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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국민들의 분노, "박근혜는 퇴진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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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총력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100만 촛불'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으려면, 세월호 참사 이후 더 큰 좌절감과 집단적 우울감을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 다시금 박근혜 정부 4년, 아니 이명박 정권 포함한 9년의 퇴행을 다시 겪을 수는 없다. 세금 도둑들이 국민들의 고혈을 빨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우리의 아이들과 청년들이 살아갈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놔둘 수 없지 않은가. '박근혜 퇴진'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사력을 다해야 한다. 결국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이게 다 '5% 지지율'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구중궁궐에서 귀를 닫고 있어서다. 1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 조사에서 박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3주 연속 5%(15~17일 전국의 성인남녀 1천7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기록했다.

"예의주시하면서 지켜볼 것이다."

19일 '박근혜 퇴진' 집회를 앞두고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이 18일 오전 내뱉은 말이다. 딱 1주일 전인 11일, 12일 집회 전날 "국민의 준엄한 뜻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던 언급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국민 담화의 엎드린 자세도, 한광옥 비서실장 앞에서 '펑펑' 울었다던 읍소 전략도 이젠 없다.

국민들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청와대 뒤편에 숨어 마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 같은 박 대통령의 1주일간의 태세 전환.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결과 국민들의 박 대통령 '하야' 의견이 73.9%(16일 전국 19세 이상 525명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 포인트)를 넘긴 지금, 더 이상 박 대통령을 기다려줄 이유도, 시간도 없다. 지난 한 주간, 반전에 가까운 박 대통령과 그의 부역자들의 안하무인격 공세와 일련의 동태를 지켜본 결과에 의하면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더 이상 시간을 줘선 안 되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MOU서명식에서 자리를 확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MOU서명식에서 자리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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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욕을 먹더라도 박 대통령은 현재 스스로 물러나야 할 자기 이유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연합뉴스>의 "朴대통령은 왜 '퇴진 불가' 장기전 선택했나" 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자리 지키기는 사실 고도의 전략이 아니라고 한다. 청와대 다른 참모는 이를 두고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각오한 박 대통령 특유의 심플한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헌법에 절차상으로 명시되지 않은 본인의 2선 퇴진, 임기단축, 하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임기 초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설명이다. 이게 핵심이다.

절망적이지 아니한가. "나는 짐이요, 곧 국가다"에 다른 버전이다. 박 대통령의 "심플한 책임감"을 다른 말로 바꾸면 무책임이요, 무능력이자 무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못해 최순실 일가에 그 권력을 나눠주고, 막대한 혈세까지 말 그대로 쏟아부은 대통령. 그리고 각종 경제 지표와 각 부문별 국가 순위 등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무능력한 지도자. 국민들의 드높은 요구와 5%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없는 절차는 받아들일 필요 없다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대통령.

검찰 조사를 뒤로 미루는 뻔뻔함이나 "엘시티 철저 조사"와 같은 자가당착과 다를 바 없는 검찰 수사 지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과 같은 반동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다 이런 '멘탈'을 이해해야 한다. "특검을 포함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와 같은 제2차 대국민담화에서 내뱉은 말의 잔치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뻔뻔한 거짓말로 보면 맞을 것이다.

이런 인식 하에서라면 '친박' 유영하 변호사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과 같은 전혀 맥락 없는 읍소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 않는가. 대통령 업무에 매진하기 위해 최순실과 국정을 논의했다는 그 '순수한 마음' 말이다. 법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국정 공백'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100만 명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대통령에게 자비란 있을 수 없다.

'박사모 총동원령', '샤이 박근혜'층의 출몰?

14일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숭모제'가 열린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 전 대통령의 생가 앞에서 한 시민이 '박근혜 퇴진'이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자 박사모 회원 등이 이를 저지하며 충돌하고 있다
▲ 박정희 생가 앞에서 '충돌' 14일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숭모제'가 열린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 전 대통령의 생가 앞에서 한 시민이 '박근혜 퇴진'이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자 박사모 회원 등이 이를 저지하며 충돌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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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침묵하는 4900만 명 있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김대중 대통령도 하야는 안 했을 것이다."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

하루 이틀 사이, 쏟아져 나온 막말들이다. 한데, 단지 개인의 신념에 의해 나온 막말은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아니, 어떤 시나리오 안에서 제시된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00만 촛불'이 꺼진 직후인 1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취소 이후 청와대의 입장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또 새누리당 당지도부 등 친박계는 태세를 전환했고, 연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뉴스룸>이 보도한 지난 2014년 국정원이 작성하고 민정수석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세월호 문건'에서 알 수 있듯, 국정원을 비롯해 새누리당과 친박계를 위시하여 어버이연합, 일베, 박사모 등이 움직이고 있다. 메신저 등을 통해 노년층을 겨냥한 박 대통령 지지 글들이 한창 돌고 있다는 것이 한 증거다.

