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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집회에 참가한 유동인구 계산법을 개발한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촛불 집회에 참가한 유동인구 계산법을 개발한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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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유동인구는 새로운 현상이에요. 바로 '소심한 시민들' 때문에 100만 촛불도 가능했던 거죠."

100만 촛불은 과학자도 춤추게 만든다. 촛불집회 사상 처음 100만 군중을 돌파한 지난 11월 12일 광화문 3차 범국민행동을 계기로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SNS(소셜네트워크)로 소통해온 몇몇 과학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 '100만 촛불' 숫자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가 하면, 군중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법까지 만들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연구에 매진하는 게 덕목인 과학계에선 보기 드문 일이었다(관련기사: "촛불 숫자=경찰 추산 4배" '촛불 방정식' 나왔다).

촛불집회 유동인구를 계산하는 '촛불 방정식'을 만든 원병묵(42)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제 막 논문 수정본 두 편을 마무리한 원 교수는 한결 홀가분해 보였지만 지난달만 해도 미국 출장 다녀오랴, '촛불 방정식' 만들랴 정신없이 움직였다.

100만 촛불 민심, '샤이 과학자'를 집단지성으로 이끌다

평소 세상물정 모르던 '소심한(샤이) 과학자'를 일깨운 건 '소심한(샤이) 시민들'이었다. 지난달 12일 3차 촛불집회 당시 가족들과 서울광장을 처음 찾았다는 원 교수는 1시간 남짓 머물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무수히 목격했다.

"그날 새벽 의문이 들었어요. 촛불 참가자수를 주최 측은 100만, 경찰은 26만이라고 하는데 왜 그럴까? 경찰은 페르미 추정법을 이용해 면적과 밀도만으로 고정인구를 계산하는데 물리학에도 콘서트장 밀집도를 계산하는 비슷한 접근법이 있어요. 저는 이번 촛불 집회는 고정인구보다 유동인구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봤어요. 저처럼 그동안 사회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소심한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이죠."

원 교수 전공은 신소재공학 가운데서도 연성물질물리다. 금속처럼 딱딱한 고체가 아닌 액체(유체) 같은 연성물질을 다룬다. 촛불 군중을 하나의 물체로 본다면, '고정인구'는 고체고 '유동인구'는 유체다. 유동인구의 흐름 역시 원 교수의 전공 분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셈이다.

[촛불의 제1법칙] "고정인구보다 유동인구가 더 많다"

원병묵 교수는 지난달 13일 이같은 과학적 가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 사람이 집회 장소에 머문 시간이 2시간 정도라고 가정하면, 6시간 동안 같은 장소에 3명(유동인구)까지 머물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추산하는 동시간 최대 인원(콘서트장 밀집도 기준으로는 약 34만 명)의 3배인 100만 명까지 모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원 교수 글은 300회 넘게 공유되면서 퍼졌고, 언론도 100만과 26만의 차이를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로 보도했다(관련기사: [오마이팩트] 광화문 촛불 100만, 경찰 계산법은 틀렸다?).

불쏘시개였다. 뒤이어 김상욱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도 경찰 추산법을 근거로 광화문 촛불 집회 면적을 10만 제곱미터 정도로 보고, 원 교수의 유동인구 가설을 받아들여 경찰 추산 26만 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이 참여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가 기름을 부었다. 컴퓨터 분석 전문가인 박 교수는 '천문학에서는 밤하늘의 별도 센다'는 성언창 소백산천문대장 아이디어를 받아, 촛불 숫자를 세는 '캔들카운터'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12일 광화문 촛불 집회 사진 속 촛불 밀도를 측정한 박 교수는 유동인구를 빼더라도 광화문 일대 15만 제곱미터 면적에 최대 50만~70만 명까지 모일 수 있다고 22일 추정했다. 이 글도 페이스북에서 1000회 넘게 공유되면서 더 많은 입소문을 탔다.

"박 교수님은 실제로 숫자를 헤아려 본 거죠. 제가 한 바퀴 굴렸다면 박 교수님은 열 바퀴 굴린 효과일 정도로 이슈를 폭발시켰어요. 남은 건 유동인구를 어떻게 계산할까였죠."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1일 지난 11월 12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가한 유동인구 추산법을 메모한 수첩을 보여주고 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1일 지난 11월 12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가한 유동인구 추산법을 메모한 수첩을 보여주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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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유체물리분과 학회에 참석중이던 원 교수는 강연 도중 떠오른 아이디어를 수첩에 메모했다. 바로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유동인구에 의한 집회 인구 추산법'이다. 원 교수는 유동인구가 집회면적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유속(1초에 1m 길이를 지나가는 사람 숫자)을 고려한 유동인구 계산법을 내놨다. 유속이 충분히 빨라 유동인구가 경찰 추산 고정인구의 3배 정도가 되면, 광화문 촛불집회 참가자가 10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 추산법이 잘못 된 건 아니에요. 경찰은 집회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정인구만 고려하면 됐지 유동인구는 알 필요가 없었어요. 주최 쪽은 유동인구까지 포함한 전체 참여인원을 고려하는 게 맞고요. 저는 집회 현장에 고정인구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유동인구가 다녀갔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동인구가 많으면 집회 참가자가 경찰 추산보다 3~4배 많을 수도 있다는 거죠."

원 교수는 정확한 집회 참가자 숫자보다 '유동인구'의 비중에 주목했다. 유동인구가 고정인구보다 많은 건 지금까지 촛불집회와 다른 새로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유동인구가 참 많은 건 우리 같은 '소심한 시민들' 때문이에요. 예전 집회에서는 집회 참가자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분리돼 있었지만 이번엔 일반 시민들도 잠시라도 참석하려고 했어요. 그게 몇 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많은 분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있는 거죠."    

