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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하천이라 역시 자연 하천에 비해 풍광은 떨어진다. 전라북도와 충남도의 사이인 대둔산에서 시작해 금강으로 흘러가는 갑천을 11번째 종주하며 느낀 생각이다. 자연을 좋아하고 평소 많이 갈망하시는 갑천생태해설가 선생님들은 도시의 하천에서 느끼는 점이 다르다. 화려한 건물과 조경물에 감탄하지만 자연이 만들어준 경관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 일관된 견해다. (관련 기사 : 수질 정화해주는 '마름모꼴' 마름꽃, 보실래요?)

11번째 종주는 엑스포다리에서 시작했다. 태극무늬를 형상화해 만들었다는 엑스포다리는 밤이면 휘향찬란한 조명이 들어오면서 야경 사진 포인트로 꼽히는 곳이다. 물론 어느 햄버거 업체의 상징모양과 비슷하다고 조롱을 받기도 한다. 93년 엑스포의 상징이 된 다리는 이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이야기를 담아냈다.

하천은 물만 가득하다.
▲ 멀리 엑스포 다리가 보인다. 하천은 물만 가득하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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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의 시작부터 직선화된 하천에선 왠지모를 비인간성이 드러난다. 모래와 풀은 없고 물만 가득찬 하천은 나에게는 별로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커다란 보를 막아 호수로 만든 갑천에는 있어야 할 생명은 없고 바람만 싸늘하게 부는 듯하다.

천천히 하천을 따라 내려가면 커다란 보가 보인다. 비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하천의 원흉이다. 적어도 내게는... 이 보는 2008년 카누대회를 위해 만들어졌다. 1번의 대회를 위해 만들어진 라바보(튜브로 만들어진 보)는 한겨울 물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닫혀 있었다.

상류에는 물만있고 하류에는 다행히 식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 라바보 상류에는 물만있고 하류에는 다행히 식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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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보를 지나자마자 하천은 다시 새로운 모습이다. 생명이 없는 보 상류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갈대와 억새, 달뿌리풀들이 하천에 자리하고 있다. 거기에 수양버드나무가 있다. 수양버들의 너그러운 품을 느낄 무렵, 그 옆은 이미 낚시꾼의 자리가 되어 있다. 갑천유역에서 가장 많이 낚시를 하는 곳이 이곳이다. 라바보 하류 원촌교에서 전민동까지가 시민들이 가장 많이 낚시를 즐기는 곳이다. 물론 떡밥 낚시는 금지되어 있으며, 낚시대도 1인 1대만 허용되는 곳이지만, 이를 지키며 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낚시의 최대 피해자는 새들이다. 겨울 철새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낚시꾼들이다. 낚시를 즐기는 것을 무어라 하기는 힘들지만 제발 이곳에서 만큼은 겨울철 낚시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 새들이 많은 곳에는 역시 먹이(물고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요 낚시 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시민도 신기한듯 새를 보려 하고 있다.
▲ 새를 모는 선생님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시민도 신기한듯 새를 보려 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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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올해도 일찍 도착해 자리를 틀고 있는 겨울철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흰죽지,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비오리 등등 약 30여 종 1000마리 이상의 겨울철새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시베리아로 떠난다. 아직 물닭 등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갑천은 겨울철새들로 넘처난다.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흰목물떼새는 갑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이 되었다. 3km를 이동하는 동안 4마리의 흰목물떼새를 확인한 것은 참 놀랄 일이다.

갑천에서 휴식중인 흰목물떼새의 모습
▲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 갑천에서 휴식중인 흰목물떼새의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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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에 찾아오는 새들의 가장 좋은 점은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철새도래지에 비해 가깝기 때문에 자세히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월평공원 갑천생태해설가들은 겨울철새 보는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커다란 만원경을 꺼내 새들을 보기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갑천을 충분히 만끽하는 일이다.

도시 하천의 척박함에 불편하기도 할 겨울철새들이 그래도 매년 찾아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갑천상류의 자연환경과 인공하천이 되어버린 도시 구간은 많은 차이가 난다. 을씨년스럽기만 할 하천에 포근함을 가져다 주는 것 역시 생명들이다. 갑천종주에서 만난 겨울철새들이 그렇고, 갈대와 버드나무가 그렇다. 이제 12월 마지막 종주만을 기다리고 있다. 금강의 품으로 흘러가는 갑천의 모습을 확인할 12월을 기다린다.


태그:#갑천종주, #대전환경운동연합, #철새,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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