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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마을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원주서곡교육네트워크를 탐방하다.
▲ 원주서곡교육네트워크 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마을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원주서곡교육네트워크를 탐방하다.
ⓒ 최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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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 백운산 아래 용수골계곡에 자리한 판부면 서곡마을. 이곳에는 '서곡교육네트워크'가 있다. 서곡교육네트워크를 설명할 때면 서곡초등학교가 중심에 놓인다.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행복더하기 학교'로 지정된 지 5년이 되었지만, 그보다 이른 때 자연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고자 한 고민과 노력들이 마을의 토대가 되었다. 도시에서와는 '다른' 교육을 열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학교의 변화를 이끌었고, 이는 학교를 둘러싼 마을의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초등학교를 바꿔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이 지역에 귀농하여 공동육아와 방과후교육을 해오던 이들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간 뒤에도 아이들 저마다 지닌 자연 본성으로 자유롭게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배움을 바랐다.

여느 학교처럼 학력 신장에 보다 집중되어 있던 학교 교사와 기존 학부모들과 날을 세우기도 했지만, 그 사이에 끼여 있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래서 부모들 만족을 위한 교육이 아닌, 아이들에게 맞추는 교육을 하자는 마음으로 학교를 바꿔가자는 뜻을 모아갔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공부모임도 진행했다. 강원도 교육청에 행복더하기 학교로 신청을 했지만, 심사위원들에게, 학교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교 외부에 의한 내부 변화를 부담스러워한 교사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오히려, 지역사회가 학교 혁신을 이끌어가는 좋은 사례로 인정받아 행복더하기 학교로 재지정 되었다.

2012년부터 '참 삶을 가꾸는 행복한 학교'라는 교육철학을 세우고 서곡초등학교가 바뀌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 교육 흐름이 어린이집에서 끊기지 않고, 초등학교로, 방과후돌봄으로 이어졌다.

학생 수도 늘고, 마을 주민 수도 늘었다. 해마다 3월이면, 서곡초등학교 설명회가 열린다.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철학에 따라 한해 교육계획을 나눈다. 기존에 있던 지역 학부모들, 이주민 학부모들, 또 원주시내에서 아이들을 통학시키는 학부모 등 저마다 교육에 대한 기대가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의견을 조율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학교가 하고 있다. 경쟁과 점수보다 한 아이, 한 아이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 아이들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자는 마음에서는 누구든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학교가 되었든 일반학교든, 학교 관행이 달라지는 건 녹록치 않은 일이다. 학교구성원들이 체념과 무기력을 넘어 학교를 바꿔가려면, 유연하게 소통할 수 민주적 조직문화도 필요하지만, 거기에 그쳐선 안 된다. 서곡초등학교 교무주임 손상달 선생님은, "처음에 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철학을 뚜렷하게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서곡초등학교는 교육철학에 맞지 않거나 굳이 안 해도 되는 업무들은 과감히 쳐내고, 교사들이 이 교육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해주었다. 그 대신 일반학교와 달리 교사들 스스로 교육계획을 구체화시켜서 활동해야 하니 일이 많게 여겨질 수도 있다. 또 봄, 가을이면 꼭 한 달씩 상담기간을 보내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다 만나고, 연말이면 며칠씩 걸쳐 한해 평가를 제대로 한다. 그래야 다음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 갖고 사람을 만나면 뭔가 돼요. 저는 서곡마을 사람들 거의 다 알아요. 가정사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내가 교사인데…, 교장인데…, 이러면 못 만나죠. 교육을 중심에 두고 같이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레 풀려요. 이런 구조 속에서 우리 아이들 어떻게 키울 것인가… 답이 다 나오죠. 얼마 전에도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교육흐름이 끊기는 걸 고민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고 해서 PC방도 만들고, 탁구, 드럼 동아리도 만들어줬어요. 일요일에 탁구칠 때는 제가 학교 문도 열어주죠." - 손상달 선생님

▲ 소꿉마당 어린이집 ▲ 참꽃 방과후학교 ▲ 서곡초등학교 ▲ 자연누리 숲학교 ▲ 청소년 여행학교 길배움터 ▲ 청소년쉼터 윗센터 ▲ 청년아카데미 ▲ 서곡생태마을 등이 서곡교육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처음에는 내 아이 잘 키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깃들어 살던 이들은, 지역문제에도 함께 나서며 우리 마을을 일구어갔다. 예비군훈련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지역주민들과 '용수골 지킴이'를 조직하여 소음이나 아이들 안전문제를 공론화하여 막아낸 적도 있다. 그 즈음 주민 화합을 위해 시작된 '용수골 음악축제'는 올해로 여덟 번째 이르렀다.

해마다 10월이면 열리는 '용수골 음악축제'는 어린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마을 사람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공연 뿐 아니라 만들기, 요리, 봉사, 놀이 등 자기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다. 도예, 목공, 해금 등 어른 동아리들의 연대기구인 서곡생태마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문병선씨는 "어른 동아리나 어린이집 방별 모임, 마실 문화 등 촘촘한 관계망으로 끊임없이 만나자고 제안한다. 내가 가진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 공동체 소속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변화가 있어야 공동체가 세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학교 절반 이상이 통폐합 위기에 놓여 있다. 농촌마을에 잠시 거쳐가거나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 삶을 꾸려가고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는 젊은사람들이, 학교가 마을의 구심점으로 자리하도록 애쓴 모습을 서곡마을에서 보았다. 참된 교육을 생각하는 이들이 체념과 무기력을 넘어 틈새를 만들고 고민을 풀어가고자 할 때 나로부터 변화는 퍼져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아름다운마을신문 71호(http://admaeul.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온마을학교, #마을공동체교육, #마을공동체, #아름다운마을신문, #서곡교육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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