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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선라이즈호의 외부 모습. ⓒ 서규호
일본 열도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깁니다.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그 열차 노선의 길이만 해도 3095km 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삿포로나 오사카를 경유 하카타나 구마모토 오이타의 규슈까지 수많은 야간침대특급열차가 운행을 했었습니다. 객차의 외관도 파란색으로 도장되어 있는 침대차로 '블루 트레인(ブルートレイン)'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일본 전역으로 여행객들을 밤새 수송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의 발달로 점점 야간열차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최근엔 도쿄와 하코다테를 이어주는 홋카이도신칸센 개통으로 초호화침대특급열차 카시오페아(カシオペア)와 트왈라이트익스프레스(ワイライトエクスプレス) 마저 폐지가 되어 마지막 열차를 타려는 많은 철도 팬들로 인해 열차가 5분도 안 되어 전 좌석이 예약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다만 카시오페아호는 카시오페아기행(カシオペア紀行)이라고 해서 초호화침대열차로 이용됩니다.

또한 트왈라이트익스프레스도 교토역 출발기준으로 산인지방이나 산요지방으로 운행하는 초호화침대열차 트왈라이트익스프레스 미즈카제(トワイライトエクスプレス瑞風)로 재탄생되니 그나마 다행이죠. 다만 가격이 엄청날 것 같습니다. 이 열차들은 단순 야간 숙박 이동이 목적이 아닌 2박 3일, 3박 4일의 숙박 겸 여행을 포함한 가격으로 판매가가 3박 4일 기준 보통 46만 엔 이상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500만 원 정도합니다. 2명이 여행한다면 1000만원 정도의 초고가 상품이 되는 것이죠.

오늘 소개할 열차는 그 야간 열차 중 유일하게 남아서 도쿄와 시코쿠의 다카마츠, 산인지방의 이즈모로 향하는 침대특급 선라이즈 이즈모호·세토호입니다. 이름이 두 개인데 이유는 나중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라이드호 싱글룸의 모습. ⓒ 서규호
싱글룸에 제공되는 실내복 등. ⓒ 서규호
매일 밤 동경역 9번 승강장은 10시에 출발하는 마지막 남은 침대야간열차를 타기 위한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JRPASS를 가진 여행객은 노비노비좌석(ノビノビ座席)을 이용, 추가요금 없이 시코쿠나 산인지방으로 갈 수 있어 많이 애용되는 열차이기도 합니다. 저도 여장을 풀고 노비노비좌석에 앉아서 출발합니다. 밤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담소를 나누며 각자 작은 다다미에 누워 이동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열차는 소등을 합니다. 머리 위 창문 쪽에는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등이 달려 있습니다.

잠시 다른 객실을 소개해드리면 트윈, 싱글룸 등 개별실이 준비되어 있는데 역시 비싸서 여행객들은 이용하기 좀 부담스럽습니다. 혹 기차 여행이 불안한 여성 여행객들은 이런 객실을 예약하시면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크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되는 일본열차 여행입니다.

객실 내부는 너무나 청결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싱글룸은 마치 캡슐 호텔 같은 느낌이 들지만 나만의 공간이 제공되는 점에선 최고의 선택입니다. 내부에는 슬리퍼, 잠옷도 준비되어 있어 정말 편안한 여행이 됩니다. 각 차량에는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어 간단한 세면 정도는 가능합니다. 또한 이 열차 내부의 특징이 바로 샤워카드를 구입하면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샤워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야간 열차여행의 큰 기쁨입니다.

예전에 삿포로에서 오사카구간의 트왈라이트익스프레스를 탈 때도 마찬가지로 샤워실이 있었는데 그때 세이칸터널(아오모리-하코다테)의 구간에서 샤워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바다 밑에서 샤워를... 열차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샤워실을 이용한 후에 하차를 하면 아침이 아주 상쾌하죠.
노비노비좌석의 실내 모습. ⓒ 서규호
열차 내부 샤워룸. ⓒ 서규호
하룻밤의 추억을 간직한 열차는 오카야마역에 아침 6시 27분 도착합니다. 4분간 정차하는데 이곳에서 선라이즈세토와 선라이즈이즈모가 분리되어 각자의 목적지로 분기해 출발합니다. 저는 산인지방의 이즈모를 가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선라이즈 이즈모호를 탔습니다. 도쿄역에서 타실 때도 잘 타셔야 합니다. 1호 차부터 7호 차는 선라이즈 세토이고, 8호 차부터 14호 차는 선라이즈 이즈모입니다. 열차는 북쪽으로 달려 물의도시 마츠에역을 지나 종착역인 이즈모역에 아침 9시 58분에 도착합니다.

무려 11시간 58분의 열차여행이 종료됩니다. 열차 안에서 샤워도 했으니 산인지방의 여행을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호텔의 숙박비가 싱글 기준 보통 6000~7000엔 하는데 이 열차의 노비노비좌석을 예약해 타면 숙박비도 줄이고 여행 이동시간도 줄여주니 정말 합리적인 배낭여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출발하는 선라이즈호를 타러 동경으로 여행 떠나보아요.
열차 운행 정보
- 찾아가는 법
도쿄역 9번 승강장

- 운행시간표
도쿄역 출발 기준 22:00 → 선라이즈 이즈모호 익일 09:58 이즈모역 도착
도쿄역 출발 기준 22:00 → 선라이즈 세토호  익일 07:27 다카마츠역 도착

- 요금표
노비노비좌석(JRPASS이용 시 추가요금 없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선라이즈세토호, #선라이즈이즈모호, #일본야간열차, #일본철도여행전문가, #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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