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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텅 비어있는 베를린 신공항
 주차장이 텅 비어있는 베를린 신공항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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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를린에선 템펠호프 공항(Flughafen Tempelhof)을 폐쇄하였다. 그리고 그에 맞춰 새로운 공항을 짓기 시작하여, 2012년에는 베를린 북서쪽에 위치한 테겔 공항(Flughafen Tegel)과 동남쪽의 쇠네펠트 공항을(Flughafen Schönefeld) 폐쇄하고, 신공항 하나만을 운영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2016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테겔 공항 그리고 쇠네펠트 공항은 모두 운영 중에 있다.

지난 몇 년간 베를린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였다. 그에 따라 항공편으로 베를린을 방문한 사람은 2010년 약 2천2백만 명에서 2015년 약 2천9백만 명으로 늘었다. 두 공항이 여전히 운영 중인 이유는 이렇게 비행기로 베를린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2011년에 완공되었어야 할 베를린 신공항(Flughafen Berlin Brandenburg)이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쇠네펠트 공항 옆 부지에서 베를린 신공항을 위한 기공식이 있었다. 당시 공사비용은 약 24억 유로였고, 2011년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공사비용은 늘어났다. 2010년에는 처음으로 완공 예정일이 6개월가량 연장되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곧 완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이 기대를 끝없는 실망과 자조를 넘어선 포기로 내몰기 시작한 베를린 신공항 사업의 재앙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의 베를린 신공항 공사는 벌써 끝났나?(Ist der BER schon fertig) 페이지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의 베를린 신공항 공사는 벌써 끝났나?(Ist der BER schon fertig) 페이지
ⓒ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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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초기에 비해 약 2배가량인 50억 유로 가량이 투입되고 있다. 공항 완공 예정일은 그 이후로도 수차례 연기되었고, 최근에는 언제 완공이 될지 관련 담당자조차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 그 누구도 베를린 신공항 사업이 정상 운영을 시작할지 아무도 모르고 10년여간 수많은 정치적, 경제적, 건축적 문제가 얽히고설킨 베를린 신공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신공항 개장이 연기된 지 1000일을 맞아 각종 언론사가 베를린 신공항 사업을 재조명하였다. 겉에서는 멀쩡해 보이는 건물이 이미 들어섰음에도 1000일 동안 개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에서는 베를린 신공항 공사는 벌써 끝났나?(Ist der BER schon fertig)라는 페이지를 통해 이미 밝혀진 주요 문제점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어떤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혹은 해결 중인지를 보여주며 개략적인 공항 완공 연도를 예측하고 있다.

참고로 BERtrug(신공항 약자인 BER과 사기라는 뜻의 독일어 Betrug의 합성어)이라는 홈페이지에서는 사업 과정에 있었던 수많은 문제점과 사기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정리하여 공개하고 있다.

베를린 신공항 비용 홈페이지의 모습
 베를린 신공항 비용 홈페이지의 모습
ⓒ 베를린 신공항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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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이 도대체 어느 규모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베를린 신공항 비용> 홈페이지도 만들어졌다. 홈페이지 상단부에는 총공사비가 얼마나 투입되었는지, 공사 시작 이후로 매달, 매일 그리고 이 홈페이지에 들어온 이후로 얼마나 공사비가 투입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홈페이지 하단부에는 그러한 총비용이 어느 규모인지 몇몇 지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진 중간부터 아래로 1. 얼마나 많은 유아에게 유치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2. 몇 달간 브란덴부르크 주장관에게 월급을 지급할 수 있는지. 3. 몇 미터의 베를린 A100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는지. 4. 몇 개의 미니어처 공항 모델(함부르크 소재 미니어처 놀이공원 모델 기준)을 만들 수 있는지. 5. 몇 년간 독일 연방 의원들에게 항공비를 지원할 수 있는지. 6. 얼마나 테겔 공항 연장 운행할 수 있는지. 7. 몇 개의 베를린 중앙역을 더 건설할 수 있는지. 이 7가지 내용을 통해 현재까지 투입되고 있는 공사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표현하고 있다.

풍자 전문 온라인 신문 데어 포스틸리온(Der Postillion)는 매달 3천5백만에서 4천만 유로가 투입되어야 하는데도 여전히 언제 공사가 완료될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신공항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는 풍자 기사를 올리기도 하였다. 

풍자 기사지만 실제로 누군가에겐 그럴싸하게 들릴 정도인 베를린 신공항 사업은 유례가 없는 재앙이라고 불리고 있는 대형 건설사업이지만, 이것은 단순히 베를린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2200개의 대형 건설사업을 조사한 도시계획가 벤트 플루비야(Bent Flyvbjerg)의 연구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업의 25%가량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약 78%는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10%가량의 대형 건설사업만이 누가 보더라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공되었고,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업은 3~5% 내외라고 한다. 심지어 다수의 민간 대형 건설사업은 사업 과정에서 아예 파산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로또에 투자하는 한 개인의 작은 돈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수많은 비용과 세금이 투입됨에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대부분 대형 건설사업 계획에 있어 공사비, 공사 기간 그리고 기술적 문제 등 비용 및 공사 기간을 늘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소평가를 하는 반면에 재원 조달, 완공 후 운영 등에 관해서는 긍정적으로 과대평가를 하는 계획 과정 자체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형 건설사업이었던 슈투트가르트 21, 함부르크 필하모니 사업 모두 계획보다 공사 기간이 늘어났고, 늘어난 공사 기간 이상으로 수배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또한 다양한 건축물로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려던 뒤셀도르프의 미디어 항구는 실제 지역이 성공이 아니라 정상적인 도시의 한 구역으로 안정화될 때까지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대형 건설사업이 유행처럼 번져나간 경향은 전 세계 도시 재생의 대표 명사인 스페인 빌바오 그리고 도시 재생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자리 잡은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이 선례로 자리 잡았던 영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빌바오의 사례에선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화려한 대형 박물관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건축물을 세웠다는 점, 동시에 도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수많은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있다. 이는 빌바오라는 도시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맥락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한 채 성공의 가장 화려한 껍데기만을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사업이 쉽게 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기는 커녕 경제적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이미 익숙해진 내용이다. 극소수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대형 건설사업이 낙관적인 예상의 결과를 창출해내기엔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대다수의 사례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남 PRIDE 상품에 기고된 글입니다.



태그:#독일, #베를린, #공항, #건축, #건설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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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1. 유튜브: https://bit.ly/2Qbc3vT 2. 아카이빙 블로그: https://intro2berlin.tistory.com 3. 문의: intro2berli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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