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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묻는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법륜 스님
▲ 법륜 스님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묻는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법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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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대통령에 당선했다는 뜻밖의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 발표가 난 직후인 9일 저녁, 구미에서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강연장을 찾은 시민들은 미국 대선 결과의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깊은 우려를 쏟아냈다. 원래 인생 고민을 묻고 답하는 것으로 유명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장은 순식간에 국제정세 강의장으로 변했다.

직장에 다닌다는 한 여성은 "막말의 대가, 인종차별적 발언, 비상식적 행동을 하는 트럼프의 당선 소식에 미국도 망하는 것 아닌가 우려가 들었다"라며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법륜스님은 대중이 혼란스러워하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해 답했다.

구미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장.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묻는 한 청중의 질문에 법륜 스님은 "오바마는 미국의 화장한 얼굴이고, 트럼프는 민낯"이라고 하며 "오히려 대응하기가 쉽다"라고 진단했다.
▲ 미국 대선 결과 구미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장.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묻는 한 청중의 질문에 법륜 스님은 "오바마는 미국의 화장한 얼굴이고, 트럼프는 민낯"이라고 하며 "오히려 대응하기가 쉽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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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낡은 여론조사의 한계

법륜스님은 먼저 강연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이번에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 손 한 번 들어보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급히 현장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결과는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답한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스님은 "낡은 틀로 보면 안 된다"라고 전제하면서 "여론 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숨은 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트럼프 지지자들은 남들에게 비난 받을까봐 자신의 지지 의사를 쉽게 밝히지 않았지만, 속으로 지지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갔을 것"이라는 거다. 또 여기에 "민주당 후보 경선 전까지 샌더스를 열렬히 지지했던 젊은이들의 꿈이 꺾여서 투표장에 적게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 트럼프 당선 이유, 시민들의 분노

법륜스님은 무엇보다 백인 중산층 남성 노동자들의 분노를 트럼프 당선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미국은 지난 30년 동안 계속적으로 성장을 했지만 중산층이 느끼는 실질소득은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다"라면서 "성장한 부의 대부분이 소수 사람들의 주머니에 들어갔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을 뛰어넘어 오바마와 같은 흑인 대통령을 선출했는데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박탈감에 따른 분노가 그 이유"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트럼프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이 분노를 외부의 적으로 향하게 하는 전략을 펼쳤다"라면서 "불법 이민자들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 백인들의 두려운 심리를 건드렸다"라고 분석했다. 즉 "백인 남성들의 분노가 강력한 힘이 된 것인데, 이를 모르기 때문에 질문자가 혼란스러운 것"이라고 답변했다.

#3. 트럼프 당선,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서는 "막상 큰 손해가 날 일이 없다"라고 내다봤다. 지나친 우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좋은 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심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화장한 얼굴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들이 그동안 화장한 얼굴만 보다가 민낯을 보고 받는 충격은 있겠지만, 동시에 미국의 본심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 '이런 미국과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우리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는 훨씬 더 수월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화장한 얼굴보다 민낯이 낫다는 답변에 청중석에서 웃음이 쏟아졌다. 법륜스님은 "이제 미국의 본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받아들이면 된다"라며 대중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한 나라라는 것이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서 국가 정책이 크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특히 미국은 주(州)마다 다 자기 주의 법을 가지고 시행하는 연방제 국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당선했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륜스님은 트럼프가 당선했으니 약간의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우리가 흑자를 보던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수정하자고 나올 것이라는 거다. 즉 한미FTA의 재수정 또는 폐기다. 이에 대해 스님은 "자동차 산업 등 조금 어려움은 있겠지만 노무현 정권 전에도 FTA 없이 잘해 왔으니까 크게 걱정할 것 없다"라고 진단했다

주한 미군 주둔 문제도 "크게 고민할 게 없다"라고 내다봤다. 법륜 스님이 제시한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명쾌했다.

"미국이 철수하겠다고 하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보내면 돼요. 이제 우리도 자주국방을 할 때가 됐잖아요. 반대로 그대로 한국에 주둔하겠다고 하면 '있으라'고 하면 됩니다. 그동안 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미국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런 정도의 편의는 봐줄 수 있어야지요. 우리가 따로 머리 쓸 게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가겠다 하는데 '가지마세요' 하고 바짓가랑이 잡으면 미국은 우리에게 '주둔비 내놔라' 하겠죠. 또 미국이 있겠다 하는데 '가라' 하면 괘씸하게 생각하고 보복을 하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미국의 의사를 존중하면 됩니다." 

미국이 스스로 있겠다고 하면 자기들 돈으로 있을 것이고, 가겠다고 하면 자주 국방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바통을 미국에게 넘기면 된다는 말에 청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솔직한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이 말 듣지 않으면 때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이 있지만, 반면에 북한과 솔직하게 대화를 주고받아 담판을 지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정부처럼 시간을 끌기보다는 어떤 해결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덧붙였다.

답변을 갈무리하며 법륜 스님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리를 도와주는 척하며 속으로 딴 짓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본심을 드러내는 트럼프가 우리에게는 더 나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은 그렇게 나쁜 나라도 아니고, 그렇게 좋은 나라도 아닙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처럼 자기 나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입니다. 

트럼프 당선만을 가지고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보지 말고, 단점은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장점은 어떻게 살리면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되게 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의 기회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의 측면에서 보면 지금 변화된 상황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법륜스님은 지금 전국 30여 개 도시를 순회하며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9일 저녁, 구미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유독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 즉문즉설 법륜스님은 지금 전국 30여 개 도시를 순회하며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9일 저녁, 구미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유독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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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트럼프 당선, #한국에 미칠 영향, #미국 대선, #법륜 스님, #즉문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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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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