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너무 비현실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렸네요."

2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의 영예는 영화 <내부자들> 이병헌에게 돌아갔다.

[이병헌] "언젠간 그 촛불이 희망의 촛불이 되리라"


영화 <내부자들>은 개봉한 지 1년여가 됐음에도,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대사 인용,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개봉 당시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다. 이런 작품으로 데뷔 25년 만에 첫 청룡 남우주연상을 받은 만큼, 이병헌의 수상소감도 남달랐다.

그는 "25년 동안 수상소감을 너무 많이 생각했더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다. 오히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정신이 없다"고 말문을 연 뒤, 함께 출연한 배우, 스태프, 아내 이민정,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처음 <내부자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한편 영화니까 너무 과장한 게 아닌가, 너무 극단으로 극적으로 몰고 가는 과장된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니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것 같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지자 "'소신 발언' 이런 건 아니"라고 멋쩍게 웃은 그는 "TV를 통해 모두가 절망적인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걸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젠간 그 촛불이 희망의 촛불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면서 현 시국에 힘들어하고 있는 시민들을 위로했다.

<내부자들>의 상복은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으로 이어졌다. 영화 <내부자들>의 제작사인 '(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의 이동호 대표는 무대에 올라 "이런 시국에 <내부자들>로 이 상을 받는 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건강한 대한민국이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짧고 굵은 수상 소감을 전했다.

[박정민] "나라가 어수선... 송몽규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게"


영화 <동주> 송몽규 역으로 신인상을 받은 박정민 역시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겼다. 그는 "불과 70년 전에 우리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남모르게 피 흘리며 싸운 수많은 이름이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70년 후를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많이 깨달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요즘 나라가 어수선한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배우로서, 송몽규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연기하고 살아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수상자

2016년 청룡영화제 수상자 내역은 다음과 같다. ▲ 최우수작품상: <내부자들> ▲ 감독상 : <곡성> 나홍진) ▲ 남우주연상 : <내부자들> 이병헌 ▲ 여우주연상 : <아가씨> 김민희 ▲ 남우조연상 : <곡성> 쿠니무라 준 ▲ 여우조연상 : <검은 사제들> 박소담 ▲ 신인남우상 : <동주> 박정민 ▲ 신인여우상 : <아가씨> 김태리 ▲ 신인감독상 : <우리들> 윤가은 ▲ 촬영조명상 : <아수라> 이모개, 이성환 ▲ 편집상 : <곡성> 김선민 ▲ 각본상 : <동주> 신연식 ▲ 미술상 : <아가씨> 류성희 ▲ 음악상 : <곡성> 장영규, 달파란 ▲ 기술상 : <부산행> 곽태용, 황효균 ▲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 <부산행> ▲ 청정원 인기스타상 : 정우성, 배두나, 쿠니무라 준, 손예진 ▲ 청정원 단편영화상 : <여름 밤>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