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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7개 단위 대학 총학생회 및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은 대학별로 이어지던 시국선언의 물결을 모아 박근혜 정부 퇴진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57개 단위 대학 총학생회 및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은 대학별로 이어지던 시국선언의 물결을 모아 박근혜 정부 퇴진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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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전 국민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11월 5일, 2차 범국민대회에는 20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문 앞까지 이어지는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이날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수도권 지역 대학생 시국대회가 열렸다. 시국대회에는 10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해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했다.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은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연단에 선 누군가가 말했다.

"이제 대학생들이 앞장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그 어색한 장면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140여 개 대학 시국선언, 60만 명 중 1천 명

대학에서 현 시국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계기는 '시국선언'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시작으로 전국 140여 개의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발표되었다. 총학생회가 낸 시국선언, 재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주도한 시국선언, 10여 개 외국어로 번역된 시국선언, 예비교사들의 시국선언 등 가지각색의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이어져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연치 않게 그의 염원인 '국민대통합'을 이뤄낸 것. 박근혜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은 고작 1% 남짓이다.

이 시국선언을 계기로 대학가에는 공동행동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의 제안으로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구성되었다. 60여 개의 대학 총학생회와 40여 개의 학생단체들이 '박근혜 퇴진'이라는 하나의 선언, 하나의 행동을 위해 뭉친 것이다. 지역 대학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은 활발하게 일어났다. 11월 5일 진행된 대학생 시국대회는 전라권, 영남권, 충청권에서도 함께 진행되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5일 수도권 대학생 시국대회에서 모인 1천 명이라는 인원은 대학가 시국선언의 열기가 교문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실은 이 역시 주최 측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만 60여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이루어졌다. 많게는 60만 명의 대학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연대를 모아가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60만 명 중에 1천 명, 거리로 나올 수 있는 대학생이 0.17%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학생이 앞장서 박근혜 퇴진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전국 57개 단위 대학 총학생회 및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은 대학별로 이어지던 시국선언의 물결을 모아 박근혜 정부 퇴진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57개 단위 대학 총학생회 및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은 대학별로 이어지던 시국선언의 물결을 모아 박근혜 정부 퇴진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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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나온 대학생들은 쉽게 환영받는다. 지금 같은 때에 얼마나 힘드냐는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 2016년 7월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9.2% 이른다고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자금대출은 12조에 이른다. 사라져가는 일자리, 생활비도 안 되는 적은 임금, 학점과 스펙 쌓기, 주거난에 학자금대출까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지금 청년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이들의 부드러운 훈계나 다를 게 없다.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자고 할 때 청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혹시 나중에 취직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하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우리의 삶이 무너져가는 걸 뻔히 보면서도 분노를 참고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 누군가에게 정치를 대리하게 되는 이유는 진실로 삶의 문제이다.

막상 거리에 나섰을 때 난자하는 공권력의 탄압도 학생들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이제라도 말하고 싶어서 거리에 함께하자니 '불법'이라고 한다. 아무리 평화롭게 집회나 시위에 참여해도 판정이 매번 다르니 어찌될지 가늠할 수 없다. 차벽이 먼저 설치되어 있어도, 신고까지 하고 평화 행진을 해도 체증, 연행이 따라붙는다. 운 나쁘면 벌금 폭탄이 이어진다. 2014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주도했던 용혜인 대표는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헌법상의 자유는 '불법' 낙인에 너무나도 취약하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전 국민이 참여하는 운동이 되고, 대학가 시국선언이 불붙자 언론은 4.19 혁명을 언급하며 학생들에게 행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80년대에 살고 있지 않다. 청년들의 삶은 그때와는 다른 의미로 나빠졌다. 약탈은 보다 교묘해졌고, 책임은 보다 개인적인 것이 되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를 돌보지 않는다. 누가 누굴 돌보랴. 가계부채가 1300조에 이른다. 모든 삶이 무너지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기대 안에, 진짜 '청년'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는 있다. 거리에 나왔던 대학생들은 1000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 많은 대학생들이 그보다 자유로운 시민의 자격으로, 억압받는 청년의 이름으로 거리에 있었을 것이다. 다만 대학생으로, 어떤 깃발로 스스로를 드러낼 이유가 없고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단순히 '운동권 혐오' 같은 게 아니다. 그저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갖기에 그 이름이 너무 가볍고 버거웠기 때문이리라. 명예는 선배 열사들에게 얻은 것뿐이요, 스스로 얻고 짊어진 건 핍진한 삶이기 때문이다.

