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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학생들이 충남 부성중 교무실 앞에 붙였던 대자보. 1시간만에 무단철거됐다.
 지난 29일 학생들이 충남 부성중 교무실 앞에 붙였던 대자보. 1시간만에 무단철거됐다.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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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충남 부성중 학생들이 교무실 앞에 붙였던 대자보. 1시간 뒤 무단철거됐다.
 지난 29일 충남 부성중 학생들이 교무실 앞에 붙였던 대자보. 1시간 뒤 무단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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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자로 드러난 한 중학교 교장에 대해 학생들이 "우리학교 교복을 부끄럽게 했다"고 울분을 토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하지만 이 학교 관계자가 대자보를 1시간 만에 떼어내 학생회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교 교복 부끄럽게 한 교장, 원망합니다"

30일 입수한 학생 대자보 사진과 충남 부성중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29일 오후, 3학년 교무실 문 앞에 2장의 대자보를 붙였다.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이 학교 최인섭 교장에게 자신들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이 대자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우리는 좋은 교장선생님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다른 곳에서 우리의 교복을 부끄럽게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또 다른 대자보에서 학생들은 "아이들은 이미 교장선생님 욕을 하고 있습니다"면서 "박사모 아니냐고, '(교장) 선생님도 하야하라'고 (욕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박사모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이다.

"우린 교장선생님이 왜 그러셨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명예와 이익이 주어져도 그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저희 교복도 남들이 안 좋게 볼까 해서 찢어버리고 싶고, 너무나 교장선생님이 원망스럽습니다."

학생들은 "사랑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못하겠습니다"는 문장으로 내용을 끝맺었다.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자보는 게시된 지 약 1시간 만에 강제 철거됐다. 이 학교 한 관계자가 떼어냈다는 것.

교장 "집필진 참여 경위 설명하겠다" 교사들 '술렁'

30일, 대자보 철거 소문이 학교에 퍼지자 학생들과 교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학교 학생회는 최 교장을 찾아 항의면담하기도 했다. 교장은 이 자리에서 "집필에 참여한 경위 등에 대해 12월 1일 교내방송을 통해 설명할 것"을 약속했다.

교사들도 삼삼오오 모여 "학생 게시물을 무단 철거하는 것은 학생인권탄압"이라는 말을 나눴다고 한다.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어린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항의까지 하고 나오니까 교장선생님이 무척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자가 '대자보 철거 지시 여부', '집필 참여 경위' 등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최 교장과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도 보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최 교장은 지난 28일 오전 10시쯤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35명의 교원 전체에게 보냈다. 다음은 기자가 입수한 내용 전문이다.

"제가 금번 2015 개정교육과정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근대사 분야 집필에 일정 부분 참여하였습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기에 제가 참여하여 친일파의 반민족행위 등을 교과서에 담고자 사명감을 갖고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여 근대사 분야의 일정 부분 집필하였습니다. 학교공동체에 누가 되면 안 되겠기에 정부 발표 전에 알려 드립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밝히지 못한 점 이해를 구합니다."

이 내용을 본 이 지역 한 교육단체 인사는 "최 교장의 글을 보면서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들도 '백성들을 위해서'라는 변명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면서 "기관장이라는 분이 몰래 숨어서 복면집필을 하면서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은 기가 막힐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사국정화저지 천안시민사회는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최 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인사는 최 교장을 직접 찾아와 항의하는 한편,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태그:#국정교과서, #역사교과서, #대자보, #부성중,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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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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