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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150만 시민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광화문 광장 일대.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것도, 청와대에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행진을 하는 것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경복궁역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의 후미진 골목. 어느 국밥집에서 늦은 끼니를 해결하기로 한다.

지난 집회까지는, 차벽으로 인해 주말 장사를 통으로 날려야 했다고 말하는 주인장과 직원들은 본의 아닌 특수에 당황한 듯 음식을 다른 곳으로 전달하는 실수를 연발했지만, 뜨끈한 국밥을 기다리는 손님들은 오히려 주인장을 격려하며 차분히 기다린다. 하기야, 최악의 국가 원수가 나라를 국밥 말아먹듯 다스리고 있는데, 이 정도 불편에 얼굴을 붉힐 이유가 있겠는가.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한 주인과 달리, 식당 안은 분노의 기운을 잠시 내려놓은 사람들의 훈훈함으로 가득하다.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을 무척 기특하게 여기는 노년의 부부

자리란 자리는 가득 차, 부득이 합석을 하게 된 자리에서 식사를 함께 한 노년의 부부는 이번 촛불집회 참가가 세 번째라 했다. 이 근처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고 집회에 참가했다는 노년의 남편은 "이 시국에 대한민국을 살리는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건 나 스스로가 대한민국 주인임을 부정하는 것 아니겠어요? 나 같은 늙은이가 비록 큰 힘은 되어주진 못하더라도, 젊은 친구들과 같이 하나된 목소리를 내고 응원하며 격려하고자 참여했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지난 4차 집회에 참가할 때를 떠올리며 연단에 올라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외치는 청소년 참가자들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줄만 알았던 이 친구들이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할 줄은 몰랐어요. 또 그러한 생각을 자신있게 내보이고 용감하게 행동을 하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 그 아이들 앞에 떳떳할 수가 없어요. 예전의 우리는 불의를 보면 숨기 바빴거든."

마침, 옆에 계시던 부인은 "열일곱 여덟 넘으면 투표권을 줘야한다니까"라며 맞장구를 치며 인자한 웃음을 내보이셨다.

부부가 우거지해장국을 거의 다 비워갈 때 즈음까지도,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자 걱정하셨는지, 직원에게 아주 살짝 재촉을 한다. 이곳에서 나눴던 얘기들을 기사로 쓰면 안되겠냐고 정중히 요청을 드리자, '다음에 우리 인연이 닿는다면 또 만나게 되겠지요. 늘 건강하고, 다치지 않게 조심해요'라는 말을 남기며 패딩점퍼의 지퍼를 단단히 여민 후 다시 집회 현장으로 돌아갔다.

음식이 안나와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직원은 다 드셨냐고 물어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받게된 귀중한 식사. 감사합니다.
▲ 노부부는 가고, 해장국이 남았다. 음식이 안나와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직원은 다 드셨냐고 물어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받게된 귀중한 식사. 감사합니다.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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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넘어 오고 간 소주 한잔의 온기

첫눈이 선사한 한기를 뜨끈한 감자탕으로 녹이는 중년의 두 남성. 홀로 앉아 해장국에 밥을 말아 먹는 기자에게 혼자 온 거냐고 대뜸 물어온다. 이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육중한 카메라를 보며 '취재 왔나보네. 기자요?'라며 친근히 물어오는 이원종씨(우)에게 시민기자라는 애매한 직분을 설명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지난 집회 때 참가한 후, 촬영했던 사진들을 개인 갤러리에만 두고 있는게 죄를 짓는 기분이라 2주 전에 오마이뉴스에 가입해서 사진을 게재한 것이 처음이었다는 기자의 말에 푸근한 웃음으로 답해주는 이강원씨와 이원종씨.

기성세대로서 젊은 친구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선물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고 한다. 한편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겠지만 젊은 당신들은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말고 나와 행동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그게 나와 내 사회 그리고 이 나라를 잘살게 하는 근본임을 잊지 말라며.

아무래도 아들처럼 느껴져 안타까워하신 모양이다. 젊은 친구가 고생이 많다고 사양 말라며 소주 두어 잔을 권하신다. 감자탕과 맛있는 고기도 국자에 한 껏 담아 건네는 그들의 손에서 진한 아버지의 부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낀다. 한 잔을 받고, 한 잔을 드리고 또 한 잔을 받고 한 잔을 드린 사이에 나누었던 대화에서 나는 '사람 사는 세상'의 축소판을 경험한 듯 했다. 참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강원(左)씨와, 이원종(右)씨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촬영에 응하고 있다.
▲ 주거니 받는 소주 한 잔에, 사람냄새 그윽하다. 이강원(左)씨와, 이원종(右)씨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촬영에 응하고 있다.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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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는없다! 선량한 국민을 괴롭히는 참 나쁜 대통령

훈훈한 사람 냄새로 가득했던 국밥집을 나와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 착하고 현명하며 거짓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분노에 가득 찬 함성 소리는 여전히 서울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민의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참 나쁜 대통령. 국민의 소리를 엄중히 여기고 있다는 그에게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고 했나?

무능과 무지 그리고 역대급(?) 도덕적 해이함으로 선량한 국민을 괴롭히는 대통령의 종말은 반드시 하야여야 하고 구속과 처벌이어야 한다.


태그:#5차범국민행동, #광화문광장, #박근혜하야, #박근혜-최순실국정농단,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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