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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고우면(左顧右眄)한다는 말이 있다.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느라 어떤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태도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눈치작전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정치적 위기상황에서 야당과 그 대선주자들의 태도가 딱 그쪽이다. 방향을 설정하지도 못하고, 길을 찾지도 못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나치게 좌고우면하기 때문이다. 먼저 좌고우면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살펴보자

중국 위나라의 조식이 오질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래된다. 조식은 조조의 셋째 아들이다. 오질은 자가 계중이며, 재능과 학식이 출중하여 위나라에서 진위장군을 지낸 다음 열후에 봉해졌다.

조식이 오질에게 보낸 편지 '여오계중서'에서, "술잔에 가득한 술이 앞에서 넘실거리고, 퉁소와 피리가 뒤에서 연주하면, 그대는 독수리처럼 비상하여 봉황이 탄복하고 호랑이가 응시할 것이니, 한 고조의 명신인 소하나 조참도 그대의 짝이 될 수 없고, 한 무제의 명장인 위청과 곽거병도 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살펴보아도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니, 어찌 그대의 장한 뜻이 아니겠습니까(左顧右眄,謂若無人,豈非吾子壯志哉)."라고 말한다.

조식은 이 글에서 오질이 문무를 겸비하고 기상이 출중하여 고금을 통틀어 견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칭찬한 것이다. 이처럼 좌고우면은 원래 좌우를 살펴보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형용하는 말로 사용되었는데, 나중에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 또는 어떤 일에 대한 고려가 지나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태도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게 되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전한다. 맹자 양혜왕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맹자가 제선왕을 찾아가 일러 말했다. "왕의 신하가, 그의 처자를 친구에게 맡기고 초나라로 놀러갔다 돌아와 보니 그 친구가 처자를 굶주리고 추위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왕께서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믿고 맡긴 처자를 굶주리게 한 그런 친구라면 당장 절교를 해야 합니다." "사사(법무장관)가 그 부하를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장 그만두게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사경(四境 - 나라) 안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은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이야기를 한다. 딴전을 피우며 회피한 것이다(顧左右而言他, 고좌우이언타). 맹자가 역성혁명을 용인하는 이유다.

좌고우면했던 야당, 더 이상 정치적 이해관계 따지면 안 돼

손 잡은 야3당 "대통령 임기단축 여야 협상 없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3당 대표 회동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야3당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3당 대표 회동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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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를 동원해서 국정을 농단한 사건은 검찰수사로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이 등장하는, 국가의 사정라인이 마비되는, 언론을 숨죽이게 하면서 국민의 귀와 눈을 멀게 한, 기업을 동원해 재단설립목적으로 막대한 돈을 뜯어내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세계적인 토픽감이다. 여기서 취해야 할 야당의 자세는 명백하다.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든 아니면 탄핵심판을 통해서 파면을 하든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직을 그만두더라도 철저한 수사로 혐의를 밝혀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국법질서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이라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길이다.

이러한 원칙은 사건 초기에 취해야 할 야당의 기본적인 자세다. 그러나 야당은 대통령이 물러나도록 하야를 주장할 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혹시라도 탄핵이라는 말을 꺼냈다가 역풍이 불 것을 염려한 것이다. 거국내각을 주장했다가도, 책임총리를 주장했다가도,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하자고 했다가도 상대방이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한발 물러났다. 정치적 계산을 해보니 손해가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정치적 계산을 통해서 자신이 앞세운 말도 슬그머니 거둬들이는 야당을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야당이 방향을 설정해서 올바른 길로 국민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촛불함성이 메아리치자 그 여론에 편승해서 정치적 실속을 챙기려 한다. 거센 여론에 밀려서 탄핵을 추진하고,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를 진행한다. 늦어도 너무 늦다.

명백하게 탄핵의 대상이 된다면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 여당의 반대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기 어렵더라도 절차를 밟아가고 나머지는 국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탄핵발의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국민들이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명단을 토대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한 누리꾼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명단을 토대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 최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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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기각할 염려 때문에 망설일 이유도 없다. 명백한 탄핵사유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기각한다면 국민들은 헌법재판소 폐지로 맞설 것이기 때문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한다. 정치적인 계산만 따지면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용기 있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얼마 전 법무부장관이 퇴임하면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윗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백성이 동요해 이탈하게 된다는 뜻으로 정치의 신뢰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는 논어의 안연편에 나온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자공문정, 자왈: "족식, 족병, 민신지의." 자공왈: "필불득이이거, 어사삼자하선?" 왈: "거병." 자공왈: "필불득이이거, 어사이자하선?" 왈: "거식. 자고개유사, 민무신불립.").

뜻풀이는 이렇다. 자공이 정치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믿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자공이 "부득이하여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버립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군비를 버린다"라고 하셨다. 자공이 "부득이하여 한 가지를 버린다면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버립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식량을 버린다. 옛날부터 누구에게나 다 죽음은 있었지만 백성들이 믿지 않으면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라고 하셨다.

검찰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법무부장관이 할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라는 것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의미 있는 발언이다. 좌고우면하는 정치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일관되고 용기 있는 의사결정과 행동이야말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옛말에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망건 쓰다 장파한다'는 말도 있다. 이것저것 계산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고, 보수세력은 새로운 주자를 내세울 시간을 벌고, 국민들의 피로감을 불러오고, 도대체 야당에게 유리할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당의 태도는 분명하다. 국회에 공을 넘기면 여야의 대립, 야야의 대립으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 그래서 시간을 상당히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그 사이 보수진영이 대오를 정비해서 대선후보를 띄워 기회를 갖게 될 것을 기대한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는 것은 또다시 보수집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야당의 대선주자들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하고, 자신에게 조금 불리하더라도 당연히 그 길로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되어 있고, 야권잠룡들이 난립한 상태에서는 통일된 의견수렴이 어렵다. 어느 진영에, 그리고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길을 찾고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김정범 기자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이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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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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