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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학교 학생들이 9일 오후 배재대 21세기관 앞에서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관련,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배재대학교 학생들이 9일 오후 배재대 21세기관 앞에서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관련,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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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학교 학생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총학생회가 아닌 뜻을 같이하는 몇몇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을 받아 한 시국선언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은 9일 정오, 21세기관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뒤 자유발언을 통해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규탄했다. 이날 시국선언은 정치언론안보학과 4학년 안진오 학생이 학교 홈페이지 커뮤니티에서 제안해 이루어졌다.

안씨는 이러한 시국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학교 커뮤니티에 시국선언 서명을 요청했고, 하루 만에 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에 안씨는 총학생회를 찾아가 '시국선언'을 주도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총학생회는 '정치적인 색깔을 띠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안씨는 '우리끼리 해보자'는 생각으로 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힘을 보탰고,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게 오프라인에서만 440명의 학생들이 서명에 참여해 총 1119명(온라인 679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50여만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아졌고, 주변 상인들도 현수막과 피켓제작 비용 등을 저렴하게 후원해 주는 등 학생들과 교수, 주변 상인들까지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안씨는 전했다.

이날 안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 했다, 아니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에게 위임했다"며 "이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훼손한 심각한 범죄행위다, 이게 우리 배재인들이 일어나야 할 이유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국선언 현장에는 1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기본이다', '무능한 당신 떠나라'는 피켓을 들고 "박근혜는 하야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표출했다. 의류패션학과 박제민 학생은 "이번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사건은 정치적인 색깔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주권을 유린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한 개인에게 국민주권을 넘긴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어국문학과 강석현 학생은 "이번 사태의 해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 후에 이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문학과 조민정 학생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을 마치 인형극의 인형처럼 꼭두각시로 세워놓고 자신의 배를 채웠다"며 "그러나 이 나라는 인형극이 아니다, 대통령은 인형극의 인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서 당장 내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재대학교 학생들이 9일 오후 배재대 21세기관 앞에서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관련,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사진은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을 결성해 시국선언을 준비한 안진오(정치언론안보학과) 학생.
 배재대학교 학생들이 9일 오후 배재대 21세기관 앞에서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관련,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사진은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을 결성해 시국선언을 준비한 안진오(정치언론안보학과) 학생.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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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시국선언문을 통해서도 "우리 배재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갈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적인 방향성과 이념을 떠나,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이 나라가 부끄러워 감추고 싶다"면서 그 모든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국선언을 준비한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은 이번 시국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매일 밤 갤러리아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열리는 '하야하라 박근혜! 대전시민 촛불행동'에 단체로 참여하고,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도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시국선언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김종서(법학과)·이규봉(컴퓨터수학과) 교수 및 졸업생 등도 함께 참여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힘을 보탰다.

다음은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배재대학교 시국선언문


우리 배재인은 우리의 시국선언이 마지막이 되길 희망하며 박근혜 정권을 규탄한다.

3년 전 대학생들은 '안녕들 하십니까?'로 안부를 물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대자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받아 전국적인 인사문구가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는 안녕하지 못한다. 떨리는 손으로 썼던 대자보는 우리 배재인의 가슴을 울리지 못했던가?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에도, 세월호의 참사에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도, 우리 배재인은 소소한 안녕을 위해 침묵을 굳게 지켰다. 우리 배재인은 이들을 외면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열망을 품고 참회의 행동에 앞장선다.

현재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 한대로 비상시국이다. 본인이 원해서, 본인을 위해서, 본인에 의해서 우리의 조국은 비상시국을 맞이했다. 막후에는 최태민 일가와 유신의 망령이 만들어낸 부정의 온상들이 펼쳐져 있다. 이에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우리의 침묵은 현 사태에 대한 젊은이의 소리 없는 울분이자, 이 땅에 희망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눈물겨운 기다림이다.

우리 배재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갈구한다. 정치적인 방향성과 이념을 떠나,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다. 사회를 구성하는 정의가 증발했다. 우리는 이 나라가 부끄러워 감추고 싶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부끄러움이자 안위만을 탐닉해온 우리의 부끄러움이다. 우리 배재인의 분노는 양도받은 신성한 권력을 사유화 하는 모습에서 태어났다. 우리의 불신은 반복되는 거짓에서 나왔다.

국민은 거울이다. 당장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배재인은 어제와 같고 싶지 않다. 행동하는 마음에는 높낮이가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모여 있다. 이제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펴보자. 옆에는 누가 있는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소중한 학우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이, 세상을 바라보는 진리를 알려주는 교수님이 계신다. 더 이상 권력자의 만행을 보고 우리 배재인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 맞설 것이다.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는 우리 배재인은 청춘의 꽃을 사회정화의 불꽃으로 승화시킨다. 차가운 길거리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슬픔을 간직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올바름을 되찾기 위한 학생들이 힘겹게 내민 손을 잡아 연대를 한다. 저들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이고, 저들의 슬픔은 우리의 슬픔이고, 저들의 기쁨이 곧 우리의 기쁨이다. 우리 배재인은 왜곡되지 않은 시대정신으로, 행동하는 지성인의 표본으로 정의가 바로 설 것을 외친다.

하나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당장 물러나라!
하나 검찰은 최순실 및 그 측근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에 대해 즉각 해명하고 처벌하라!
하나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적 병폐를 키우는 데 일조한 장본인으로 눈물 흘리는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



태그:#시국선언, #배재대학교,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박근혜하야, #박근혜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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