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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년 전 아파트 소식지를 만들려고 했던 이웃들은 매탄마을신문을 만들었다.
▲ 매탄마을신문 주민기자 5 년 전 아파트 소식지를 만들려고 했던 이웃들은 매탄마을신문을 만들었다.
ⓒ 매탄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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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10월19일에 열린 마을 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수원시 마을신문 현황
▲ 수원시 마을신문 현황 2016년10월19일에 열린 마을 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수원시 마을신문 현황
ⓒ 마을신문 주체들의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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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는 지난 5년 동안 20개 동에서 마을 신문의 싹이 텄다가 인쇄비와 인력난을 넘지 못하고 사라졌다. 마을 신문이 홍보 전단지에 머물자 공동체의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시 공모 사업의 힘을 받아 6개 지역의 마을 신문이 발행됐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이렇게 마을 신문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는 뭘까? 영통구 매탄동에서 5년째 마을 신문을 펴고 있는 매탄 마을신문 대표 서지연씨는 이렇게 말했다.

"공동체가 지속되려면 뭔가를 같이 해야 하잖아요. 같이 모여 술을 마시든, 여행을 가든 뭐든지요. 그런데 신문을 만들고 논다고 상상해보세요. 딱 봐도 한계가 보이지 않습니까? 글쓰기와 취재를 재밌어 하는 사람들과 그 필요성을 아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마을 신문은 죽지 않아요. 다행히 제 주변에는 일곱 명이나 있었죠."

집값 불안과 직장 불안이라는 가장 큰 방해물 앞에서 마을공동체가 이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학교를 중심에 둔 부모들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아이 셋 엄마 서지연씨도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아파트 소식지를 만들려고 했어요. 아이를 키우며 만난 또래 부모들과요. 동네 사람들과 인사 나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쓸데없는 소문들은 줄이고 필요한 정보들은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해볼만한 걸찾다가 마침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보고 덜컥 신청했죠. 그게 매탄 마을 신문이 됐어요.

기자라고 하면 다들 왠지 딱딱하다고 생각하지만 전 그렇지 않아요. 재밌는 동네 이야기나 정보를 전해주는 전달자고 기록자잖아요. 기자 학교에 참여한 아이들 모두가 그걸 좋아하는 건 물론 아니에요. 열에 하나면 정말 성공한 거죠."

초등학교 아이들이 강사와 함께 신문을 만들며 놀아보는 시간이다.
▲ 매탄 마을 신문 새싹기자단 초등학교 아이들이 강사와 함께 신문을 만들며 놀아보는 시간이다.
ⓒ 매탄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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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주민 기자라고 불리는 첫 멤버들은 각자 쓰고 싶은 것을 맡았다. 누구는 관공서의 행사 정보를 정리하고, 누구는 새로운 말이 돌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리해서 실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처음 해보고 난 뒤 흥미를 느낀 아무개는 이웃들 인터뷰까지 맡아서 하게 되었다.

"지금은 주민 기자들이 신문만 하는 게 아니라 곁다리 곁다리로 알게 된 모임과 동아리를 여러 개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새로운 것들을 또 계속 시도해보게 되었죠. 마을 미디어도 하고 있어요."

매탄동 마을 미디어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수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 매탄동 청소년들의 라디오 방송 매탄동 마을 미디어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수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 매탄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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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회를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권했다. 그래서 매탄 청소년 진로 탐험대 청소년 라디오도 만들어지고 어린이 새싹 기자단도 만들어졌다. 어른들은 여기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친구들의 참여가 헛되지 않게 봉사시간으로 바꿔주려고 봉사센터를 직접 만들었다. 월세 35만원의 매여울 사랑방은 이렇게 매탄 마을 신문으로 엮인 주민들이 모이는 중심이 되었다. 

이제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경제와 먹거리 강좌들을 열기도 하고, 그렇게 이런 저런 일로 모이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면 주민세나 수도세 같은 민원 얘기도 저절로 나온다. 그 부분을 취재해서 마을신문에 실었다. 매탄 마을신문은 두달에 한 번 나오는데 그 인쇄비를 어떻게 마련하는지 궁금했다.

"일 년에 6번 내는데 반은 주민들 후원비로, 반은 공모 사업비로 인쇄해요. 그래서 취재비 원고료 이런 거 전혀 없습니다. 마을 신문은 자비로 내지 않는 이상 자립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매여울사람들은 봉사센터를 열어 아이들 어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 온시민 매탄마을 봉사센터 매여울사람들은 봉사센터를 열어 아이들 어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 매탄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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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볼 땐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있는 자치의 꽃이었지만 아직은 불안한 자립이었다. 검은 안경테를 쓴 매탄 마을 신문 대표는 아직도 벽이 많다고 했다.

"신문에 우리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의 맥락을 정리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필요한 이야기들이 뭘까 늘 고민하죠. 주민들 칭찬 릴레이도 이어가고 있어요. 배포도 직접 기자들과 나와서 하고 있죠. 그렇지만 아직 사람들 사이에 섬이 너무 많다는 걸 느낍니다. 신문에 자기 이야기가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불편해하시더라구요."

무엇보다 인쇄비를 마련하는 일은, 매일 밥벌이 걱정을 해야하는 일용직 노동자처럼, 가장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공모 사업이 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지연씨는 수원의 마을 신문 주체들과 모여 지자체의 힘을 빌어보자고 정책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10월 마을신문 컨퍼런스를 했다.

"시나 동의 행정 단위가 밑으로 내려보내는 글은 일방통행이에요. 그런데 행정이 다시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으려고 비용을 또 쓰고 있더라구요. 중복 비용이죠. 그러지말고 수원의 경우 이렇게 마을 만들기로 피어난 마을 신문을 이용해서, 주민들 구석구석으로 소식을 전하는 효과도 누리고 그 주민들이 정책을 체감하는 진짜 이야기도 들으면 이거야 말로 진짜 일석이조죠! 이게 진짜 언론 아니겠어요?"

주로 아파트 관리소 앞이나 상가, 주민들 모이는 곳에 신문을 배포한다.
▲ 신문을 배포하는 매탄 마을 신문 기자단 주로 아파트 관리소 앞이나 상가, 주민들 모이는 곳에 신문을 배포한다.
ⓒ 매탄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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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신문은 소통이 단절된 세상의 나눔장이기도 했지만 통치 행정의 분칠된 홍보와 권력과 돈에 부패된 언론 현실이 키워낸 새로운 언론의 싹이기도 했다. 서 대표에게 마을 신문의 시작이 소통이라면 끝은 무엇일까 물었다. 

"마을 신문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것이 시작이자 끝이라고 생각해요. 공동체성이 없어지면 마을 신문도 사라지죠. 공동체성을 유지하며 지속하다보면 대안 언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예요. "

대통령 문제로 국가 공동체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는 요즘,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의 시작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찾는 길이 아닐까?

매탄마을신문은 주민들의 후원비와 공모사업비용으로 2 달에 한 번 나온다.
▲ 매탄마을신문 매탄마을신문은 주민들의 후원비와 공모사업비용으로 2 달에 한 번 나온다.
ⓒ 매탄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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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의 편집장 황풍년씨가 지역출판 강좌에서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우리는 왜 아직도 권력과 돈을 기록하고 있는가? 우리는 정말로 당대를 완전히 기록하고 있는가? 지역 출판에 그 답이 있다. 내 주변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곧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이것이 마을 신문이 계속해서 다시 살아나는 이유고, 매탄 마을 신문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http://blog.naver.com/cusdamato/220875880037



태그:#마을교육공동체, #마을신문, #대안언론,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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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경험은 겹겹이 쌓여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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