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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퇴진 요구가 봇물을 이룬 가운데 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최태민의 과거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970년대 <씨알의 소리> 출판부장을 역임한 개신교 원로 문대골 목사(75세, 서울 생명교회)가 팟캐스트 '솔샘소리'(http://www.podbbang.com/ch/11649)와의 지난 11월 19일 인터뷰에서 1977년 최태민을 만났을 때 "그가 '함석헌, 장준하는 광화문에서 총살시켜도 시원치 않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유신체제에 저항한 기독교계 대표적 재야 인사들에 대해 최태민씨가 평소 어떻게 생각했는지 일면을 보여준다.

기자는 문대골 목사에게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국정농단을 한 일로 한국이 소란하다'는 등의 뉴스가 해외 언론에까지 널리 소개되고 있는데, 이 사태를 종교적인 견지에서 어떻게 보시는지" 물었다.

이에 문 목사는 뜻밖에도 "젊은 시절 최태민을 직접 만난 적 있다"며 당시 만남을 소개하였다. 문대골 목사가 만난 최태민에 대한 회고를 가독성을 높이고자 구어체에서 약간 윤색을 가해 아래에 전제한다.

문대골 목사 "1977년에 최태민 만났다... 정치 욕심 있던 사람"

제가 주로 기장(기독교장로회 교단)에서 활동하였지만, 목사안수는 예감(예수교감리교)에서 받았다. 예감에 있던 시절인 1977년도에 38세의 나이로 '감독'(예수교감리교단의 대표)에 단독 입후보해 당선됐다. 그즈음 유OO 목사가 와서 최태민 총재를 만나자고 하였다. 그는 예수교감리회 사회분과 위원장이었는데 구국선교단 사회국장도 맡고 있었다.

그는 "최태민 총재라고 하는 인물이 하나 떴는데 군소교단 대표들을 좀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유OO목사라는 이가 구국선교단 사회국장인 줄 몰랐다. 나한테 얘기도 안 했다. 어쨌든 그가 말하길 "최태민이 감독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한다"고 해서 사람이 만나자고 하는데 못갈 거 있느냐는 생각으로 만나기로 해서 간 곳이 광화문의 어느 건물이었다.

아래층엔 제과점을 하고 윗층엔 상당히 큰 홀이 있는데 거기가 구국선교단 총재실이었고 최태민이 앉아 있었다. 몸집도 크고 잘 생기고 그런 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유OO 목사가 최태민에게 나에 대해 미리 소개할 때 함석헌과 장준하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내가 총재실에 들어가자 최태민이 "문대골 목사라지요?" 말해 "예, 제가 문대골입니다"라고 하니까, 최태민은 "문 목사도 요새 반정부 운동하시오?"라고 물었다.

"아니요, 반정부 운동이라니 좀 이상합니다"라 그랬더니 내 말에 대한 답은 하지 않고는 대뜸 한다는 말이 "함석헌, 장준하 이것들 광화문에다 놓고 총살시켜도 시원찮을 놈들이요"였다. 장준하 선생은 1975년도에 의문사를 당하였고 내가 최태민을 만난게 1977년도니까, 돌아가신지 2년이 지난 때였다.

최태민은 그냥 사교의 교주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정치에도 욕심 있었고 이미 박근혜를 데리고 앞으로 한국 권력을 내가 어떻게 조형을 해야겠다 하는 욕심도 있었다. 근데 나에게 (함석헌, 장준하 선생에 대해) "광화문 네거리에서 총살을 시켜도 시원찮을 놈들"이라 말하는 얘길 듣고 나니까 가슴이 막혀 이야기가 안 나왔다. 의자에 앉지도 않고 "나 당신하고 할 얘기가 없다" "당신하고 얘기할 가치도 없고 할 얘기가 없다" 하고 돌아 나왔다.

나중에 박근혜가 최태민을 얘기하면서 '자신에게 더할 수 없이 고마운 멘토였다, 인생의 멘토였다'고 했단다. 난 그 소식을 신문에서 보면서 '야, 이게 말이 돼냐? 내 선생을 광화문에다가 총살시켜도 아깝지 않을 놈이라고 얘기했던 자인데 이 자가... 박근혜는 그를 보고 '인생에 더할 수 없이 고마운 멘토'라고 그러니 나는 우리 선생님들하고 관계를 생각해서도 최태민이나 박근혜에 대해 정말... (기막혀 하며) 말할 수가 없다.

나는 최태민이 무슨 사교의 교주 정도가 아니라 그 자는 대단한 정치 욕심도 있었고 본다. 자신이 대통령을 하려고 했다고는 말하진 못해도 어쨌든 국권을 장악하고 싶은 탐욕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지 않고는 "함석헌, 장준하를 광화문에서 총살시켜...(이런 말을 했겠나?) 최태민 가슴 속에 '장준하 같은 놈' 이렇게 박혀 있었던 거다. 돌아가신 지가 2년이 됐는데...

정말 한국의 불행이다. 최태민, 최순실, 박근혜... 정말 한국 사회 불행이다.


태그:#최태민, #문대골 목사, #장준하, #함석헌,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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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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