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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대통령으로서 책임, 국민으로서 책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것은 현 정국의 모든 책임을 이제 국회, 특히 야에 넘기는 정치쇼라 분석한 바 있다. 자신에게 던질 공이 남아 있다고 착각한 박근혜 대통령이 13분, 아주 짧게 등판해서 힘껏 공을 던졌다 생각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 빈 마운드에 구원투수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올라왔다.

박근혜의 뒤를 이어 공도 없이 구원투수로 올라 온 김병준

김병준씨는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공식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정확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는 그녀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상세히 기억하고 언급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억이 선명해지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행각은 오히려 그를 더욱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뢰 때문에 자세히 말하지 못했다는 그의 설명은 그가 여전히 대한민국 정치의 구태, 밀실정치를 답습하는 그리 다르지 않은 정치인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가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지금 이 상황은 대통령과의 신뢰가 아니라 국민과의 신뢰를 먼저 고민했어야 한다. 대통령의 퇴진을 원하는 대한민국의 권력을 창출하는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김병준씨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약속한 사항들을 소상히 밝혔어야 한다.

그가 정치적 능력이 뛰어나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안목과 자질을 가진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이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어떤 경우에도 그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게 하도록 했어야 한다.

김병준 내정자는 이것이 위헌이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위헌 행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대로, 대통령이 취임하는 순간부터 시작된 일이고 위헌의 판단여부는 김병준 개인이 예단할 일이 아닌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일이다.

거국내각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는 이가 며칠도 되지 않아 여야 합의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총리직 제안을 수용했다는 말도 현행 헌법 상 국무총리는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임명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국무총리 내정자로서 남아 있어야 여야를 압박하고 대통령을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는 이 듣기 민망한 언사는 그가 제대로 정치적 자질도, 확고한 정치적 신념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더욱 의심하게 만든다. 그런 정치인은 대통령 하나로도 지금 대한민국이 감당하기 벅찬 현실에 처해 있다는 걸 김병준씨 자신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는 야권, 정신차려라

박근혜-김병준의 쇼가 이어지는 지금 야권은 기존의 입장만을 반복하며 좌중지란에 빠진 형국이다. 박지원 국민의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순실에서 후임총리로 초점을 옮기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함정에 빠졌다고 말했다 한다. 이에 덧붙여 자신이 후보를 추천하면 누가 민주당이건 새누리건 누가 받아 주겠냐며, 던질 공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페인트 모션에 아주 크게 헛스윙하며 화답하고 있다.

박지원씨처럼 노회한 정치인조차 이 난국을 기존의 정치공학적 구도와 셈법으로 해결하려니 답이 안 나오고, 정권 창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니 서로 딴소리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 답이 없나. 박근혜 대통령이 함정을 쳤다면 빠지지 말고 걷어차면 된다.

그 방법은 박지원씨가 언급한 대로 일단은 새누리당보다 앞서 야권과 국민이 우선 연대하고 합의해서 먼저 국무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새누리당에게 숙의하자 제안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 들이고 받아 들이지 않고는 고려할 필요가 없고 새누리당보다 먼저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카드로는 방송에 나와 정치를 다신 안 하겠다고 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총리직을 제안하면 할 용의가 있다고 했던 '유시민'이 매우 좋은 카드로 보인다. 국무총리가 되어도 할 일이 없다며 본인은 고사했다지만 지금 야권이 스스로 빠졌다고 고백하는 함정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카드다.

이 카드를 사용하는데 가장 중요한 전술은 앞서 말한대로 시점이다.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기 전에 먼저 던지고 협상 테이블에 앉힌 뒤 수용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아마 그 압박은 권력욕과 셈법으로 지리멸렬한 야권이 아닌 전국 광장에서 밤마다 흔들리는 촛불을 들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할 것이니 새누리당이 절대 합의할 리 없다는 쓸데 없는 걱정은 던져 버리고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이것만으로도 공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으로 옮겨지게 된다.

만약 새누리당도 합의를 해 온다면 유시민씨는 그가 방송에서 내건 조건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면 된다.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일체의 국정을 국무총리에게 일임하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를 번복하지 않겠으며 이것은 헌번에 명시된 '대통령의 명'이라는 것을 적시한 문서를 작성해서 대통령 기록물로 남기고, 국민 앞에 나와 선언하라고 요구하면 된다.

이를 두고 또 누군가 위헌이다 딴죽을 걸면 그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하면 된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유시민 씨는 국무총리 임명을 거부하면 된다.

왜 유시민씨냐고? 꼭 그가 아니어도 된다. 이보다 더 많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인물이 있다면 야권은 그를 추천해도 된다. 그를 언급한 것은 더 이상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인물이고 차기 대선에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보건복지부 장관 때 보여준 장으로서의 행정 자질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있고 야권도 합의한 후보니 새누리당도 쉽게 거부하기 힘든 인물로 보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가 되었건 야권이 합의하여 국민들도 인정할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말도 안 되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무리들의 파 놓은 함정을 메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야권의 정치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사분오열된 야권 정치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저급한 정치술도 아니고, 권력에 대한 집념도 아니라 어둠과 추위 속에서 작은 촛불을 들고 광장을 지키는 국민의 힘이란 것을. 물론 우리의 정확한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다.



태그:#구원투수김병준, #흔들리는야권, #함정은없다, #박근혜퇴진,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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