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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4시 당진 상록항만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당진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우리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0일 오후 4시 당진 상록항만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당진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우리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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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후 4시 당진 상록항만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당진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우리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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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항 하역작업 우리도 할 수 있다."


10일 오후 4시, 충남 당진시청 앞에서 이색적인 구호가 터져 나왔다. 60여 명의 건장한 청,장년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외쳤다. "일거리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당진 상록항만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다. 당진항 또는 항만으로 들어오는 선박 화물의 하역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2013년 2월 조합을 결성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일할 거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평택·당진항의 올해 6월 말 기준 화물처리실적은 5637만 톤에 이른다. 전년 대비 0.97% 늘어난 수치다. 컨테이너 물동량도 28만 7344 TEA(1TEU는 20피트 컨테이너)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35% 늘어났다. 특히 현대제철, 당진항만, 동국제강, 한일시멘트, 영진글로벌, 삼표 등 7개 사가 당진항을 통해 철광석 등을 들여오고 있다.

반면 상록항만노동조합(아래 상록 노조)의 하역 건수는 0건이다. 기존 당진항만항운노동조합(아래 당진 노조)이 하역업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4시 당진 상록항만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당진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우리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0일 오후 4시 당진 상록항만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당진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우리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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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 노조'는 수십 년 간 이어온 '당진 노조'의 독점권을 깨기 위해 2013년 설립했다. 하지만 대전 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이 '신규 허가 신청'은 안 된다며 노조설립을 불허했다.

복수노조(상록 노조)를 허용할 경우 현재 독점체제(기존 당진 노조)와 마찰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불허 이유였다. 지방노동청이 기존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독점권을 인정해준 꼴이다.

'상록항만 노조' 측은 지방노동청의 월권행위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년 여에 걸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상록 노조'의 손을 들어 줬다.

'상록 노조'는 "지역민을 고용하고,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공동체 가치를 지향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기존 노조와 상생하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서도 당진노조가 독점적으로 당진항 하역업무를 담당해 온 독점체제에 변화가 일 것이라며 반겼다.

이준섭 당진상록항만노동조합  위원장
 이준섭 당진상록항만노동조합 위원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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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이번에는 항만운영사와 하역 회사(현대제철, 당진항만, 동국제강, 한일시멘트, 영진글로벌, 삼표 등)들이 기존 '당진 노조'의 눈치를 보며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하역 회사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여전히 '상록 노조'에는 일거리를 주지 않은 것이다.

지난 9월 '당진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하역사들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청구했다. 지난 10월 처음으로 항만운영사 및 하역회사들과 첫 대화가 열렸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기존 업체(당진노조)와의 관계상 당진노조에만 일거리를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벼랑 끝에 선 '상록 노조'는 이날 끝내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이날 '당진항 항만 하역 일자리 쟁취를 위한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기존 노조는 자기들만의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며 적법하게 설립된 우리 노조를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항만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복수노조를 인정하고 즉각 단체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준섭 상록노조 위원장은 "시민노동조합의 공정한 일자리 분배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기득권 옹호세력에 의해 외면당하고 있다"며 "일자리 쟁취하는 그 날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태그:#당진, #항만노조, #이준섭, #당진항, #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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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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