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이 물러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야 합의하면 나는 사라지는 것이다"며 "여야 합의 독촉이고,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이 물러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야 합의하면 나는 사라지는 것이다"며 "여야 합의 독촉이고,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무총리 임명 권한을 국회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자신이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를 지명한 지 6일 만의 일이다. 사실상 김 지명자의 지명철회로 풀이됐다.

하지만 김 지명자는 "지명철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진사퇴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은 이 날, <오마이뉴스>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김 지명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물러나지 않는 이유로 "여야 합의 독촉"을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을 압박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다.

"나는 나라는 존재가 있어서 여야 합의를 독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 지명자로 있음으로써, 말하자면 내가 '당신들 합의 봐. 지명자가 없는 게 아니라, 내가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 빨리 합의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직을 유지하면) 대통령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국정통할권 등 나하고 한 약속이 있잖나. 그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내가) 내정자 입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여야와 대통령 모두에게 압박을 가하고 싶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 지명자는 박 대통령이 자신을 부른 지난달 29일부터, 자신이 총리로 지명된 2일까지의 일을 간략히 소개했다. 처음엔 "대통령과의 신의 문제 때문에 말할 수 없다"라고 말을 아끼던 김 지명자는, 대통령이 "나라가 어렵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내각이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는 말을 했다고 김 지명자는 설명했다. 또 김 지명자는 당초 대통령이 면담을 요청했을 때는 어떤 목적인지 알 수 없었지만 "범야권인사가 총리직을 맡으면 어떨까"라는 말을 듣고 자신에게 총리직을 맡기려고 한다는 의도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나라가 어렵다', '국가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황교안 국무총리와 내각이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거국내각 하십시오'라고 말하자, 대통령이 '거국내각이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내가 '노력하셔야죠'라고 답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범야권인사가 총리직을 맡으면 좀 나아질까요?'라고 말했다. 그때 감이 오더라. 사실 처음에는 '무엇 때문에 나를 보자고 한 걸까'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 '총리직 때문에 나를 보자고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래는 이날 김 지명자와 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여야 합의로 총리 추천' 계획, 전혀 듣지 못해"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지명철회 아닌가.
"허허. 지명철회라는 말 안 쓰지 않았나. 방금 뉴스 보니 청와대도 지명철회가 아니라고 했다. 아무튼 철회든 자진사퇴든, (청와대와 여야가 총리 후보자를) 합의하면 나는 소멸하는 거다. 사라지는 거다. 그건 처음부터 이야기했던 거다."

- 청와대로부터 사전에 이 같은 얘기를 듣지 못했나.
"전혀 듣지 못했다. 전혀 교감도 없었고. 다만, 나로서는 이미 전날 '여야가 합의하면 나는 사라지는 것이다', '내 존재를 의식하지 말라'라고 이야기했다."

- 청와대가 너무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내가 그 전날 다 이야기했지 않나. 그리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게 내가 수업 들어가고 그러면서 말할 시간도 없었다."

- 지명을 해놓고, 물러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먼저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어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가 총리로) 지명해놨는데 (내가) 마음대로 '여야 합의하면 나는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여야가 합의해도 대통령이 안 받을 수도 있는데, 어제 나의 이야기 속에는 그만두겠다는 의미도 들어 있잖나. 청와대를 거꾸로 자극했을 수도 있다. 청와대에서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다. 근데 오늘 청와대가 내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니, (어제) 내 이야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 김 지명자는 오늘 다른 언론에 "대통령이 지명을 공식 철회하거나 여야합의로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나의 총리지명은 소멸된다. 그 전에는 자진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동안 과정을 보면, 지명자께서 총리 지명을 수락한 게 정국을 더 꼬이게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마찬가지로 총리 지명을 자진사퇴하지 않고 있는 게 정국 진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나라는 존재가 있어서 여야 합의를 독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 지명자로 있음으로써, 말하자면 내가 '당신들 합의 봐. 지명자가 없는 게 아니라, 내가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 빨리 합의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 현재 여야 합의를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것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여야 당신들 합의 안 하면, (내가) 기다리고 있어'라고 생각해보면 (나는) 물러날 수 없다"

"1% 가능성도 놓치고 싶지 않아 총리직 수락"

김 총리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나라가 어렵다. 국가가 어렵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고  도움을 청했다고 이야기했다.
 김 총리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나라가 어렵다. 국가가 어렵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고 도움을 청했다고 이야기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자진사퇴는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리고 애초에 (이런 상황에서의 총리직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근데 (수락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오히려 더 국정상황이 나빠졌다."

- 대통령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가.
"지금 국정 곳곳에 여백이 있잖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제들이 더 심화됐다. 이 때문에 (여야) 합의를 독촉하고 있는데, 나 혼자 편하려면 아예 (총리직을) 수락하지 않았다. 쉽게 통과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는데, 내가 그만둘 수 없잖나. 그리고 계속 이야기할 거다. 이렇게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듯이, 빨리 (여야가) 합의하라고 수시로 말할 것이다. '왜 당신들 합의 못 해', '사라질 사람(자신)을 핑계로 합의를 왜 못하나'라고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직을 유지하면) 대통령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국정통할권 등 나하고 한 약속이 있잖나. 그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내가) 내정자 입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여야와 대통령 모두에게 압박을 가하고 싶다. 대통령도 나를 자르고 싶으면 정말로 지명철회하면 된다. 그러면 나는 잘리는 거다. 여야 합의든,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든 나는 언제든 사라지는 것이다. 굉장히 쉽다."

