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행

포토뉴스

이키섬의 삼치 삼치는 구이나 매운 찜용으로 적격인 생선이다. 하지만 삼치의 본 맛은 선어회다. ⓒ 김진영
이키섬의 '삼치전골' 육수에 얇게 저민 파 채와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끓이다가 삼치를 넣고 먹는다. ⓒ 김진영
고대, 일본에서 한반도를 가거나 중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하나의 갈림길이란 의미를 지닌 섬, 이키(壱岐島, いきのしま). 부산에서 후쿠오카 가는 쾌속선 타고 대마도를 지나면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유명 관광지다.

일본의 100대 해수욕장의 하나인 쓰쓰키하마 해수욕장, 원숭이가 먼바다를 바라보는 형상을 한 사루이와(원숭이 바위), 옛날 우리네 고분과 형태가 같은 가케기 고분 등 섬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한적한 해안가 도로를 달리면 부드러운 에메랄드 빛 바다가 마치 먼 이국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섬의 면적은 우리나라 안면도와 비슷한 크기로, 하루에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놀라운 것은 작은 섬 곳곳이 품고 있는 맛이 일본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고,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보리소주의 발상지이며, 가장 맛있는 성게를 생산하는 곳에, 일본에서 유명한 소고기 생산지에 송아지를 공급한다. 시쳇말로 육·해·공에서 공만 빠지고는 다양한 식재료를 작은 섬이 품고 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다.

성게는 6~9월 여름이 제철. 해수욕과 제철 성게를 맛보려는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현 사람들로 한여름에는 문전성시다. 그중 군계일학 식당이 하라오케 식당이다. 대표 메뉴는 성게 알을 잔뜩 올린 성게덮밥이다. 일일 한정 판매로 안타깝게도 맛을 못 봤다. 차선으로 성게 알을 넣고 지은 성게 밥을 먹었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에 성게 맛이 더해져 찬이 없어도 슬슬 넘어간다. 차선이 이 정도라면 성게 덮밥은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비워져 가는 밥과 비례해 커져만 갔다.
이키섬의 '성게밥'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에 성게 맛이 더해져 찬이 없어도 슬슬 넘어간다. ⓒ 김진영
간장, 다시, 우니를 섞은 특별 소스에 살짝 데친 야채를 찍어 먹으면 탄성이 나온다. ⓒ 김진영
맛있게 성게 밥을 먹고 식당을 나와 잠시 걸으면 '하라오게 지장보살'을 볼 수 있다. 바다에서 죽은 해녀를 기리기 위해 바다를 등지고 세운 5개의 보살상이다. 잠시 들려, 동전 한 닢과 함께 여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도 좋다.

대마도와 이키섬 사이는 검은 바다, 현해탄이 흐른다. 깊은 수심과 빠른 물살에서 자라 살이 옹골찬 생선이 사시사철 난다. 필자가 방문한 10월의 이키섬은 삼치가 슬슬 나올 시점이었다. 삼치는 구이나 매운 찜용으로 적격인 생선이다. 하지만 삼치의 본 맛은 선어회다. 국내에서도 삼치 선어회의 본고장인 여수나 서울의 음식점에서 겨울이 되면 맛보던 별미였다.

이키섬에는 삼치를 선어회로도 먹지만 별미로 전골 요리도 즐긴다. 육수에 얇게 저민 파채와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끓이다가 삼치를 넣고 먹는다.

간장, 다시, 우니를 섞은 특별 소스가 나온다. 건더기를 소스에 충분히 적셔 먹으면 채소의 단맛과 삼치의 고소함, 우니의 바다향 삼박자가 어우러져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마력을 발휘한다. 차갑게한 보리 소주 한 잔이면 식당이 무릉도원으로 바뀐다.
이키섬의 '삼치전골' 이키섬에는 삼치를 선어회로도 먹지만 별미로 전골 요리로도 즐긴다. ⓒ 김진영
성게나 삼치, 이키규 등 맛나는 음식이 많지만 그 가운데 가장 맛난 것을 고르라면 채소다. 이키는 후쿠오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채소는 거의 자가 생산, 자가 소비를 한다. 배로 들여오는 비용이 생산비용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채소는 수확 후 당분을 에너지원 삼아 호흡을 지속해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사라지고 아삭함은 떨어진다.

삼치 전골을 먹기 전 식전 메뉴로 채소 스틱이 나왔다. 먹기 좋게 잘린 채소에 소스가 딸린 간단한 요리였다. 채소를 하나 집어 소스에 집어 넣으니 달았다. 따로 소스를 찍어 맛보니 소스의 단맛이 아니었다. 오롯이 채소에서 나는 단맛이었다. 이키 음식 중에 갑 중의 갑은 섬에서 생산하는 채소다.

이키섬은 렌터카로 다니는 것도 좋다, 배가 닿는 항구마다 전기 자전거를 빌려 주지만 하루 비용이 일 2000엔으로 만만하지도 않거니와 작은 산으로 고갯마루가 많아 힘들다. 섬 곳곳을 다닐 때 간식으로 좋은 과자가 있다. 섬 안에 있는 작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생강 센베이다. 온천의 작은 가게, 대형 슈퍼 등 물건을 파는 곳 어디에나 있다. 포장이 깔끔하지 않지만, 의외로 생강 맛을 잘 살린 '센베이'다. 오고 가는 길에 동무 삼아 다니기 좋다. 어디든 파는 가격은 250엔으로 같다.

번쩍이는 네온사인, 24시간 불을 밝히는 편의점이 없어도 괜찮은 곳이다. 도심의 불빛이 사라지면 밤하늘에 별빛이 나온다. 밤 12시까지 문 여는 슈퍼에서 사온 보리소주 한 잔을 별빛 아래서 마시기 좋은 곳이다. 보물찾기 하듯 섬을 돌아 다니다 보면 눈과 입이 호강이다. 후쿠오카 하카타항에서 1시간 10분(쾌속선 기준)이면 이키 섬에 도달한다. 후쿠오카나 나가사키 여행 일정 중에 이키섬을 슬쩍 끼어 넣는다면 여행이 한층 맛들어질 것이다. 
태그:#이키섬, #성게, #삼치전골, #이키규, #규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