[촛불의 제2법칙] "유동인구가 많을수록 집회는 평화롭다"

이번 촛불집회의 두 번째 특징은 '평화집회'다. 지난 한달 광화문 일대에만 주말마다 100만 명 안팎의 시민들이 모였지만 별다른 사고나 충돌은 없었다.

"이번 촛불은 과거와 달리 고정인구보다 유동인구가 중요해요. 예전 집회는 전 국민 호응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잠재적 유동인구예요. '나도 가볼까' 하다가 나가거든요.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진입장벽이 그만큼 낮아진 거죠."

원병묵 교수는 지난달 26일 최대 규모로 열린 5차 범국민행동을 앞두고 밀집된 군중의 안전 사고를 우려하면서 대피 방법 연구를 제안했다. 이에 '페친'인 권석준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가 화답했다. 권 박사는 지난달 24일 수백만 군중이 밀집된 집회 장소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최적 대피 경로를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다른 과학자들처럼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은 재능기부였다.

다행히 기우였다. 광화문에만 역대 최대 인원인 150만 명이 몰렸고 청와대와 불과 수백m 떨어진 청운동주민센터까지 시민들이 행진했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원 교수는 이 같은 평화로운 집회 역시 유동인구의 힘이라고 봤다.

"5차 촛불집회는 유동성이 높아졌어요. 고정돼 있으면 사고가 나는데 대중에 유동성이 생기면 안전성이 높아져요. 시민들이 꽉꽉 채우는 것보다 공연도 보고 여기저기 다니며 즐기잖아요. 촛불집회가 진화하면서 시민들도 본능적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어요."

[촛불의 제3법칙] "경찰 차벽에 막힌 군중은 폭발한다"

청와대 포위 행진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참가자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청와대 포위 행진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참가자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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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달라졌다. 백남기 농민의 목숨을 앗아갔던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만 해도, 경찰은 주요 길목을 차벽으로 막고 집회 참여자들을 궁지에 몰았다. 경찰과 시민의 충돌은 불가피했고 물대포에 맞은 피해자도 속출했다. 5차 촛불집회의 경우 청와대 방향만 차벽으로 막았을 뿐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율곡로, 사직로 등 대부분 통로를 개방했다.

"경찰버스 차벽은 위험 요소예요. 집회 장소를 '닫힌계'(닫힌 공간)로 만들면 많은 사람이 밀집돼 '고체'가 되고 누군가 다쳐요. 3차 촛불집회 때 경복궁역 앞 도로에 사람들이 몰려 꼼짝도 못했잖아요. 내재된 압력이 폭발하면서 경찰과 일반 시민이 충돌할 수도 있죠."

원 교수는 집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물리학 법칙에 대입했다. 닫힌 공간일수록 사고 위험이 높고, 열린 공간일수록 안전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랑 물리적 문제랑 똑같아요. 압력이 굉장히 높아지면 탁 터져요. 갈등, 분쟁이 되는 거죠. 집회 장소를 열린 공간(열린계)으로 만드는 게 좋아요. 빠져나가기도 쉽고, 들어가기도 쉽고. 평화적인 집회가 되려면 유동인구가 많고 유동성이 확보돼야 해요. 경찰은 차벽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그러면 사고가 나요. 지금처럼 열리니까 경찰도 행복하고 일반 시민도 행복하잖아요. 누구도 자기 생명을 담보로 위험에 뛰어들려고 하지 않아요. 가만히 놔둬도 군중은 유동성이 커지면서 평화롭게 집에 돌아가거든요. 경찰이 일부러 통제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어요."

촛불 집회가 물리적으로 열린 공간이라면, 온라인에선 SNS가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과학자들의 집단지성과 대중과 언론의 호응도 모두 SNS를 매개로 했다.

"이 모든 사건이 페이스북에서 일어났어요. 처음 제 글 때문에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의 지식으로 참여하고 박인규 교수가 대중의 관심을 폭발시켰어요. 과학자와 과학자의 소통, 과학자와 대중의 소통, 그 과정에서 저널리즘이 유기적 역할을 했어요. 이들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이슈를 발전시켰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에요. 그만큼 우리나라가 변하고 있는 거죠."

 촛불 집회에 참가한 유동인구 계산법을 개발한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촛불 집회에 참가한 유동인구 계산법을 개발한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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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정도 이어진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쯤 원 교수는 나름 '애로사항'를 털어놨다. 유동인구 추산법을 발표한 뒤 여기저기서 정확한 집회 참가자 숫자를 계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신중했다.

심지어 조이코퍼레이션이란 IT기업에서 지난달 19일 4차 촛불집회 당시 와이파이 신호를 집계해 동시간 최대 인원(22만 명)의 4배 가까운 74만 명이 광화문에 몰렸다며, 원 교수의 계산식을 뒷받침했지만 이마저 검증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워했다(관련기사: 와이파이 신호 계산하니.. 19일 광화문에 74만 명 몰려).

"꼭 정확한 숫자를 내는 게 과학은 아니에요. 과학은 합리적인 가정에 의해, 증거 기반으로 합리적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이에요. 과학자도 실수할 수 있어요. 처음 가정이나 증거가 잘못되면 잘못된 결과에 도달할 수 있거든요. 대신 과학은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어요. 정확한 숫자를 맞추는 것보다 검증, 보완, 수정이 가능한 틀을 제공하는 게 과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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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교육,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