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 지도자가 이끌고 있는 나라의 모습, 그 현주소는 바로 그 지도자의 마음을 펼쳐 놓은 것일 뿐이다."

비선 실세, 국정 농단, 헌정 유린…. 현재 대한민국을 휘몰아치고 있는 말입니다. 책임자는 명확한데, 책임자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 말을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놀랍게도 위 글귀는 박 대통령이 쓴 것입니다. 그가 1998년 내놓은 일기모음집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를 보면, 1991년 2월 20일 일기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는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치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제발 좀 물러나주었으면 좋겠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글귀는 박 대통령이 1995년 내놓은 수필집 <내 마음의 여정> 49쪽에 나옵니다. 소제목은 '모든 것을 정지시킨 나사 한 개'입니다. '모든 것을 정지시킨 나사 한 개', 박 대통령에게 위 글귀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나하나의 인명은 그토록 귀한 것"

박근혜가 박근혜에게
 박근혜가 박근혜에게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아래 글귀를 보면, 최순실씨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고기에 박 대통령, 미끼에 최순실씨를 대입해보면 현재 상황과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그 물고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그것의 미끼로 쓰이듯이, 자기가 극히 좋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기의 가장 큰 허점이고 약점이며, 따라서 자주 파멸과 불행의 근본 원인이 된다. 사람을 잡기 위해 악마가 드리우는 미끼가 된다." - 1993년 6월 12일 일기 중

세월호 참사로 숨진 304개의 '별'이 생각나는 글귀도 있습니다.

"지구와 사람을 저울 양쪽에 각각 올려놓았을 때 사람 쪽이 더 무겁게 내려앉는 그림이었다. 하나하나의 인명은 그토록 귀한 것이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자신이 중심이 되어 이루고 있는 세계가 있다." - <내 마음의 여정> 152쪽, '진정으로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중

<오마이뉴스>가 '박근혜가 박근혜에게'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375쪽 분량의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이전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1993]을 보강)와 161쪽 분량의 <내 마음의 여정>(이후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1998]으로 보강)을 뒤졌습니다. 여러 주옥같은 글귀 중 20세기의 자연인 박근혜가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말을 모아봤습니다.

참고로 박 대통령은 1993년 '한국수필' 신인문학상을 받고,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뽑은 '박근혜가 박근혜에게' 보내는 글귀 12개입니다.

"부모 보호 아래 금지옥엽 자란 사람들은..."

한 지도자가 이끌고 있는 나라의 모습, 그 현주소는 바로 그 지도자의 마음을 펼쳐 놓은 것일 뿐이다. - 1991년 2월 20일 일기

세상 사람들이 흔히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는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치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제발 좀 물러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 <내 마음의 여정> 49쪽, '모든 것을 정지시킨 나사 한 개' 중

오랫동안 큰 힘 또는 권력의 비호 아래 지나왔거나, 뭐든지 다 들어 주는 부모의 보호 아래 금지옥엽으로 자란 사람들은, 그 권내를 벗어나면 참으로 비참한 지경이 되기 쉽다. (…) 자신의 뜻대로 되었던 세상과는 달리 이제 사사건건 방해와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 그 안에서 조화롭게 문제를 해결할 인내심을 일시에 잃어버리고 극도의 분노에 달하기 쉽다. (…) 이런 경험을 하다 지치면 완전히 자포자기가 되거나 비굴해지기까지 한다. - <내 마음의 여정> 30쪽, '인생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중

신문만 훑어봐도 그렇다. 특히 사회·정치면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희한한 사건들 대부분이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간단하고 쉽다고 생각하는 원리 원칙을 어기는 데에서 생기고 있다.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마라, 거짓말하고 속이지 마라 (…) - <내 마음의 여정> 43쪽, '쉽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어려움' 중

요즘 보는 역사책이 주는 한결같은 교훈. 나라가 망하기 전에 먼저 임금의 마음이 결단 난다. 임금 마음에 망조가 들면 제일 먼저 교만해진다. 그리되면 자연히 충신, 간신의 말을 구별 못 한다. (…) 간신의 말만 듣는 임금은 머지않아 자신과 나라를 망치고 만다. - 1991년 2월 20일, 동년 8월 29일 일기 중

아무리 좋은 방향을 일러 주고 설득해도 자기는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방향이 더 좋아 보이고 더 끌리니 어찌할 것인가. - <내 마음의 여정> 103쪽, '유일한 선은 지식, 유일한 악은 무지' 중

정치가들은 자기가 이러저러한 사람으로 국민에게 비치기를 바라며 그런 이미지를 심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틀림없는 사실은 자기의 인생은 자기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위선을 떨어도 그 속마음은 조만간 드러나고 만다. - 1990년 6월 2일 일기 중

권력의 남용, 판단의 착오로 인해 빚어진 한 인간의 끊임없는 고통을 나는 보고 있다. 권력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 권력은 칼이다. 권력이 크면 클수록 그 칼은 더 예리하다. 조금의 움직임으로도 사람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그러므로 큰 권력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정작 그 큰 권세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이다. - 1989년 11월 3일, 1990년 9월 2일 일기 중

그 물고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그것의 미끼로 쓰이듯이, 자기가 극히 좋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기의 가장 큰 허점이고 약점이며, 따라서 자주 파멸과 불행의 근본 원인이 된다. 사람을 잡기 위해 악마가 드리우는 미끼가 된다. - 1993년 6월 12일 일기 중

지구와 사람을 저울 양쪽에 각각 올려놓았을 때 사람 쪽이 더 무겁게 내려앉는 그림이었다. 하나하나의 인명은 그토록 귀한 것이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자신이 중심이 되어 이루고 있는 세계가 있다. - <내 마음의 여정> 152쪽, '진정으로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중

"하늘의 뜻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하고 묻기 전에 현실을 잘 살펴보면 된다. 주어진 현실은 하늘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 주어진 현실은 하늘의 메시지이다. - 1991년 3월 31일 일기 중

우리가 사회나 국가의 복잡하고 험난한 문제들도 그것들이 오히려 발전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한 번 붙어봐야 할 것이다. 어차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스스로 물러갈 것도 아니니까. - <내 마음의 여정>, 95쪽 '왜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쓸 수 없는가' 중



태그:#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에세이
댓글2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