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허탈하고 어이가 없고 화가 나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표를 줬던 지인 A는 요즘 "뉴스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고 토로한다. 연일 강도 높은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때문이다.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는 뉴스가 매일 새롭게 쏟아지니 뉴스를 안볼 수 없단다.

지지자들에게 최근 한 달간의 국정농단 보도는 말 그대로 '팩트 폭행'이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게 표를 줬던 51%는 이제는 4%선까지 줄어들었다. 그간 박근혜 대통령에 비판적 시선을 견지해온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게 국가냐'는 시국선언과 하야 요구가 전국적으로 빗발쳤다.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가파르게 증가해 93%까지 도달했다. 지난 대선 51대 48로 나뉘었던 한국 사회가 이제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100% 대한민국' 달성을 기묘한 방식으로 앞두고 있는 셈이다.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환산조차 어려운 비금전적 피해

국민들은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왜 울화와 수치심을 느낄까. 자신이 위임한 권력이 엉뚱한데 쓰인 것에서 오는 당혹감 외에도 그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유지, 발전시켜온 대한민국의 여러 공적인 가치를 대통령 개인이 실추했다는 이유가 적절히 섞여있을 것이다. 정의당 부설 미래정치센터는 한국사회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입은 피해 규모를 약 35조 7,731억 원 이상으로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순실이 국가 결정에 개입하면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마비시켜 경제적 손해를 낳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낙하산 인사와 대우조선해양 문제에서 약 2조 8000억, 사드 도입 등 무기사업 개입에서 14조 6000억 원, 개성공단 폐쇄에서 비롯된 피해가 약 17조 원 정도로 추산됐다. 미래정치센터는 이중 최순실 일가가 사적으로 2170억 원 정도를 취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최순실 일가가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들이 추가적으로 연일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면 사적 취득액 총합을 섣불리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비금전적인 피해는 아예 환산이 어렵다. '대리 국정'으로 훼손된 헌법적 가치와 국가 정통성은 탄핵으로 어느정도 회복되겠지만 사회적 신뢰라는 공적 자산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공직사회는 이번 국정 농단으로 덩달아 우스워졌다. 화룡점정은 청와대 의무실의 비아그라 구입이었다.

청와대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왜 대량 구입했는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구입에 쓰인 국가 예산은 8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일로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웃음꺼리가 됐다. <뉴욕타임스>, CNN, BBC, <로이터> 등 대부분의 외신들은 이 소식을 해외토픽으로 다루며 냉소적 시선을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각종 음담패설과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며 "정치 스캔들 위기를 맞은 박 대통령이 비아그라 구매까지 해명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했는데 아니었다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했는데 아니었다
ⓒ 참여사회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퇴진 이후가 더 중요하다

행정부의 공적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난장판을 수습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시민사회다.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매주 길바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탄핵만으로 이 사태를 일단락 짓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유독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수위라 그렇지 그간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의 부패 사건은 흔한 일이었다. 특히 최근 나오는 국제평가들을 보면 이런 사건들은 대통령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국가적 실패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부 정책결정의 투명성' 항목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34위에서 올해에는 총 138개국 중 115위까지 추락했다. '정부 지출의 낭비' 항목은 같은 기간 22위에서 70위까지 떨어졌다. '공적 자금의 우회적 사용' 항목은 26위에서 69위로 쳐졌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국가 수반에게 몰아주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평가받는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졌고 지금 우리의 행정체계는 대통령이 행정부 범위 내에서 폭주할 경우 제어가 쉽지 않은 상태라는 얘기다.

반면 국가 3부 중 입법부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의 독립성은 심대한 침해를 받았다. WEF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사법부 독립' 항목에서 2007년에는 전체 35위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72위로 떨어졌다. 일 처리가 허술했던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임기 말에 와서야 엉겁결에 드러나게 된 본질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들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권력주체들을 견제하도록 만들어놓았던 국가 내 '안전장치' 중 상당수가 이제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 국정원 등의 권력기관을 손보는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구조적으로 분산시켜서 더욱 세심한 분권형 민주주의를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성공하더라도 또 다른 대통령에 의해 국정농단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동환님은 오마이뉴스 기자이고, 참여사회 편집위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