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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자와 대화하는 문영심 작가
 사회자와 대화하는 문영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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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들은 성경을 두고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쓴다고 합니다. 성경이 나온 지 2천년이 넘게 지난 오늘에도 성경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계속 써지고 있다고 하죠. 그렇게 볼 때 바로 이 책은 진실을 담은, 사람들의 목소리인 오늘날의 '성경'입니다."

민주화운동의 대부 함세웅 신부가 한 신간 책을 소개하는 북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지금처럼 거짓과 허위가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와중에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책일까?

정확하게는 3년 하고도 2개월 정도 전에 있었던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사실상 죽은 단어나 다름 없었던 '내란'을 다시 되살려낸 그 사건을 책으로 낸 작가가 있다. 이석기 의원이 내란을 어떻게 차곡차곡 은밀하게도 준비했는지를 다룬 '정치야사'라도 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저자는, 이석기 의원은 내란의 'ㄴ'자와도 상관이 없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청춘을 바쳐왔고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이름은 <이카로스의 감옥>('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진실). 저자는 이석기 의원과 그 동료들을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날개의 밀랍이 녹아 떨어진 신화 속 비극의 주인공 이카로스에 유했다. 27년차 다큐 작가 문영심이 바로 그 '문제작'의 작가이다.

김재규 평전 작가가 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북콘서트 패널참가자들. 왼쪽부터 이상규 통합진보당 전의원, 함세웅 신부, 허재현 한겨레신문 기자
 북콘서트 패널참가자들. 왼쪽부터 이상규 통합진보당 전의원, 함세웅 신부, 허재현 한겨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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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작가는 사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물은 생명이다> 작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박근혜 정권이 출범했던 2013년, 갑자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평전(<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을 쓰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하나같이 말리고 나섰단다. 당연한 반응이다. 위세등등하던 그 정권 하에서 '역린'이나 다름없는 키워드를 뽑아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 문 작가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라는 소재를 마주하게 된 것은 어쩌면 그의 말대로 '팔자'요,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일 열린 북콘서트에서 문 작가와 이석기 의원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금기와 자유의 경계에 대해 들어 보았다.

"잘못됐다는 것을 잘못됐다고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잘못 됐다고 생각했어요."

북콘서트가 열린 종로의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은 200여 명의 청중으로 가득 차 설 자리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왜 책을 썼냐"고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문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걸 팔자라고 하는 모양이에요. 박근혜 정부 출범하자마자 김재규 평전을 썼어요. 다른 때도 아니고 왜 하필 지금 김재규 평전을 쓰느냐,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이 다 말리더군요. 제가 그때 그랬어요. 박근혜 정부이기 때문에 김재규 평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지금 박근혜 정부의 패악질 드러났지만 가장 심한 것은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정말 잘못 되어 있더라구요.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이에요. 끊임없이 보도하면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작가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그렇다고 아무 소리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어요. 내란 음모사건에 대해 누구도 잘못되었다고 말 하지 않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출판에 당연히 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원고조차 받아보지 않겠다고 한 출판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원고를 받았던 출판사는 책의 내용을 '객관적이고 좀더 거리를 두는' 내용으로 대폭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문 작가는 이런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제가 30년차 다큐 작가예요. 고지식하고 있는 그대로 쓰는 사람이에요. 남편이 농담으로 책이 잘 팔리려면 좀 과장해서 세게 해보라고 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은 못 써요. 30년간 그렇게 훈련 받았어요. 그래서 그랬어요. 나는 못 고친다. 왜곡하기 위한 사실, 사실이 아닌 사실을 쓸 수는 없다고.

