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출족,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 지 10년 쯤 됐습니다. 그간 별별 일을 다 겪었습니다. 모퉁이를 돌며 바닥에 깔린 모래를 미처 보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잡아 미끄러지며 팔꿈치를 심하게 다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멀쩡하던 타이어가 갑작스레 펑크 나 휴대하고 다니던 응급 패치를 이용해 때워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령도 생겼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도 생겼습니다. 주입해 놓기만 하면 펑크 난 곳을 알아서 메워 주는 실란트(sealant)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포장, 비포장,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에서는 어떻게 타는 게 힘이 덜 들거나 안전하다는 것도 몸이 익혔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전거는 페달을 앞으로 밟으면 힘이 걸리며 자전거가 나가고, 뒤로 돌리면 그냥 페달만 헛돌게 돼 있습니다. 어느 날, 자전거 페달이 갑자기 헛돌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앞으로 가기 위해 페달을 앞으로 돌리고 있는데 페달만 겉돌고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자전거를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쪽으로만 구동이 되게끔 하는 래칫기어(Ratchet Gear)가 있고, 그 래칫기어도 고장이 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장 난 래칫기어를 응급처치할 요령도 기술도 없었습니다.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와 유사한 경우를 경험하는 일이 없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반야심경>과 <천수경>은 물론 분량이 제법 되는 <금강경>까지 줄줄 외우고 있으니 내심 부처님 가르침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불자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것을 물어보면 말을 얼버무리거나 모른다고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 / 지은이 멤 틴몬 / 옮긴이 김종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11월 11일 / 값 25,000원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 / 지은이 멤 틴몬 / 옮긴이 김종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11월 11일 / 값 25,000원
ⓒ 불광출판사

관련사진보기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멤 틴몬 지음, 김종수 옮김, 불광출판사 펴냄)는 불교를, 부처님의 가르침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접하며 디테일하게 새길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아비(Abhi)'는 '우세한, 훌륭한, 탁월한, 고귀한, 독특한, 놀라운' 등 이라는 의미이고, 담마(Dhamma)는 붓다의 교리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장과 논장을 총괄하여 이야기합니다.

붓다가 45년에 걸친 가르침은 3가지, 경장과 율장 그리고 논장 이렇게 3장으로 나뉩니다. 경장이 붓다가 자신의 가르침을 일반적인 어휘를 사용해 설명한 관습적인 가르침이라면, 율장은 출가자가 따라야 할 규율입니다.

논장은 추상적인 용어까지 사용해 우주의 궁극적인 실재와 불교의 최고선을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아비담마>는 논장으로 분류되는 붓다의 궁극적 가르침(Paramatta desanã)입니다.

불교를 접하게 되면 정신, 물질, 마음, 공, 무상, 고, 무아 등은 물론 인식, 연기, 사성제 등 실재적이거나 추상적인 용어들을 빈번하게 접하게 됩니다. 불교와 관계없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합니다. 일체유심조,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이 지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용어입니다.

다 알고 있는 듯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마음'이나 마음과 함께하는 '마음부수'가 무엇인지를 낱낱이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일체유심조'라는 겉 포장은 알아도 정작 '마음'을 모르니 '일체유심조'를 통한 어떤 것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입에 발린 '일체유심조'는 알지만 정작 일체를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는 모르고 있는 경우입니다.  

마음에도 종류가 있고 원인과 관계 그리고 조건 등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마음은 물론 불교를 통해 접하게 되는 어떤 용어나 단어들을 아주 구체적이고도 입체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전처럼 겉으로 드러난 뜻만을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의미와 배경, 관계와 조건까지를 낱낱이 살피며 골 깊게 새길 수 있도록 차곡차곡 이어가며 깊고 깊게 새길 수 있는 내용입니다  

'죽음이란 일시적인 현상의 일시적인 끝이다. 죽음이 의미하는 바는 한 특정한 세상에서 한 개인의 생명기능(jīvitindriya)과 열(usma=tejodhāut)과 의식(viññāna)이 소멸하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은 한 존재의 완전한 단멸이 아니다. 다음 생의 원인들이 소멸하지 않는 어느 한 장소에서 죽음은 다른 장소에서의 재생을 의미한다.' - 286쪽

붓다의 심리학이자 궁극의 과학

부처님 말씀이니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건 억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봐도 옳고 저렇게 새겨도 옳다면 저절로 믿게 되고, 어느새 따르는 게 당연합니다. 모르고 따르는 믿음은 따르고자 하는 실천력 또한 미약하기 마련입니다. 실천력이 약하면 그 가르침이 아무리 좋을지라도 이룰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알고 따르는 믿음은 가고자 하는 실천력 또한 강하고 의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는 독자들이 몸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게 해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에서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붓다의 심리학이자 궁극의 과학으로 읽히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 / 지은이 멤 틴몬 / 옮긴이 김종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11월 11일 / 값 25,000원



붓다 아비담마 - 체계적으로 배우는

멤 틴 몬 지음, 김종수 옮김, 전현수 감수, 불광출판사(2016)


태그:#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 #김종수, #불광출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