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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고사 대성당의 위용
 사라고사 대성당의 위용
ⓒ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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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종탑 등 교회의 상징만 없었으면 절집으로 착각할 분위기의 포르투갈 브라가 성당
 십자가와 종탑 등 교회의 상징만 없었으면 절집으로 착각할 분위기의 포르투갈 브라가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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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고유명사는 그 주인공이 대부분 인물이다. 역사와 자연, 사물이 드러난 경우도 많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인물이 있다. 여행은 한편으로 고유명사 순례라 할 수 있다. 고유명사가 쌓은 역사와 자취를 돌아보면서 가치를 되새기고 오늘의 거울로 삼는 것이 곧 여행이 지닌 묘미다. 이베리아 반도, 인기 좋은 고유명사가 참 많이 기다리는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그라다나의 알람브라 궁전, 세비야의 대성당과 플라멩코, 무어인의 행적과 무데하르 양식의 건축, 로마인의 유산, 왕과 왕, 그리고 여왕, 포도주, 성모마리아와 성인들,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 무어인들의 왕 무함마드, 엘 고야와 벨라스케스, 피카소, 달리와 같은 화가군 등, 나열하기도 벅차다.

인기 좋은 고유명사는 특징이 있다. 역사를 관통하는 위대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두터운 진리를 품고 있다. 또 하나가 있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지대한 공로다.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로 현실에 끼치는 공이 크다. 이것이 높은 인기의 원인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베리아 반도의 고유명사는 대다수가 이 두 가지를 충족하고 있다. 

이 점은 여행객의 측면에서 볼 때 참 놀라운 현실이다. 과거로부터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는데,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도 그 인기가 지속될 것이란 믿음이 크다. 대개 인기란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것이 그 속성이다. 세상을 들썩이던 인기도 시간이 흐르면 시든다. 나라를 바꿀 만한 미모라고 칭송을 받다가도 개성을 겸비한 또 다른 미인에게 밀리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배우나 가수도 때가 되면 역사의 뒤안길에서 그 명맥만을 유지하기 일쑤다. 이처럼 무상한 것이 인기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 말고는 다 변한다'는 논리에 딱 들어맞는 것이 인기다.

스페인 레온 대성당. 드넓은 성당 앞 광장엔 산티아고 순례객들이 지친 발걸음을 쉬어가곤 했다.
 스페인 레온 대성당. 드넓은 성당 앞 광장엔 산티아고 순례객들이 지친 발걸음을 쉬어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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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빛의 성당으로 불리는 레온 성당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빛의 성당으로 불리는 레온 성당 내부.
ⓒ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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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관통하는 인기의 원인을 알고 보면 간단하다. 딱 두 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 진리를 행하고 둘째, 이타 행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드러내는 덕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두루두루 혜택을 입히고 있다. 예컨대 안토니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를 흥청거리게 한다. 세계 건축학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마무시하다. 가우디를 보러온 관광객이 바르셀로나에 풀고 간 돈이 놀라운 숫자라 했다. 알람브라 궁전은 그라나다시에 실로 놀라운 경제적 혜택을 안기고 있고, 포르투갈의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마리아는 파티마의 활력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야고보 성인을, 만레사와 몬세라트는 이냐시오 성인을 등에 업었으며, 세고비아는 수로교를 전면에 내놓았다. 톨레도의 산토 도메 성당의 그림 한 점은 성당의 재정을 도맡고 있고, 가르멜 수도원을 창립한 성녀 데레사는 아빌라 지방의 절대적인 지주였다.

스페인 코르도바의 무어인의 건축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대성당 메스키타 내부
 스페인 코르도바의 무어인의 건축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대성당 메스키타 내부
ⓒ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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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는 이베리아 반도뿐만 아니라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보물이었으며, 황량한 땅을 푸르게 장식한 도토리나무는 돼지 먹이로서가 아니라 잘라내서는 안 되는 공기 정화기다. 이 모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이며, 경제적 혜택의 절대적인 원인이었다. 각 곳에서 나름대로 품어내는 고유명사의 아우라는 말로 글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다.

사람 사는 사회는 좋건 싫건 인기와 뗄 수가 없는 관계를 맺고 산다. 예컨대 길동무 다섯 부부 여행 중에도 항상 나름의 인기가 존재한다. 추진력이 좋아서 인기, 기억력이 좋아서 인기, 개그 소질이 있어 인기, 사진을 잘 찍어서 인기, 심지어 잘 웃어서 인기를 유지하는 길동무도 있다.

