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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이 모양 이 꼴로 돌아가는데 김장은 해서 뭐해, 박근혜 몰아내는 역사적인 그 현장에 밀알이 되고 싶다."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서울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충남 공주시 금강둔치공원에서 출발하는 차량은 총 3대. 16일 오전 10시 전교조 공주지회 차량을 얻어 탔다.

김홍정 지회장은 "지난주 12일 집회에서는 참석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저녁을 쫄딱 굶었다. 오늘은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니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거르지 말고 저녁도 챙기고 알아서 살아 남으라"며 "요즘 사태를 보면서 박근혜가 잘한 게 딱 하나 있다. 대동단결, 국민단결력만큼은 역사에 남을 정도로 결집시켜 주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원고지 없이는 말도 못하는 무능한 박근혜"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 집회가 예고되는 가운데 선생님의 위엄은 사라지고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분위기다. 소풍을 떠나는 학생처럼 간식을 나누고 이야기꽃이 피어오른다. 반드시 박근혜를 하야시키자는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주정명학교 교사 : "오늘 김장하는 날이라 배추 뽑아 놓고 파 다듬다가 나왔다. 파 다듬는 마음으로 우리나라 국정을 다듬어서 대령하겠다."

대화중학교 교사 : "지난 12일 서울 가는 길이 마지막이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촛불 민심을 읽지 못하고 청와대 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씨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낮부터 늦은 밤까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서 승리하는 날이기를 기대해 본다."

봉황중학교 교사 : "지난주 100만 명이 모였다. 이번은 2200~300만 명이 모인다고 한다. 우리의 응집된 힘을 보여준다면 반드시 물러날 것이다."

충남과학고 교사 : "아이들한테 항상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는 그런 말을 자주하는데,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참여했다. 수학여행 가는 기분으로 설레고 즐겁다."

공주사대부중 교사 : "국정교과서 폐기 선언해서 징계를 받았다. 우리나라 현대사 대통령을 보면 두 가지로 보인다. 한 가지는 원고를 보지 않고 자기 입으로 말할 줄 아는 대통령으로 나라를 살찌우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또 하나는 자기 입으로 아무 얘기도 절대 못 했던 대통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원고 손 봐줘야 하는 대통령이다. 어김없이 나라를 말아먹었다. 다시는 이런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봉황중학교 교사 : "인구의 3.2%가 한 장소에 모이게 되면 그 나라의 역사가 바뀐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인구를 계산하면 70~80만 명 정도다. 오늘 그 정도가 모인다면 정권이 바뀌지 않을까? 그 이론을 실행에 옮겨보는 데 일조하기 위해했다."

정안중학교 교사 : "아이들 앞에서 정의롭고 올바르다고 하지만, 저 자신은 어떠한가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그동안 많은 촛불집회에 이 핑계 저 핑계로 참석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간다. 이 땅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권리를 찾도록 하겠다."

청양중학교 교사 : "그동안 슬픈 집회에 참석하느라 울다가 왔는데 지난주는 가장 즐거운 집회였다. 박근혜 퇴진, 구속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들에게 희망찬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다. 지금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 어두워서 나서지 않으면 빚쟁이가 될 것 같아서 참석했다."

이후에도 많은 참석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근혜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쏟아졌다. 준비해 간 도시락을 차디 찬 휴게소 바닥에 앉아서 먹으면서도 이야기는 온통 박근혜에 쏠려 있었다.

청와대에서 200미터 선봉에 섰다

비옷을 입고 방패를 든 경찰들이 청와대 앞 200미터 앞에 차 벽을 세우고 지키고 있다.
 비옷을 입고 방패를 든 경찰들이 청와대 앞 200미터 앞에 차 벽을 세우고 지키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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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불꽃을 피우기 위해 9시가 넘어서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불꽃을 피우기 위해 9시가 넘어서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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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접어들면서 눈발이 날렸다. 양재나들목에는 '전봉준 투쟁단'이 타고 가던 화물 차량과 트랙터가 갓길에 줄줄이 세워져 있는 걸 본 참석자들이 분노를 자아냈다. 오후 2시경 도착한 광화문 광장에는 눈과 비가 뒤섞인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비옷으로 갈아입고 온몸에 박근혜 퇴진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나갔다. 무료로 나눠주는 가래떡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뒤따라 도착한 공주 시민들과 합류한 일행은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커피 음료에 핫팩까지 무료로 나눠주는 축제에 참여했다. 참석자들의 저마다 다양한 손팻말에 대형 촛불까지... 활기찬 분위기다.

청와대에서 200미터 떨어진 청운효자동으로 향했다. 차 벽을 세우고 방패를 들고 막아선 경찰들 앞에 섰다. "박근혜는 퇴진"을 외쳐나갔다. 50여 명으로 시작된 목소리는 순식간에 밀려든 시민들로 가득 채웠다. 차 벽 위에서는 경찰의 채증카메라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일행은 축제장을 찾은 것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하문과 시청, 경북궁역 쪽으로 이동하며 "박근혜를 하옥시켜라~ 하야하야~"라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일부는 시민발언대에 오르기도 했다. 가수 안치환의 '박근혜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적시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까지 모두 하나가 되었다.

다시 찾아간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 밀려드는 사람들로 서 있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집회에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박근혜 퇴진을 외쳐나갔다. 하루 일정으로 올라온 터라 오후 10시 공주로 출발을 알리는 문자를 받았다.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오후 8시 밀려드는 사람들과 차 벽에 막히면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오후 8시 밀려드는 사람들과 차 벽에 막히면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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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한 차림으로 출발했던 일행들의 머리가 헝클어지고 빗물에 운동화가 젖었지만 서로 깔깔 거리며 웃을 뿐이다. 재잘거리며 서울로 출발 때와는 다르게 피곤했는지 하나둘 쓰러져 잠이 든다. 새벽녘에 도착한 공주에서는 서울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반겨줬다. 아쉬운 마음에 구군가 외친다.

"이대로 헤어질 순 없잖아. 막걸리 한 잔 하고 가야지."


태그:#박근혜 퇴진 , #무능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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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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