억울한 사람들 입장 대변하기 위해 썼어요. 자료 수집 과정에서 이석기 의원 비방, 왜곡 보도 기사 수만 건이 넘어서 다 읽어보는 걸 포기했을 정도예요. 그런데 그 수만 건의 보도 중에서 누구 한 사람 그거 아니다 얘기한 사람 있었나요? 저는 명백하게 석방을 위해서, 부당한 압박을 덜어주기 위해서 이석기 의원과 동료들 편에 서서 써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실의 목소리를 담았다면 그것이 우리 시대의 성경"

 환호하는 청중들. 기독교회관 조에홀을 200여 청중이 가득 채웠다.
 환호하는 청중들. 기독교회관 조에홀을 200여 청중이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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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년을 그렇게 헤매다가 결국 도서출판 말 최진섭 대표를 만나 비로소 출간되게 된다. 총 388페이지의 기록. 이것에 대해 북콘서트에 패널로 참여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은 원래보다 훨씬 줄어든 내용이라고 말했다.

"원래 문 작가님이 보여주신 초고는 400페이지를 훌쩍 넘겨 500페이지 가까이 됐던 책이에요. 워낙에 방대했던 사건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죠. 그걸 진짜 핵심은 하나도 안 버리고 잘 정리해서 다시 줄여주셨어요."

이상규 전 의원은 또 이렇게 덧붙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울었어요. 갇혀있는 동지들, 그리고 고생했던 가족들 생각에 울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당사자였기에 더 그런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그럼 제 3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봤을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탐사보도로 유명해진 <한겨레> 신문 허재현 기자는 무엇보다 작가의 철저한 성실성에 큰 점수를 주었다.

"내가 다행으로 생각하는 건 이 책이 어떤 한 '진영의 논리'를 담은 책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 책은 무엇보다 '저널리즘'적으로 봤을 때 훌륭한 책이에요. 수많은 관련자들을 꼼꼼히 인터뷰 했고 방대한 자료들을 망라했어요. 사건이 났을 때 저는 이석기 의원을 인터뷰 해보려고 정말 많이 노력을 했는데, 바로 그 인터뷰가 3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통해 정말 훌륭히 재현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스트로서 허재현 기자는 청중들에게 "이 사건을 실제로 조작해내는데 큰 역할을 했던 소위 '국정원 협력자'로 알려진 이성윤씨를 반드시 추적해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포부를 밝혀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

참석자들은 또 '내란음모 사건'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칭한 허재현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북은 토론의 대상이지 처벌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암흑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책을 보다가 참 좋은 문구 찾았습니다. 1953년 국회 본회의 속기록에 나온 말입니다. 60년 전 한 국회의원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대체 어느 정도를 (내란)선동이라고 할 거냐. 국회의원이 연설해도 선동인가? 이 애매한 규정으로 국민의 민의가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 내란죄를 제정하면서 내란선동죄 삭제하자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60년 전 주장되었던 그 이야기,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당사자였으며 지난 9월 27일 출소한 김근래씨 역시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이 사건이 정권에 의해 기획된 탄압이고 진보세력이 피해자인데 공안몰이가 강하다 보니 피해자들이 죄인같이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죄의식으로 살아야 하고 죄의식 없다고 비정상적인 취급 받았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죄인들이 모인 집단이 되었구요. 비정상의 세월이 3년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피해자라는 객관 사실을 인정하는 첫 출발점입니다. 거기서부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출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영심 작가는 내란음모 사건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란음모 사건은 사문화되었던 국보법 7조 이 부분을 초헌법적 위치로 끌어올린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검열을 강화시킨 극적인 계기였어요. 그 사건이 가져온 효과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 사건의 중대함을 깨닫고, 소위 종북몰이에 당하는 것을 더 이상 계속하지 않도록 모두가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미래다. 그리고 그 상상 못할 미래가 어떨지는, 계속 꿈꾸고 상상하는 누군가가 만들어야 하는 몫이리라.

이날 북콘서트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인터뷰를 했던 청년들의 율동 공연, 문영심 작가가 사는 강원도 양구 이웃 주민의 피아노 연주로 더 풍성하게 진행되었다. 진실을 찾는 목소리는 이후에도 계속된다. 문영심 작가의 북콘서트는 11월 18일 순천, 11월 24일 대구, 11월 27일 원주에서 연이어 진행된다.


이카로스의 감옥 -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진실

문영심 지음, 도서출판 말(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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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