어쨌든 위에서 열거한 고유명사의 인기를 다 합쳐도 당해내지 못할 인기를 지닌 인물이 있다. 한 인기 하는 다른 고유명사들도 그의 인기에는 필적할 대상이 못 된다. 유럽 고유명사의 인기를 진두지휘하는 인기다. 다른 고유명사가 호가호위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인기다. 오늘날 그의 이름을 팔아 거짓말을 하고 개인의 이익을 도모해도 모른 척 봐주기만 하는 마음 넓은 인기인이다.

한국에서 교회를 지어 사유화하고 세습을 해도 그건 그냥 사람 사는 사회의 일로 사회가 해결하도록 기다리는 인기인이다. 그가 펼쳐놓은 진리와 구원의 문은 크고 넓다. 자기 구원의 참다운 방법을 제시하고 구원의 문을 크게 열어놓았다. 다만 반드시 스스로 구원의 문턱을 들어서라 한다. 그리고 그것만이 참다운 구원임을 깨우칠 때까지 기다린다. 그의 특기는 기다림이다. 결자가 해지하기를 늘 기다린다. 그것이 참다운 문제해결이라 여기는 것 같다.

그는 열혈 청년의 몸으로 단 3년의 공생활을 했다. 사랑을 실천하고 진리를 행한 3년, 그가 행한 도의 논리란 아주 명쾌하고 쉬웠다. 그러므로 인기가 더 높고 시간이 흘러도 시들지 않나 보다. 인기는 항상 질투를 부른다. 그는 인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야 했다. 그런데 그의 인기는 사후에 더 높다. 그리고 무려 2천 년을 한결같다.

그는 아무것도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의 교회는 모두 그의 것이다. 살아서는 고작 열 두 명의 제자를 거느렸다. 그러나 죽어서는 지구 곳곳이 그의 제자들로 들끓고 있다. 그의 인기는 가늠할 수 없는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예수 그리스도, 그의 인기가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할 것임을 누구라서 의심하랴.

이 작품명은 <즈베니고로드의 구세주>다. 15세기 초엽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한 교회를 위해 그린 일련의 아이콘 중 하나다.
 이 작품명은 <즈베니고로드의 구세주>다. 15세기 초엽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한 교회를 위해 그린 일련의 아이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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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400명 동시에 참례할 수 있는 파티마의 성당. 중앙의 검은 예수 그리스도 상이 이채롭다.
 무려 8400명 동시에 참례할 수 있는 파티마의 성당. 중앙의 검은 예수 그리스도 상이 이채롭다.
ⓒ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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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객이라도 유럽을 여행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인기를 발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물론 인도를 여행하면 석가모니 부처의 깨우침에 머리를 조아릴 것이다. 그의 2500 년 인기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또 식은 죽을 먹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에 산재한 공자의 발자취를 따라갔다면 그의 인기를 실감하며 그의 사상에 옷깃을 여몄을 것이다. 어찌 아니겠는가. 중동의 메카에 모이는 무슬림(이슬람 교도)들의 그 하얀 믿음과 추종을 뒤쫓았으면 아울러 무함마드의 인기에 경의를 표했을 것이다.

'유럽에 성당만큼 흔한 것이 없다'는 말의 원인은 그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인기가 바탕에 있다. 이번 길동무 이베리아 반도 여행은 거의 성지순례라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성당을 탐방했다. 탐방하는 성당은 모두 그에 관한 인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고 활동한 곳도 아닌 지역까지 무슨 인기가 그리도 대단할까. 오늘날처럼 무시로 국경과 민족의 벽을 넘나드는 미디어에 힘입은 것도 아닌데 그 파급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베리아 반도 대도시는 물론이거니와 50가구 정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성당이 두 개가 있는 곳도 많다고 했다. 성당 숫자를 물었더니 어림짐작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고 했다. 유적지가 곧 성당이고 역사가 곧 성당과 함께이며, 인물의 이야기는 대부분 성당과 그 궤를 함께한다. 

앞의 글들에서 밝혔듯이 이 글은 그냥 여행기다. 여행을 위해 길동무란 이름으로 뭉친 다섯 부부 여행기다. 함께 어울려 보고 느끼고, 먹고 마시며 즐겁게 보낸 시간을 인상파식으로 기록해가고 있다. 그래서 혹자들의 호된 꾸지람을 각오하고 성인들의 엄청난 영향력을 그냥 쉬운 말로 '인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확인하기로 인기는 인기인 것을 어쩌랴.

