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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 정권비판적인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에 대한 검찰과 정부의 유무형의 겁박이 한국사회에 드리워진 지 오래며, 그걸 확인시켜 준 것이 바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아니던가.
걸어다니는 진실,능동적 양심을 상징하는 노란낚시대를 들고 집회현장에 서있는 모습이다.
 걸어다니는 진실,능동적 양심을 상징하는 노란낚시대를 들고 집회현장에 서있는 모습이다.
ⓒ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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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5일, 유독 노란색이 눈에 띄는 행색의 여성과 스쳐 지났더랬다. 세월호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종로 안쪽 길목이었다. 찬찬히 홀로 걷고 있던 그가 손에 든 낚싯대에는 노란색 천이 걸려 있었고, 몸에도 노란 천을 두르고 있었다. 젊은 여성이 그런 차림을 한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예술가이거나, 세월호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서거나.

훗날 보도를 접하고 그 여성이 둘 다에 포함됐다는 알게 됐다. 대한민국 효녀연합으로 활동했던 예술가이자 소셜 아티스트로 활동한 홍승희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후 그녀는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는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 등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예술적 치유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SNS를 통한 활동이나 칼럼 기고 등도 활발히 해나갔다. '어버이연합'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효녀연합' 피켓 시위는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그래서였을까. 이 정권에 낙인찍히고 불이익을 받은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로 차곡차곡 정리되고 있을 때, 홍승희씨는 '정치 검찰'에 제대로 찍힌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역린'인 '세월호'를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청와대의 지시로 움직였다는 정황이 드러난 어버이연합에 반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급기야 검찰은 지난달 21일 홍승희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럴만한 사유가, 죄목이 있느냐고? 고작 일반교통방해죄에 재물손괴죄란다.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퍼포먼스를 하고, 홍대 인근 공사장 가벽에 대통령 풍자 그림을 그린 죄란다.

누가 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박 대통령을 풍자하면 이렇게 된다, 라는 보여주기식 괘씸죄를 적용됐음을 짐작게 한다. 지금 그 홍승희씨 재판과 관련 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을 요구하는 탄원서 작성 운동이 한창이다(관련링크 : [탄원서] '예술, 집회, 표현의 자유' 헌법정신에 맞는 법원의 판결을 요청합니다).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어버이연합'이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이동하는 중 '대한민국 효녀연합' 피켓을 든 홍승희 씨와 맞닥뜨린 장면.
 '어버이연합'이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이동하는 중 '대한민국 효녀연합' 피켓을 든 홍승희 씨와 맞닥뜨린 장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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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의 예술 행동은 '헌법'과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맥락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세월호 추모문화제에서의 행진, 퍼포먼스와 공사장 임시가벽에 그린 그래피티가 실형 1년 6개월 구형의 이유가 된다면 이는 너무 가혹하고 부당합니다.

세월호 희생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한 퍼포먼스, 국정교과서 논란 등 사회적 문제와 정부에 대한 풍자의 의미를 담은 그래피티 작업이 1년 6개월 구형의 이유가 된다면, 한국 사회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자기검열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고 시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사회의 아픔을 함께 하려 한 시민이자 예술가인 홍승희에 대한 정의롭고 합리적인 판결을 호소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 22조 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정신에 맞는 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을 요청합니다."

탄원서 내용 중 일부다. 검찰의 구형은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구속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아마도 재판 시기가 조금만 늦춰졌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미증유의 국난이 일어난 지금이었다면 검찰이 과연 이런 과하고 비상식적인 구형을 감행했을까.

검찰의 악의적인 표적수사, 저열하다

최근 '대한민국 효녀연합'으로 알려진 홍승희씨 등 청년예술가 네트워크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며 위안부 아리랑 주제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효녀연합'으로 알려진 홍승희씨 등 청년예술가 네트워크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며 위안부 아리랑 주제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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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건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런 의구심은 더 커진다. 일개 개인이 낚싯대에 천을 드리우고 집회에 참가한 행위에 대해 검찰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3000명과 공모해 도로를 불법 점거"한 행위로 보고 있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그리고, 일련의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한 수십만의 시민들 모두를 겨냥하는 탄압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듬해인 2015년 11월, 국정교과서와 위안부 한일합의 논란이 한창이던 당시 홍승희씨는 홍대입구역과 홍대 부근 공사장 임시 벽에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래피티로 직접 그려 넣었다.

또 하나는 한 시민이 경찰의 눈에 들어간 최루액을 닦아주는 사진을 대상으로 한 그래피티였다. 박 대통령과 사회풍자적인 소재였을 뿐, 무수한 그래피티 중 하나였고 그나마 한 건은 다음날 임시 벽이 철거 됐다.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한 것은 '사건'을 성립시키려고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을 위한 검찰'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철저히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을 받고 있는 검찰이 구형한 실형 1년 6개월. 공은 이제 정치 검찰에서 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홍승희씨는 오는 11월 11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사회라는 '거대한 감옥'이 구형한 1년 6개월형

"여기사람이있네" 퍼포먼스. 표현하지 말라는 건 존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여기사람이있네" 퍼포먼스. 표현하지 말라는 건 존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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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술 작업이라고 해서 감형을 받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모든 시민들이 예술가고 사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의 기본이잖아요. 헌법에서.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정권이 지금 집권을 하고 있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구형이 계속되고 있고 이런 속에서 사실 아직도 세상이 왜 뒤집어지지 않고 있는지 되게 이해가 안 되고요. 그래서 되게 거대한 감옥 속에 우리가 다 같이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홍승희씨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쓴 칼럼에서도 밝혔듯, 한국사회가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진 다는 것이다. 그것은 혹시나 실형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박근혜 정권 하에서 예술가로, 활동가로,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갑갑함의 표현이 더 컸을 것이다. 같은 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이와 관련 요목조목 검찰의 기소 이유를 반박하고, 이를 "악의적인 표적수사"로 단정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아까 거대한 감옥 같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이게 맞는 말이 이게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그런 행동을 하게 되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거잖아요. 1년 구형을 한 게. 그렇다면 다 같이 그 감옥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겠죠."

온라인으로 받고 있는 홍승희씨의 탄원서는 3일 자정에 마감된다. 마침, 다음날인 4일 오전 11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는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시국선언을 예정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역주행한 문화예술정책과 최순실-차은택의 사익을 위해 기획된 이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할 예정이다.

여기에 홍승희씨를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탄압받고 불이익을 받은 예술인들에 대한 언급까지 더해져야 할 것 같다.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와 사회비판적인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인 동시에, 한국사회가 진보시켜 온 '표현의 자유'의 시계를 거꾸로 가게 만드려는 겁박이기 때문이다. 정권비판적인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에 대한 검찰과 정부의 유무형의 겁박이 한국사회에 드리워진 지 오래며, 그걸 확인시켜 준 것이 바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아니던가.

지난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홍승희씨는 "세상을 바꿀 만한 강한 울림"에 대해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나라를 뒤짚어 놓은 지금이야말로 그 울림이 더더욱 간절할 때다. 다시, 홍승희씨의 판결은 오는 11일이다.  

"전에는 사람들이 진실을 몰라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도 있고 SNS를 통해서 무수한 정보가 퍼져나가죠. 이젠 사람들이 무엇이 문제인지는 다 알아요. 몰라서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에요. 세상을 바꿀 만한 강한 울림이 없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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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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