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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키우지 않아도 되니, 방 한 켠 내줄 분 없나요?

강아지들은 사회성만 잘 키워주면 낯선 강아지를 만나도 금방 함께 뛰어 놀 수 있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보통 산책은커녕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은 이 예민한 동물은 내 집에 낯선 동물이 방문한다는 걸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길고양이들도 웬만해서는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익숙한 환경, 익숙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고양이의 마음에 비로소 평온을 가져다준다.

만약 집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가, 둘째를 들이려고 다른 고양이를 대뜸 데려와 첫째 앞에 앉히고 소개시키려 한다면 아마 하악질이 난무하는 결투의 현장을 보게 될 것이다. 고양이들은 인사조차 하지 않고 다짜고짜 화를 내며 집사를 원망한다.

그렇다면 고양이 여러 마리를 한 집에서 지내게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고양이의 합사는 결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인내심과 약간의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낯선 집에서 아직 적응 중
▲ 임보 온 아기고양이들 낯선 집에서 아직 적응 중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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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의 첫 관문은 고양이 합사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우리 집에서 새로운 고양이 두 마리를 임시보호(임보)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첫 번째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합사였다.

우선 임보를 요청한 캣맘이 우리 집으로 직접 고양이들을 데려오기로 했다. 도착 시각이 돼 우리 집 고양이 제이, 아리를 일단 안방에 가둬놓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드디어 우리 집에 들어온 두 마리 새끼고양이들은 담요 덮인 이동장 안에서 몸을 찰싹 붙이곤 커다랗게 커진 겁먹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동장 문을 열어주면 일단 밖으로 튀어나오는 강아지들과 달리, 고양이들은 그 안전한 공간 안에서 좀처럼 바깥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캣맘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이동장 안에 손을 넣어 고양이들을 꺼내 들어보았다.

이제 겨우 2, 3개월쯤 된 꼬물이들은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 만지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작았다. 내 손 안에서 잠시 몸이 굳은 듯 심장만 두근두근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손힘이 느슨해지자 이때다 싶은지 '파바박' 뛰어 소파 밑으로 숨어들어갔다. 두 마리가 남매끼리 몸을 꼭 포개고 숨어 있는 게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첫날, 낯선 환경 탓에 침대 밑에 숨은 고양이들
▲ 아기고양이들 첫날, 낯선 환경 탓에 침대 밑에 숨은 고양이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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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은 영역 동물이라 원래 환경이 바뀌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임보든 입양이든 고양이를 데려온 첫 날에는 억지로 꺼내거나 만지려고 하지 말고 그냥 숨어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당분간 지내게 될 우리 집에서 천천히 적응하도록, 사료와 물과 화장실만 놓아주고 이 날은 우리와 제이, 아리 모두 안방에서 문을 닫고 잤다.

그래도 새로 온 아기고양이들이 잘 자는지 신경 쓰여 새벽에 종종 잠이 깼는데, 귀를 쫑긋 세워보면 거실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리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고양이들은 여전히 소파 밑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밤새 사료도 싹싹 먹고 화장실도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아기고양이들이 집에 적응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집에서는 기존에 있던 제이, 아리와의 합사가 사실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천천히 서로의 냄새에 익숙해지게끔 해줘야 했다. 하룻밤을 거실에서 보냈으니 아기고양이들을 소파 밑에서 꺼내 이동장에 담아, 안방에 갇혀 있던 제이, 아리와 하루 동안 다시 방을 바꿔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안방에 아기고양이들의 생필품을 놓아주고 문을 닫자, 제이와 아리는 거실에서 아기고양이들이 남긴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이렇게 천천히 서로의 냄새만 맡게 해서 '이 집안에 다른 고양이가 있다'는 정보 교환을 하다가, 시간을 늘려가며 서로 접촉할 수 있게 해주면 비교적 평화롭게 합사를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투명한 유리문이나 방묘창 등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모습만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다, 직접적인 주먹다짐은 못 하도록. 이 과정은 고양이들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2~3일, 길게는 1~2주일 정도 시간을 들이게 된다.

처음부터 대뜸 대면시키게 되면 뭐랄까,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내 숨겨놓은 딸이다'라고 다른 아이를 데려오는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을 느낀다고 하니 화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항상 둘이 꼭 붙어 있는 봄(고등어), 나리(치즈)
▲ 봄 나리 항상 둘이 꼭 붙어 있는 봄(고등어), 나리(치즈)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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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에게 '봄날이' 올 거야

아기고양이 두 마리는 안방에 들어가자 이번엔 침대 밑으로 숨어 몸을 꼭 붙이고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우리 집 제이와 아리는 저렇게 사이좋게 붙어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형제라고 둘이 의지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면서도 신기했다.

얼마나 지낼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 빨리 적응해 마음이 편해졌으면 싶었다. 친해지려면 일단 이름이 있어야겠지? 나중에 입양을 가면 또 진짜 이름이 생기겠지만, 임시로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임보 집에서 부를 이름인 만큼 좋은 가족에게 입양 가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어 고양이는 '봄', 개나리 색깔의 치즈 고양이는 '나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합쳐서 봄날, 따뜻하고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뜻으로. 사실 나리는 남아지만….


태그:#고양이, #임시보호, #고양이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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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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