"도대체 저 인기를 워쪄유?~"

복나눔씨가 낮게 중얼거린다.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 앞에서다. 입장을 기다리며 군집한 여행객을 둘러 보더니 평소 잘 쓰지 않던 고향 사투리를 쓴다. 혹자는 거긴 가우디의 인기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맞다. 그러나 가우디의 집념과 의지, 창의력 또한 예수 그리스도가 원천인 것을 어쩌랴. 가우디처럼 평생 한 곳을 향해 사랑하고 존경하고 집중하면 또 다른 멋진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여전히 '오병이어'를 기적이 아닌 현실로 실천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그에 기대는 많은 사람에게 빵의 원천이 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처처에서 나름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직접 나서지 않고도 아무도 추종할 수 없는 인기 관리를 하고 있다. 또 생전에 가보지도 않은 곳까지 거뜬히 장악하여 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 흔한 사인회 한 번도 없이 이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파티마 성모 발현지에서 밤마다 이어지는 촛불 행렬
 파티마 성모 발현지에서 밤마다 이어지는 촛불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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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信), 이 글자는 믿다, 신임하다, 맡기다, 신봉하다, 성실하다, 확실하다, 알다 등의 뜻이 있다. 이는 어떤 종교를 가진 누구나 아주 순정하게 간직하는 글자다. 또 존중하는 뜻이다. 그러므로 나는 교회가 그리 크고 화려함을 지향하는 것은 믿음의 본질과는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비판받아 마땅한 구석이 있다고 들춰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 생각이 아주 지엽적인 편견임을 깨달았다. 교회가 크고 화려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탓이 아니라 오히려 덕임을 확인했다. 크고 화려한 것 따위는 그가 관여하지 않는 영역으로서 사람들이 이룬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생산적인 결과였고 그것이 진행형임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그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사람 사는 사회에 지혜가 펄펄 살아 있어 더러 멋진 결과를 맺는다는 것을 그도 믿고 있는 것이다. 

혹 예수 그리스도의 인기가 싫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석가, 공자, 무함마드의 인기도 싫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이들을 능가하는 또 다른 위대한 성인, 인류를 뒤흔들 성인이 출현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세상 모두를 이롭게 하는 진리로 무장하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리고 현실을 충족할 인기인이 출현하기를 기도하면 된다.

그러므로 세상이 그 새로운 진리로 뒤덮일 때까지 이들을 추앙하는 형식이 더 커지고 화려해지더라도 참아야 한다. 슬며시 끼어드는 폐단은 꼬집을 수밖에 없다. 삐뚤어진 부의 활용이다. 특히 곧 시들 인기를 위해 치장하며 성인을 흉내 내는 부류들이다. 여행 중에 탐방한 곳 중 그런 곳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 드러나는 느낌은 역시 겸손을 잃어버린 탐욕이 빚은 무상함뿐이었다.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을 배경으로 길동무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을 배경으로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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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베리아 반도의 크고 화려한 교회는 과거의 돈과 시간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활용하지 않았으면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 소비되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크고 화려한 것은 과거 가진 자들의 진리를 숭상하는 표현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자기 사랑, 자기 감동을 그렇게 표출한 것이다. 그들의 기도 방식이 훌륭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역사가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바로 오늘 수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입히고 있다. 더 크고 화려한들 무슨 반론이 필요할 것인가.

그러므로 지금 바로 누군가 능력자가 있어 과거의 많은 것을 능가하는 크고 화려한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그것은 곧 현대사회가 갈구하는 노동력을 창출할 것이고 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이 시대를 대변하며 역사로 설 것이다. 이 시대가 길이 남을 자격이 있는 시대였음을 미래에 증명할 것이다. 

길동무는 이번 이베리아 반도 여행을 통해 참 많은 인기 고유명사들이 행한 '사람 사랑 콘서트'를 보았다. 그리고 인류 최고 인기인 예수 그리스도의 아주 오래된 묵언 콘서트가 인류를 위해 많은 참석자와 함께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것을 잘 관람했다. 인기의 참 본질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한 시간이었다. 고맙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을 위해 ‘길동무’란 이름으로 뭉친 다섯 부부가 있습니다. 모두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입니다.
이 글은 길동무가 2016년 10월에 여행한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 포르투갈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인도네시아 한인 경제신문 사이트 PAGI에도 실립니다.



태그:#길동무, #인기, #고유명사,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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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2015년 5월 인사동에서 산을 주재로 개인전을 열고 17번째 책 <山情無限> 발간. 2016,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현재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산마을에 작은 서원을 일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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