달 전에 제 아들이 태어났다. 우리가 무슨 전쟁 중인 나라도 아닌데, 국민들이 물 속에 빠져 죽어가는 걸 보면서도 국가가 구하지 못하고 나몰라라 하는 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발생 뒤, 이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두려워 이민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한씨는 "지금 여기 촛불집회에 나온 국민들이 할 일이 없어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수차례 촛불을 들며 이렇게까지 만들어줬는데, 탄핵 날짜를 뒤로 미루기만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거다.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의사를 반영하려 뽑은 게 국회의원인데, 박지원 (국민의당)위원장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늘 계산만 하고 있다"며 "정치적 사리사욕만 판치는 나라를 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할 것은 퇴진 뿐... 직접 내려오라"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하길 바라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말없이 아들 손에 들린 '박근혜 퇴진' 손자보를 가리켰다. 

지난 1일 오후 야3당 대표 회담에서 민주당·정의당은 '1일 발의, 2일 본회의 표결'안을 제안했으나, 국민의당은 비박계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9일 표결'을 주장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탄핵안은 발의가 아닌 가결이 목표"라며 "1일 본회의 때 비박계 의원들을 만나 '당신들이 좀 결정을 해라' 이렇게 통보했다. 촛불 민심을, 국민 여론을 봐서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탄핵안은 3일 오전에야 발의됐고, 8일 보고를 거쳐 9일 표결할 예정이다.

촛불 시민 "박근혜 즉각 퇴진" 요구 3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즉각퇴진의 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촛불 시민 "박근혜 즉각 퇴진" 요구 3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즉각퇴진의 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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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촛불집회에는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 50~60대 중장년층도 많이 보였다. '스스로 꺼지는 것이 좋은 대통령', '스스로 꺼져라', '박근혜 즉각 퇴진' 손자보와 촛불을 각각 양손에 들고 친구들과 나란히 서서 '인증샷'을 찍는 50대 남성들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세 번째 참석했다는 50대 남성 장아무개씨는 "저희는 딴 것 없다, 저 분(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빨리 나와주시면, 하야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일 탄핵안 발의 무산과 관련해 "본인 하야를 하지 않고 국회에다 떠넘긴 박 대통령 책임이 제일 크지만, 더불어민주당도 무르게 행동했다"라며 "국민들이 추운 날씨에서 촛불을 드는 동안 정치인들은 주도권 싸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는 6일 여의도 국회에서는 정유라 특혜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국회에 소환돼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3일 광화문 집회에서는 사전행사로 '삼성·현대·롯데의 정경유착과 범죄행위를 알리는 범죄 엑스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은 "재벌은 명백한 공범이며 최대의 수혜자"라며 "재벌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고 구속 처벌해야 한다. 정경유착을 줄이고 박근혜 부역자들이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온·오프라인 국민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서명하러 가기).  

3일 오후 2시, 박 대통령 탄핵에 제동을 건 새누리당을 규탄하며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시작된 제 6차 촛불집회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은 오후 9시 30분 현재도 광화문에서 진행 중이다.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는 10일에도 광화문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을 내건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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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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