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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책임총리 임명이니, 청와대 인적 쇄신이니 하는 비본질적이고 보여주기식 조치로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신속히 이번 사태의 진실 규명과 사후 처리라는 근본적인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진실규명과 사후처리를 완전히 하지 않고 수습책을 운운하는 것은 마치 상처에 들어간 이물질 제거나 소독도 안하고, 그저 피 묻은 상처를 감추기 위해 피부만 봉합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상처가 큰 경우에는 겉에서 안 보이지만 뼈는 상하지 않았나 엑스레이도 찍어보아야 할 것이다. 상처를 감추는 데 급급하여 어디가 얼마나 다쳤는지 검사도 소독도 안 하다가는 속으로 곪아 몸 전체를 위독하게 만들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부상 부위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완전한 소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상처를 입힌 당사자가 나서서 이만하면 되었다고 처방을 내는 것은, 마치 메르스 확산의 제2 진원지였던 삼성병원이 철저한 역학조사와 감염자 격리조치도 제대로 안한 채 이만하면 되었다고 스스로 결정하여 큰 재앙을 초래했던 일과 같은 것이다.

이번 국정유린 사태에 있어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국정 유린 오염 부분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없는 수사 자청과 사과는 국민을 또 한번 속이는 것일 뿐이다. 수사는 면죄부를 위한 요식적 수사로 끝나고, 자백없는 사과는 건성 사과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진솔한 표현을 담아 눈물을 흘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야기한 이 국정마비 현상을 올바로 해소하는 길은 대통령이 더 이상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이니, "순수한 마음의 연설문 수정"이니, 같은 축소은폐와 "지금이 개헌할 적기다"처럼 국민의 이목을 돌려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를 할 수 없도록 근본적인 조치를 먼저 서둘러 하는 것이다. 철저한 검사(진실 규명)와 완벽한 소독(사후처리)만이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헌정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다.

헌법 제66조의 헌법을 수호할 책무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공직자 모두에게 있다. 이번 사태에서 범죄자들을 옹호하고, 조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으면서 지금도 청와대의 종노릇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아예 논외로 하자. 야당 정치인들은 박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현혹되어 일희일비하거나, 여당과 쓸데 없는 입씨름를 하지 말고, 근본적이고도 시급한 과제를 속히 이룰 최소한의 조치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이를 이행시킬 수 있는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김병준 총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한 절차" 때문이거나, "문제적 인물"이거나, "거국총리가 아닌 책임총리"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진실 규명과 사후처리라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조치가 동반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가 총리가 되던 말던 문제 해결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진실 규명(철저한 검사)과 사후 처리(완벽한 소독)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 최소한 다음의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박대통령이 어떠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진실한 반성과 재발 방지 의지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

첫째 박대통령은 자신부터 수사를 받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해야 한다. 서면조사는 수사가 아니라 면죄부 절차에 지나지 않으므로 고려대상이 아니다. 청와대 아닌 곳(인근 안가)에서 대면조사를 받아야 한다. 검찰이 지금까지 이번 사태를 조사하면서 보인 모습은 신뢰할 수가 없다. 따라서 조사 장면은 반드시 처음부터 24시간 녹화되어 이후 특검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청와대 비서동의 수석실과 본관의 부속실,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제한 없이 받을 것임도 약속해야 한다.

둘째 박대통령은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에 사건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조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해야 한다.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 시도를 일체 금지하며, 수사를 위한 소환, 자료제출,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셋째 박대통령은 별도 특검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박대통령은 별도특검이 출범할 때까지 현재 담당 수사검사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성실히 수사하라고 권한을 확인해 주고, 검찰 상부나 청와대 민정, 주변에 대해서는 수사에 대한 간섭이나 보고 요구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특히 신임 민정수석과 법무장관, 검찰총장이 검찰내 인맥을 활용해 수사상황을 탐지하고 압력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요구하는 별도의 추가조치를 수용해야 한다.

넷째 박대통령은 정부 부처와 청와대 비서실로 하여금 이 사태와 관련하여 각단위에서 발생한 국정유린과 불법행위의 실태와 발생 원인, 그리고 재발되지 않게 할 방도를 각단위 별로 검증, 수립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비정상적 국정 처리결과를 무효화하고 환원할 방법을 검토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다섯째 박대통령은 그동안 사건을 축소왜곡 은폐하기 위해 행한 수차의 거짓 발언과 국민의 이목을 돌려 사건을 덮기 위해 개헌 발언 등 정략적 시도를 해온 사실을 국민 앞에 공개적이고 명시적으로 ("어쨋든 유감이다" 이런 식 말고) 밝힌 뒤, 앞으로는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검찰 조사 전이라도 적당한 시기에 스스로 이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관련된 부분에 대해 전말을 사실대로 남김없이 (드러난 사실만 말하지 말고) 자백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기자들이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받아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번 사태의 핵심에 최순실이 아니라 박근혜가 있다고 확신하며, 박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시도해왔고, 검찰이 아직 정치권력에서 독립하려는 자세를 보인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다섯가지 조치가 모두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어떠한 수습책을 제시하든, 정치인들끼리 어떠한 타협책에 합의하든, 검찰이 조사결과를 어떻게 발표하든 관계 없이 진실규명(철저한 검사)과 사후처리(완벽한 소독)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국민들은 박근혜씨가 거짓말과 허위를 버리고 비로소 진실을 말했다고 인정해 줄 수 없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국민들은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는 사람이 대통령직에 앉아서 헌정을 문란케 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하야, #수사 자청,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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