- 대통령은 왜 지명철회는 아니라고 하나.
"대통령도 똑같다. 현재 (문제는) 지명자를 정할 때 (국회에 미리 알리지 않는 등) 절차가 잘못됐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지금 (국회에서) 합의 보라는 거다. 하지만 그게 (이뤄질지도) 확실치 않다. 그런데 (합의된 새 지명자가) 오기도 전에 지명자를 없애고 공백기를 둘 수 없잖나. 대통령 입장에서도 나를 쥐고 있는 게 합의를 독촉하는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야당에서) 나보고 자꾸 들어가라고 하는 건, 합의를 안 하겠다거나, 늦추겠다거나, 불가능하다는 사인이다."

- 총리 지명자로 발표됐을 때부터, 대부분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다.
"1%, 5%의 가능성도 놓치기 싫었다. 왜냐면 국정이 정말 엉망이니까. 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뛰어도 문제가 터지더라.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단 1%, 5%의 가능성을 버리고 내가 (총리직을) 안 받을 수 없었다."

- 박 대통령을 많이 접한 사이는 아니지 않나.
"많이 접하진 않았지만 말 못할 사이는 아니다. 이야기할 기회는 많이 없었다. 원래 (대통령이) 이야기를 잘 안 하시는 분이고. 그런데 그날(29일)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 대통령이 어떻게 설득했나.
"대통령이 나를 설득했다는 것보다, 스스로 갖고 있던 마음이 있었다. (총리직 수락 전에) 내가 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했겠나. 세상이 이렇게 가선 안 된다. 우리 정치가 이렇게 가선 안 된다. 비대위원장 마이크를 쥐고 말 좀 하고 싶었다. 여야 모두 이건 정말 아니다."

- 총리 수락도 그 연장선상인가.
"그렇다.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영입이 들어왔을 때) 나는 '당내 경선관리 같은 거 못한다. 그거 할 시간 없다'라고 말했다. 마이크 쥐고 무대 위에 올라 세상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고함치고 싶었다. 속에 있던 (뜨거운) 게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세상이 이렇게 되니 또다시 살아나더라. 그래서 오케이(ok)했는데, 호남중진이 반대한다고 하니 고민이 생기더라. 당내 갈등에 발목 잡히면 아무것도 못하고 나올 거 같았다. 당내 갈등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나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청와대가 총리직을 요청하더라."

- 그럼 국민의당 건을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직을 수락한 건가.
"정리했다. 자세한 건 이야기하지 않겠다. 최소한 내 입장에선 정리했다. 나를 설득한 사람(안철수)에게 미안해서 내가 그 이야기를 다 소개할 수 없다."

"야당, 꼭 항복문서 받아야겠나"

- 1%, 5% 가능성 잡고 싶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1993년부터 인연을 맺었고, 청와대에서 온갖 풍파를 다 겪었다. 그런데 1% 가능성이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건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런가? 정말 지금 너무 힘들잖나. 우리 학생들만 봐도.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너무 힘든 상황이 많다. (청와대) 그 속에 가서 뭐라도 안 하고 싶겠나. 어딘가에 가서, 나 하나 어떻게 되는 것 상관없이,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이 안 들겠나."

- 조금 과거로 돌아가 보자. 10월 29일 박 대통령을 만나 총리지명 제안을 받고 수락한 뒤 11월 2일 대외 공표됐고, 그 이후 현재 상황까지 왔다. 사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될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다. 김 지명자도 이 같은 생각을 못 했을 리가 없다. 왜 수락한 건가.
"29일 수락했고, 2일 공표됐으니 그 며칠이 비잖나. 그 사이의 이야기를 내가 다 할 순 없다. 만약 완벽히 수락했다면 월요일(10월 31일)에 발표했을 것이다."

- 그 과정을 설명해달라.
"대통령과의 신의 문제 때문에 말할 수 없다. 그 사이에 내가 이야기했을 것들이 상상되지 않나. 내가 제시하는 조건이 있을 수 있고, 그쪽(박 대통령)이 받을 조건이 있고. 어쨌든 29일 제안은 일단 거부하지 않고, 내가 제시할 조건 여러 가지를 대략 이야기했다. 그 다음에 구체화했다. 그게 11월 2일까지 이어졌다."

- 총리직 수락을 요청하면서 박 대통령이 뭐라고 했나.
"'나라가 어렵다', '국가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황교안 국무총리와 내각이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거국내각 하십시오'라고 말하자, 대통령이 '거국내각이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내가 '노력 하셔야죠'라고 답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범야권인사가 총리직을 맡으면 좀 나아질까요?'라고 말했다. 그때 감이 오더라. 사실 처음에는 '무엇 때문에 나를 보자고 한 걸까'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 '총리직 때문에 나를 보자고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 지명 후 첫 기자간담회 때 "경제·사회 정책에 지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부분과 관련해 참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경제·사회 분야에서 내가 전권을 행사한다면, 그 전권이 뭐냐는 거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이 하야·탄핵하지 않으면 서명권이 살아 있다. 근데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면 (서명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건데 그건 위헌이다. 그걸 요구하는 것도 위헌이다.

공당으로서 어떻게 초헌법적인 것을 요구하나.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못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항복문서를 꼭 받아야겠나. 얼마든지 들어가서 설득할 수 있다. 야권의 힘과 협의채널, 명분과 가치, 논리로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총리가) 조각권을 받은 상황에서 '누구를 각료로 임명하세요'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이 '야당 인사 중에서도 왜 하필 이 사람이에요' 이럴 수 있다. 이런 부분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말로는 대통령이 권한을 (총리에게) 주면 되는 것 아니냐 이야기 할 수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태그:#김병준, #국무총리, #박근혜, #대통령
댓글4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비선실세' 최순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