연단에서 "이제 대학생들이 앞장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싸우겠습니다"라는 말이 외쳐질 때, 그건 관성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절박한 말이기도 하다. 이 삶을 바라보라는 절절한 호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미 거리에는 시민들이 있었다. 그러니 저 말이 향해야 했던 건 시민들이 아니라, 바로 대학생들 그 자신이었다. 교문이라는 높은 벽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기대와 멸시를 동시에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말이다. 누군가의 기대가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삶을 말하기 위해 우리가 있다. 그 이름이 대학생일 필요는 없겠지만, 불붙어가는 이들의 분노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적어도 우리 자신에게는 있다.

2008년 촛불시위, 2011년 반값등록금, 그리고 2016년의 우리들

지난 2011년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반값등록금 국민대회를 마친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대학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서로 팔짱을 낀 채 도로 점거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반값등록금 국민대회를 마친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대학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서로 팔짱을 낀 채 도로 점거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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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많은 대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건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뿐만 아니라 바로 정유라씨의 한마디였다.

'돈도 실력이야. 너네 부모를 원망해.'

없는 종목을 만들어 특례입학을 하고, 수업에 안 나가니까 학칙을 뜯어고치고, 혼자 나가서 우승하기 위해 대회를 열고, 가장 좋은 말을 타는 사람이 우리에게 노력하란다. 청년이 단순한 세대 개념이 아니라, '흙수저'처럼 일종의 계급임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와 계급은 쉽게 세습된다. 선택할 수 없는 출생마저 잘못이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오! 필승코리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하루 평균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2000년대 이후 동맹휴학은 두 번 시도되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한 번, 2011년 반값등록금 시위 때 한 번. 2008년에는 성공했고, 2011년에는 실패했다. 우리가 동맹휴학을 제안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선언에서 거리로!" 이제 교문을 넘자는 것이다. 우리의 분노를 조직하자는 것 그뿐이다. 1000명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같은 분노를 확인하고 함께 서자는 것 그뿐이다.

이 주장에 2008년처럼 10개 대학이 거리로 나왔다는 학생운동의 영광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11년 반값등록금 시위 때 4개 사립대를 중심으로 동맹휴학 찬반투표가 이뤄졌다. 하지만 투표율 50%에 이른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기말고사 기간에 학교를 쉰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등록금 부담이라는 우리의 삶을 다루는 문제에서조차 쉽게 나설 수 없는 것, 학점과 취업난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마주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교문을 넘자니, 무리하는 거 아니냐고? '물론'이다.

헛바람을 넣고 싶지는 않다. 우리 사회는 청년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물며 그 불안한 마음에 대한 것을 어쩌랴. 알 수 있는 건 피부로 와 닿는 현실뿐이다. 청년들이 거리에 나와서 요구해야 될 건 너무나도 많다. 이건 청년 스스로가 더 잘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에 쉽게 호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거리에서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대학생이라는 굴레를 넘어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함께 하자. 단호하고 정직하게 옳은 일에 함께하자.'

우리는 순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연대를 만들고 싶다. 스스로 돌보지 못하겠으니 함께 나와 세상을 돌보자고 말하고 싶다.

다만 이 흐름이 이어지고 동맹휴학의 바람이 일어나는 건 우리의 몫만은 아니다. 실물을 만들고 노력을 더 하는 건 몇몇 노력이면 가능하다. 당위를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220만 대학생이 거리로 나오는 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라도 동맹휴학에 대한 학생사회의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선언에서 거리로 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우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민주주의적 절차 속에서 과감하게 토론을 제안하고, 결단을 촉구하고, 상황을 마련하고, 투표를 통해 다수의 지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결코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르게 시작할수록 민주주의는 가능하다.

'박근혜 퇴진'만이 구호가 된 때 우리의 삶을 말하는 구호가 사라지고 있다. 중요한 건 12일 민중총궐기 이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몸통일 뿐 우리 사회를 장악했던 뿌리는 따로 있다. 새누리당, 부패재벌, 정치검찰, 보수언론의 견고한 정치카르텔은 여전히 견고하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아니라 청년의 삶을 바꾸는 퇴진 운동을 준비하자. 퇴진은 계기일 뿐이다. 우리의 삶에 다가갈 수 있는 통로는 아직 미처 열리지 않았다. 그 계기를 함께 만들자. 먼저 11월 10일에 시작해볼 생각이다.

11월 10일, 인권네트워크 사람들은 '동맹휴학의 날'을 선포하고 학생사회에 동맹휴학을 제안하고 있다. 6시에는 대학생성토대회를 가지고, 7시에 시민촛불에 함께 할 계획이다.
▲ 하야하라! 대학생성토대회 11월 10일, 인권네트워크 사람들은 '동맹휴학의 날'을 선포하고 학생사회에 동맹휴학을 제안하고 있다. 6시에는 대학생성토대회를 가지고, 7시에 시민촛불에 함께 할 계획이다.
ⓒ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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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영길 기자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네트워크 <사람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11월 10일 동맹휴학을 학생사회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태그:#사람들, #동맹휴학, #박근혜, #퇴진,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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