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왜 사람은 한 번 출세하면 겸손해지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메이저리거 내야수 강정호(피츠버그)가 최근 좋지 못한 소식으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강정호는 지난 2일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되며 물의를 일으켰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스타 선수가 음주운전도 모자라 뺑소니까지 저질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경찰조사 결과 강정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4%로 면허 정지 수준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조사 초기에는 동승한 지인이 운전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경찰이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운전자가 강정호로 드러난 사실까지 알려지며 여론은 그야말로 악화 일로다.

어느새 유명 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과 일탈 행위는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또 다른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이던 2011년 5월 미국에서 음주운전이 적발되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난 2015년 원정 도박 혐의가 밝혀지며 큰 물의를 일으켰고 벌금형과 함께 KBO로부터도 징계를 받았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2017년 WBC 대표팀 엔트리에도 탈락했다. 선배들의 '흑역사'를 지켜보면서 유명 메이저리거이자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에 대하여 느낀 것이 없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강정호, 뺑소니에 거짓말까지

시카고 트리뷴 "강정호,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  미국 일리노이주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뛰는 강정호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지난 7월 6일 보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5일 열린 LA 다저스와의 경기에 앞서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강정호.

음주운전 사고를 낸 피츠버그 내야수 강정호. ⓒ 연합뉴스


심지어 강정호는 어떤 면에서는 추신수-오승환보다도 죄질이 더 나쁘다. 자숙했어야 할 시기에 또 다시 물의를 일으켰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7월 시카고 원정 기간에 숙소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하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해당 여성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며 추가 증거를 찾지못하여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강정호와 피츠버그 구단도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성폭행 혐의와 달리 이번 음주운전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강정호의 과실이다. 사실 강정호가 최소한의 생각이 있는 인물이었다면, 한 번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고 나서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한동안 자숙하고 몸가짐을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구설수에 오른지 얼마되지도 않아 보란 듯이 대놓고 터무니없는 행동을 저질렀다.

이로써 강정호는 올 한 해에만 한국과 미국의 경찰서를 잇달아 들락거리는 '글로벌 문제아'로 등극했다. 성폭행 파문 당시 강정호를 감쌌던 피츠버그 구단도 이번 음주운전 파문이 알려지자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야구선수 강정호를 성원해 왔던 국내 팬들의 가슴에도 대못을 박은 셈이다. 야구선수로 평생 공들여 쌓아온 강정호 개인의 명예에도 큰 오점을 남겼다.

향후 강정호에게 내려질 처벌의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음주운전 으로 적발된 사례로 2015년 LG 트윈스 내야수 정성훈이 정규시즌 잔여 13경기 출장 정지와 120시간 유소년 야구 봉사, 올 시즌 초엔 kt 위즈 외야수 오정복이 15경기 출장 정지와 120시간 봉사 제재가 주어졌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는 정규시즌 잔여경기와 포스트시즌 1경기 출장 정지, 50시간 사회 봉사와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는 2011년 음주 운전 적발 당시 구류 27일에 집행유예 1년, 벌금 675달러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는 없었다. 추신수와 비슷하게 음주 관련 사고를 일으켰던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사례를 봐도 대부분 비슷하다.

국내에서도 음주 사고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솜방망이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지만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 음주 관련 사고를 저지른 이들에게는 재활시설에서 관련 치료 재활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보통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기간에는 경기에 나설 수 없어서 실질적인 출전 정지의 징계 의미도 가진다. 강정호의 경우, 추가적으로 구단 차원에서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자체 벌금 같은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WBC 대표팀에도 민폐 끼친 강정호

강정호가 현재 메이저리그 소속이기 때문에 KBO 차원의 징계는 불가능하다. 다만 내년 3월로 예정된 WBC 국가대표팀 명단에서는 제외될 것이 확실시된다. 대표팀은 원정도박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승환을 끝내 선발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기강과 명예를 훼손한 강정호에게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징계라기보다는 대표팀만 오히려 강정호 때문에 피해를 입는 셈이다. 내년 WBC에서 주전 내야수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았던 강정호가 전력에서 제외되면 대표팀은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유력한 주전 2루수였던 정근우(SK)마저 왼쪽 무릎 수술로 내년 WBC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단 김하성(넥센)-김재호(두산)같은 대체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강정호만큼의 타격 능력과 국제경험은 없다.

강정호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덩달아 민폐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했다. 아무리 야구선수로서 뛰어난 실력과 재능이 있다고 할지라도 올바른 인성과 자기관리를 갖추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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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 대리운전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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