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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다. 처음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당일의 실제 연설로 착각했다. 추호도 의심할 만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선거독려의 연설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결국 "콸콸콸~" 부분에서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선거날이어서 저도 쉬고 있습니다. 물론 4대강 물도 떠 마셨습니다. 콸콸콸~ 오늘은 선거날이고, 여러분이 이제 투표를 하셔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이들을 뽑아 주십시오. 저는 참고로 허경영을 뽑았습니다."

[동영상 바로가기] <박근혜 대통령 라이브더빙 투표선거날 박근혜성대모사 레전드>



지난 4월, 유튜브에 올린 한 중학생의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가 화제다.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된 이 동영상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동영상 공유사이트와 페이스북을 통해 옮겨지며 곧바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이 학생의 모창 개사곡들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늘품체조를 하면서 트와이스의 최신 유행가요를 개사해 부르는 내용이다.

[동영상 바로가기] <박근혜대통령이 부르는 트와이스 TT>



또, 지난 10월 31일에 올린 <세금송 - 이 순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라는 영상과 <박그네-겁 / 송민호-겁> 영상 등도 페이스북과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주목받고 있다.

한동근의 최신가요인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를 개사한 <세금송 - 이 순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를 떠올리며 부르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청계천 촛불이 밝혀지고 있어. 친환경 계란이 던져지고 있어. 내렸던 기사가 올라오고 있어. 잊었던 순실이 한국 오고 있어. 국회 안에 의원들 밀가루 날리고, 온 세상의 모든 게 다 거꾸로 움직여. 지금 나는 계속 반대로 뒷걸음질 치며 그날의 너에게 돌아가고 있어.

운명 같은 만남 너무 아픈 결말, 난 이 순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내 한 권의 정책 마지막 수정엔 네가 있어야 해 연설을 해야 하니까. 1년씩 1년씩 임기 지나가며 기뻤던 일들이 사라지고 있어~." (중략)

누리꾼들은 "나 맨 처음에 박근혜가 진짜로 말한 줄 ㄷㄷㄷ" "나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서 불렀다!"라는 칭찬과 함께 "어디서 전화가 오는 데는 없나요?"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도 했다. 일부 댓글은 "단어의 선택이 선정적"이라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을 올린 주인공은 경기도 광주의 한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전종호 학생. 최근에는 선행상까지 받은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의 15살 소년이다.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전종호 학생은 경기도 광주의 한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평범한 15살 소년이다.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전종호 학생은 경기도 광주의 한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평범한 15살 소년이다.
ⓒ 전종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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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 학생은 <오마이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당차게 풀어갔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를 풍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대한민국 톱니바퀴의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시작했다"라면서 "반드시 박근혜 대통령님과 면담을 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인터뷰 과정에서 아직 어린 중학생 소년의 입에서 이런 정치적인 발언이 나오게 하는 사회 현실이 그저 씁쓸하기만 했다. 이런 학생들과 더 밝은 나라를 위해 우리 기성세대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나이를 먹은 사람의 도리는 어버이연합도 가스통할배도 엄마부대도 결코 아니다. 다음은 지난 8일 밤에 진행된 전종호 학생과의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 풍자할 수 있다"

전종호 학생은 기성 정치인들은 어른답게 정치를 해주기를 소망하며 반드시 박근혜 대통령님과 면담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전종호 학생은 기성 정치인들은 어른답게 정치를 해주기를 소망하며 반드시 박근혜 대통령님과 면담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 전종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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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2학년이라고 들었는데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현재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창작자로 활동하는 15살 전종호라고 합니다. 현재는 창업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중학교 2학년이지만 예술고등학교에 지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영상제작과에 입학해 영상에 대한 더 다양한 지식을 쌓고 싶습니다."

- 정말 박근혜 대통령과 목소리가 비슷한데요.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은 제가 가장 기억나는, 존경하는 선생님입니다. 그 어떤 선생님도 해주지 않으시던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제게 처음으로 들려주신 선생님이십니다. 매일 아침에 '아침이야기'라는 내용으로 저의 상상력을 자극해주셨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대한민국의 톱니바퀴의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 성대모사를 활용해 정치를 풍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 최근에 올린 <박그네-겁 / 송민호-겁>의 가사는 직접 쓴 글인가요? 지금까지 올린 동영상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동영상은?
"제 페이스북 팔로어인 오동현님과 같이 작사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매우 놀랐습니다. 지난 총선 때 촬영한 '세금 업' 영상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지금의 저는 그 동영상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 혹시 대통령 성대모사를 한 후, 따로 사법기관(경찰, 검찰)에서 연락이 온 적은 없나요?
"없어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 헌법에 명시돼 있듯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를 풍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5세 박근혜 성대모사꾼의 꿈은? "박 대통령과 면담"

<박그네-겁/송민호-겁> 영상도 페이스북과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주목받고 있다.
 <박그네-겁/송민호-겁> 영상도 페이스북과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주목받고 있다.
ⓒ 전종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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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촬영은 어디서 하나요? 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동영상 촬영은 제 방에서 합니다. 제가 크로마키 배경이 필요했는데 가격이 10만 원을 훨씬 넘었습니다. 그래서 동네 문구점으로 달려가 검은색 시트지를 구매하여 벽에 붙였습니다. 단 3000원에 크로마키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 페이스북 계정에 '하는 일'로 올린 '스파클비디오'는 무슨 의미인가요?
"스파클비디오는 1인 미디어를 지원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가 많은 창작자의 콘텐츠로부터 나온 수익을 창작자와 나눠 갖는 미디어 방식) 기업입니다. 2017년 창업을 목표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10명의 창업멤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있답니다."

- 후원계좌를 올리셨던데?
"저는 현재 중학교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제 유튜브, 페이스북 활동에 대한 비용은 제가 부담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 줄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방송 장비 등을 구매하기 위해 후원계좌를 올렸습니다."

- 본인의 장래희망은?
"제 장래희망은 대한민국의 MCN업계를 선도하는 회사의 CEO입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라는 꿈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 혹시 부모님께서 박근혜 성대모사로 유명해진 것을 알고 있나요?
"네. 부모님도 알고 계십니다."

- 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방송을 합니다. 방송을 한 지 이틀 됐는데 최고 시청자가 600명을 돌파했습니다. 요즘 방송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즐겁습니다."

- 앞으로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님과 면담을 해보고 싶습니다."

-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일 뿐 그 권력에 취해서는 절대적으로 안 됩니다. 자신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공무원보다는 당연히 국민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공무원이 되면 좋겠습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성대모사, #유튜브, #전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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