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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일러스트 / 순천만'의 수줍은 갈대
 수채일러스트 / 순천만'의 수줍은 갈대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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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무르익은 가을을 속삭이는 수줍은 갈대의 향연.

쓸쓸하게 나풀대는 갈대를 보노라면 여태껏 감춰왔던 생의 외로움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 든다. 갈대 앞에서 외로움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노라면, 부족한 인간임이 어느덧 싫지만은 않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는 순수한 생명체의 한 일대기를 한눈에 보는 듯 경이로웠고, 그것들을 주워 삼킬 듯이 덮치며 감싸고 있는 퇴적토는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생명체들의 집합소였다.

해양생물체들의 천국이라 일컬어지고 국제적인 습지로 자리매김한 순천만의 주연들은 갈대뿐만이 아니었다. 사뿐히 내려앉아 자태를 뽐내는 천연기념물에 속하는 흑두루미와 달랑게, 농게 등의 게들이 자유로이 제집을 파고 드나들며 숨쉬고 있었다. 짱뚱어가 움직이고, 아이들과 책에서만 보던 갯지렁이가 눈앞에서 꿈틀대는 광경에 우리 집 녀석들은 눈에서 하트를 쏟아대며 한참을 바라보다 또 걷다가를 반복했다.

식물생명체와 해양생명체가 기가 막히게 접점을 이루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여행의 감동을 자아냈다.

"키가 큰 갈대가 너를 빼꼼 쳐다보며 반갑다는 듯 인사하네. 들어봐. 바람에게도 사라락 인사하잖아. 너도 인사 해볼래?"

"갈대야 안녕!"

"엄마 그런데 갈대가 괴물 같아요."

"왜? 어째서? 엄마는 갈대가 너무 아름다운데."

"손톱이 삐죽삐죽 한 것 같이 생겨서 괴물손톱 같잖아."
"나는 게는 너무 예쁜데 갈대는 도깨비 같았어."

엄마가 느낀 습지여행의 감동과 아이들이 느낀 감동의 포커스는 달랐다. 그럼에도 함께 손잡고, 힘들어 하면 안고 업고 목마 태우며 걸어 나간 그 천국 같은 퇴적토 위의 길 어느 지점에서 우린 교감했다.

같은 곳에서 다른 것들을 보며 행복해했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rnjstnswl3 중복게재



태그:#순천만여행, #아이와여행,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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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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