어제 포털 검색어를 달궜던 '박사모 엘시티' 내용을 보라.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 지시와 함께 유력 야당 대선주자를 엮으려는 괴담이 일사불란하게 횡행한다. 아직도 '종북몰이'에 '올인'하는 새누리당이나 오십보백보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명예훼손' 등 형사고발 대응을 신속하게 공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18일 오전, 추미애 대표도 "하야하시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으면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정지시키는 조치에 착착 들어가겠다"고 강공을 펼쳤다. 그러면서 "19일 집회 이후 후속 법적 조치도 계획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 지금 필요한 건 법적인 조치를 포함한 야당과 국민들의 전방위적이고도 장기적인 압박이다.

"삼성이 대통령과 가까운 비선실세를 매수한 거다"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5일 오전 삼성그룹 계열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 강남구 삼성그룹 서초사옥에 내 제일기획 관련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재무자료, 스포츠단 운영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삼성서초사옥.
▲ 검찰, '최순실 의혹' 삼성그룹 계열 제일기획 압수수색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5일 오전 삼성그룹 계열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 강남구 삼성그룹 서초사옥에 내 제일기획 관련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재무자료, 스포츠단 운영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삼성서초사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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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탐욕이다. 최순실 배후에 재벌이 있다. 재벌이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아 돈으로 매수한 거다. 이게 사건의 본질이다. 최순실은 머리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강남 아줌마다. 18개 부처가 정책을 서류로 올리면 대통령은 서면보고만 받고 지시한다. 그런데 그 정책들이 최순실 머리에서 다 나왔겠나.

삼성이 왜 잘 알려지지 않은 최순실에게 35억 원을 줬겠나.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 전에 삼성이 단독으로 건넸다. 대통령과 가까운 비선실세를 매수한 거다. 삼성 등 재벌들은 이런 식으로 역대 대통령들을 농락했다."

최근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가 분석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이다. 그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이 비선실세를 매수했고,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있어 대기업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대기업·재벌도 공범이다"라는 비판에서 살짝 더 나아간 셈이다.

이미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건넨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줄줄이 불려갔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성 지원을 해준 혐의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은 오늘(18일) 검찰에 출석했다. 더불어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7월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것에 최순실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공단 측이 해명을 내놓았지만, 논란을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헌납하고, 총수 특별 사면 등 대가를 받은 대기업들 중 으뜸은 최순실씨와 직접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일 것이다. 사실 수십, 수백억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보험치고는 많지 않다는 것이 중평이다. 그 공범들이 지금 과연 떨고 있을까.

그들을 진짜 떨게 만드는 건 권력과의 정경유착을 완전히 떼어버리는 것이다.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불법을 저질렀을 때는 적법하게 처벌받는 것. 이번 국정농당 산태가 주는 교훈도 다르지 않다. 그 길고 길었던 고리를 이번 참에 제대로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더 미룰 수는 없다. 

고3까지 쏟아진 광장으로 가야 할 이유 

대학수학능력시험 마친 고3 수험생과 학생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고3 집회'에 참석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수능 끝내고 박근혜 하야 집회 참석한 학생들 대학수학능력시험 마친 고3 수험생과 학생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고3 집회'에 참석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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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를 하라고 얘기하면 하야 합니까? 퇴진하나요? 할 수 있는 걸 다 해 봐야 하는 거죠. 이 대통령이 현재 이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에는 위기이거든요. 혼란이고. 국민에게는 피해가 발생하고.

(중략) 탄핵을 안 하고 하야 퇴진 투쟁만 하고 있으면 그 문제는 해결됩니까? 더 나쁘죠. 퇴진을 위해서 자진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데 그건 사실은 실질적인 힘이 받침 되지 않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무력투쟁을 할 수 없잖아요.

그러면 법률적 방법이 실현 가능성이 크든 작든 같이 더 해줘야 하는 거죠.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고. 왜 탄핵을 안 하겠다고 빠지는지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자기들 책임 안 지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계산하지 말고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판단한 다음에 국민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입니다."

어제(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일성이다. 국민이 광장에 나서고, 정치권은 탄핵을 추진하되 검찰 조사 압박하고, 특검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기반을 만드는 것. 이상론이라는 비판과 반대에는 정치공학만 따지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 공존한다. 그만큼 박 대통령 하야가 아닌 퇴진까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단계별로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하나다. 박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그 공범과 부역자들을 함께 강력하게 처벌하고, 부패와 불법, 불평등과 차별로 점철된 현 한국사회의 공고한 권력 구조와 카르텔을 부숴야 한다는 것. '100만 촛불'에 이어 고3 수험생들까지 쏟아질 19일 광장으로 다시 나서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박 대통령에게 더 이상 시간을, 여유를 줘서는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블랙유머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가 미국 권력층을 겨냥해 적은 <나라 없는 사람> 중 이 구절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국민들이 현명한 사람이, 존경받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모든 권력은 억측가들의 손에 있었다. 이번에도 그들이 승리한 것이다. 병균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 우리도 똑바로 주시해야 할 억측가들에 관한 사실 하나가 드러났다. 우리도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들은 생명을 구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그래서 아무리 무지하더라도 그들의 억측이 언제까지나 유지되는 것이다. 그들이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명한 사람이다.

그들이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명한 사람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어달라. 그래서 우리의 생명과 당신의 생명을 구하라.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달라."


태그:#박근혜, #최순실, #삼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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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대통령 위에 대통령 '최순실 국정농단'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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