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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정치는 군대 소원수리보다 못하다.

소원수리는 의외로 잘 받아들여진다. 남들은 귀찮다고 대충 썼지만, 난 각 잡고 체계적으로 썼다. 되겠다 싶은 것부터 확률이 희박한 것까지. 70~80%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20~30%의 변화된 모습을 봤기에 매달 소원수리를 열심히 적어댔다.

그러나 직업정치 영역에서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변화됐다고 느낀 것? 사실상 전무하다. 정부 규모가 아니라 자치구 수준으로 와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도로에 보호펜스 쳐달라고 민원을 넣어도, 불법주정차와 입간판이 인도를 가로막아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해도 그대로다.

그러던 내게 찾아온 너

"우리는 몇 년에 한 번 권력자를 선택할 수 있지만 그들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선 완전히 소외된다. 우리는 공청회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그마저 휴가 내지 않으면 갈 수 없는 평일에 열린다. 공청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가 우리를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 데모크라시OS 공동창립자, 책 <듣도 보도 못한 정치>에서

억울했다. 부러웠다. 우리도 분명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도 청년실업률 50%쯤 돼야 바뀌려나, 싶었다. 와글이 낸 책, <듣도 보도 못한 정치>에서 스페인의 정치참여를 접하고서다. 시민단체와 군소정당이 모여 정치연합 '바르셀로나 엔 코무'를 만들었다. 그들의 대표자가 바르셀로나 시장이 됐다.

 2015년 6월, 바르셀로나 엔 코무의 아다 콜라우가 바르셀로나 시장에 취임했다. 당선 이전, 그는 주거권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했으며 그의 대표 공약은 빈집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아다 콜라우 시장은 취임 후 공약 실천을 위해 공공주택 매입 예산 350만 유로(약 43억)을 배정했으며, 빈집을 공공임대로 넘기지 않은 금융기관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2015년 6월, 바르셀로나 엔 코무의 아다 콜라우가 바르셀로나 시장에 취임했다. 당선 이전, 그는 주거권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했으며 그의 대표 공약은 빈집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아다 콜라우 시장은 취임 후 공약 실천을 위해 공공주택 매입 예산 350만 유로(약 43억)을 배정했으며, 빈집을 공공임대로 넘기지 않은 금융기관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 ajuntament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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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크라시 OS에선 누구든 안건을 올릴 수 있다. 이용자는 찬반, 댓글, 수정안을 통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데모크라시 OS에선 누구든 안건을 올릴 수 있다. 이용자는 찬반, 댓글, 수정안을 통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 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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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러웠던 건 이들의 의견수렴 방식이었다. 바르셀로나 엔 코무는 데모크라시OS를 활용해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정책과 공약을 만든다. 그들은 정치윤리규약에서 공약 미실행 시 견책하거나 파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치'라는 당연한 상식이 여기선 현실화된다.

네이버·페북 댓글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

시민이 정치에 참여한다.
=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논의한다. (O,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 그렇게 모인 우리의 의견이 반영된다. (X, 제발 좀..)
= 문제점이 개선되고 삶이 나아진다. (X, 부탁이야..)

그러나 한국에선 아무리 시사와 정치를 논해도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무언가 바꿨다고 느끼지도 못한다. 체념이 만연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효용성이다. 조그만 것이라도 우리의 참여가 변화를 이끌어냈던 경험이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과 온라인 개발자 조합 ‘빠흐티’,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함께 국회톡톡을 개발했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과 온라인 개발자 조합 ‘빠흐티’,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함께 국회톡톡을 개발했다.
ⓒ 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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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타트업 '와글(대표 이진순)'은 책과 스토리펀딩을 통해 해외의 정치참여 사례를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월, 한국의 데모크라시 OS를 만들었다. 시민입법 플랫폼 '국회톡톡'이다.

국회톡톡(http://toktok.io/)에선 시민이 법안을 제안하고 1000명 지지를 얻으면, 해당 상임위 위원 전부에게 메일이 간다. 여기에 호응한 의원이 함께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11월 20일 현재, 33개 법안이 제안됐고, 4개 법안이 1000명 지지를 얻었으며, 2개 법안이 의원 호응을 얻어 추진 중이다(신입사원-복직자 유급휴가 보장, 어린이(만 15세 이하) 병원비의 국가 보장).

자신의 의견이, 자신의 댓글이 흘러가지 않고 가치를 지닌다 느끼면 어떻게 될까? 이 같은 정치참여 플랫폼이 일상화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카톡과 페북을 확인한 후 이들 플랫폼을 확인할 것이다. 내 의견이 어떻게 호응을 얻고 어떻게 반박됐는지, 관심있는 법안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정치'는 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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