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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2년차에 접어든 사진기자가 대어를 낚았다. '뻗치기'라는 기약 없는 기다림 5시간만에 피사체가 렌즈 속에 나타났을 때 그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없을 정도로 놀라웠던 장면은 앉아있던 수사관들이 벌떡 일어서는 장면이었다. 기자는 그때 '아, 이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7일자 <조선일보> 1면을 장식한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사진 특종을 터트려 화제를 모은 고운호 <조선일보> 객원기자(27)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에 소감을 밝혔다.

비위혐의 등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른바 '팔짱컷'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당시 질문을 한 여기자를 노려보는 모습만큼이나 온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6일 오후 편집회의가 끝난 뒤 "검찰 밖에서 보이는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니라 조사실의 우병우를 찍어보라"는 부장의 지시를 받고 선배기자와 함께 취재에 들어갔다.

<조선일보>에 밝힌 고 기자의 취재기에 따르면 "사진부 야간 데스크가 검찰 출입기자에게 연락해 우병우 전 수석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사실 층수와 호수 정보를 파악해줬다"며 "밤 8시 30분쯤 조사실이 잘 보이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맞은편 건물 옥상까지 운좋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 기자가 취재에 사용한 카메라는 캐논 1DX 카메라, 렌즈는 600mm 망원 렌즈. 여기에 2배율 텔레컨버터(화질은 떨어지지만 2배로 확대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를 끼우고 모노포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300여미터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고배율 망원경을 틈틈히 사용해 가면서 조사실의 분위기를 살피며 기약없는 '뻗치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11월 7일 <조선일보> 1면에 보도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11월 7일 <조선일보> 1면에 보도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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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경위를 말해 달라.
"5시간 동안 뻗치기를 하며 총 3번 우병우 전수석의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오후 8시 50분쯤 처음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어 밤 9시 25분쯤 우병우 전 수석의 모습이 1분쯤 포착됐다. 이때 우병우가 다가오자 수사관들이 벌떡 일어서는 장면에서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시 55분에도 우병우가 보이긴 했다. 그때는 혼자 서있기만 했다. 밤 9시 19분에는 우병우의 변호인 곽병훈 변호사가 나타났다. 곽 변호사는 당시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검찰 관계자들과 크게 웃는 모습이었다."

- 우병우 전 수석이 렌즈에 나타났을 때 기분은 어땠나.
"낚시를 해보진 않았지만 '이거다' 하는 짜릿한 느낌이 왔다. 특종기자들이 늘 하는 말이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고 하는데 저도 말 그대로 느낌이 왔을 때 손가락을 떼지 못하고 연사 기능에 의지해 미친듯이 찍었던 것 같다. 거기서 한 번 쾌감을 느꼈고 취재를 마친 다음 찍은 사진들을 넘겨보면서 '제 사진이다'라는 느낌이 들 때 또 한 번 기쁨을 느꼈다."

- 사진기사에 대해 검찰 쪽은 사진 한 장으로 조사 분위기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우병우 전 수석은 5시간 동안 3번 찍혔다. 제가 본 기억에 의하면 우병우 전 수석은 3번 모두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피의자 신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자세라고 할 수 있었다.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아무나 팔짱을 낄 수는 없지 않나. 가장 놀랐던 것은 앉아있던 수사관들이 벌떡 일어나는 것을 봤을 때 '아 이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구나' 직감했다. 변호사가 와서 활짝 웃는 부분도 있다. 전혀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 취재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5시간 동안 900여 컷을 찍었지만 쓸 만한 사진을 100여 컷 정도였다. 통신과 다르게 마감시간이 있다 보니 마음이 급했다. 찍은 사진은 많은데 평소 같으면 고르면서 마감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때만큼은 그간 연습해온 집중력을 발휘해서 가장 괜찮은 사진을 떨리는 와중에 선택했던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대변인이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날 검찰수사를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우 전 수석의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 검찰 수사받는 우병우 태도 논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대변인이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날 검찰수사를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우 전 수석의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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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차 기자로서 특종을 했다. 소감을 말해달라.
"올초 영화 <내부자들>을 봤을 때 영화는 영화일뿐 이라고 생각했는데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영화가 아닌 실사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 현장을 렌즈를 끼고 봤을 때 다가오는 충격적인 느낌들이 컸다. 제가 렌즈로 봤던 충격이나 감정, 알리고 싶은 메시지들이 독자들에게 알려져서 변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고운호 기자는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했고 2014년 12월부터 <조선일보> 객원기자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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