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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갈 때까지 머물 곳이 없어 우리 집으로 임시보호 오게 된 두 아기 고양이는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자 소파 밑에서 나와 점점 활동반경이 넓어졌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답게 주로 캣폴의 높은 층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곤 했다.

우리 집 성묘 두 마리와 임시보호(임보) 중인 아기 고양이 봄, 나리 두 마리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으니 집안이 북적북적했다. 다행히 합사도 무난하게 정리돼 싸우거나 서로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몸집 작고 소심한 봄이가 우리 집 고양이 제이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더니 엉덩이를 꼭 붙이고 잠드는 모습을 보니 그새 친해졌나 흐뭇하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봄이와 나리는 두 마리가 어딜 가든 꼭 붙어 다녔다. 한 마리가 보이지 않으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설픈 울음소리로 '우아우우앙' 하고 울었다.

일주일 만의 입양

 우리 집 고양이 옆으로 올라와 잠든 봄이(고등어고양이)
 우리 집 고양이 옆으로 올라와 잠든 봄이(고등어고양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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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랑 나리, 두 마리 같이 입양하고 싶다는 분이 나타났어요!" 

고양이들을 구조해 맡긴 캣맘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온 것은 두 마리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온 지 겨우 일주일 만이었다. 애초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입양이 결정된 셈이었다.

사실 고양이는 구조하는 것보다 입양 보내는 것이 훨씬 어려운데,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가정으로 보내느냐 하는 점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 때문에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절차는 다소 까다롭다. 경제력은 있는지, 가족 모두의 동의를 받았는지, 방묘창(고양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은 있는지, 많은 부분을 약속하고 인증해야 한다.

유기묘를 입양하려다가도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보내는 입장에서도 최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유기된 품종묘를 입양해 가서는 '고양이 공장'의 종묘로 쓰거나, 막상 입양해도 잘 관리하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 심지어 예전에는 자신이 키우는 애완 악어의 먹이로 준다는 사건까지…. 워낙 다양한 사람이 있고, 구조자 입장에서는 짧은 대화만으로 입양 환경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고민스러운 과정이다. 기껏 구조한 고양이의 한 '묘생'이 걸린 일인 것이다.

문제는 신중한 대화를 나누고 결정한다고 한들 늘 그 입양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막상 입양했더니 너무 운다고, 혹은 문다고, 기존에 키우던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이틀 만에 파양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너무 빠른 결정인 듯해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든 봄, 나리의 입양 소식은 반가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두 마리가 나란히 한 집으로 가게 됐다는 사실이 기뻤다. 서로에게 유난히 의지하던 남매인 만큼 같은 집에서 평생 같이 살기를 바라던 차였기 때문이다. 나와의 빠른 헤어짐이 아쉽기는 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봄, 나리를 보냈다.

가족 아닌 '애완용'이었나요

 캣폴에서 장난감에 집중하는 나리(치즈 고양이)
 캣폴에서 장난감에 집중하는 나리(치즈 고양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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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간 후에 봄, 나리의 소식은 간간히 캣맘을 통해 들려왔다. 순조로운 적응기는 아니었다. 직장인 부모님과 고3 학생이 살고 있어서 집이 거의 비어 있는 모양이었다. 고양이들은 가족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지 못하다 보니 적응이 늦어지고, 집에서도 고양이를 맞이할 적극적인 준비가 없었던 듯했다. 한창 장난감에 정신이 팔리는 아깽이인데 몇천 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고양이 장난감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간혹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가족들은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서는 알고자 하지 않으면서, 고양이 쪽에서 빨리 붙임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들이 냉장고 밑에 들어가 통 나오지를 않는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작은 캣타워라도 놔주거나 장난감을 자주 흔들어주면 집안 곳곳에 점차 익숙해질 것 같은데…. "고양이가 왜 이렇게 커지냐"는 말까지 나오면서 예상했던 대로, 마침내는 파양을 원한다는 결론이었다. 입양 보낸 지 딱 한 달 만이었다.

그 집에서 두 고양이를 받아들이고 키울 준비가 충분히 안 되고 있다면, 애초에 입양하지 말았어야 했겠지만 차라리 방치됐던 고양이들을 위해선 파양이 나은 일일지도 몰랐다. 다만 안타까운 건 입양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생후 3, 4개월령의 가장 예쁜 시기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냈다는 점, 그리고 여러 번의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게 될 부분이었다. 환경에 예민한 고양이들이 과연 파양을 못 느낄까? 결국 사람의 무책임은 고양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사랑받지 못하고 얼떨결에 다시 쫓겨나온 고양이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파양의 상처를 딛고, 우리 집으로 돌아온 봄이와 나리는 다시 새 봄날을 꿈꾸기로 했다. 몇 번이나 집이 바뀌는 동안 두 고양이는 조금 자란 몸집으로 바들바들 떨며 다시 임보 집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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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