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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학교에 담임도 있고, 교장도 있고 아니면 교육청에 바로 말할 수도 있다. 요즘 강제로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은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학교방문_매천중학교 앞에서(매천중학교는 직접 청소년의 의견을 전달한 학교 중 하나이며, 위 사진은 글은 접수된 의견 중 하나입니다.)
 학교방문_매천중학교 앞에서(매천중학교는 직접 청소년의 의견을 전달한 학교 중 하나이며, 위 사진은 글은 접수된 의견 중 하나입니다.)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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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일상 속에서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을 해결하자!

(사)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에서 청소년인권캠페인을 수년간 진행하며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청소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청소년 인권침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학교였습니다.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러 있으면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이 청소년을 힘들게 했고 그 힘듦을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청소년을 힘들게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학교에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문제를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면 그 구성원의 의견이 표현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필요시 그것이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반영될 수 없는 의견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학교라는 공간은 청소년을 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학생인 청소년이 겪는 대부분 문제들은 의사반영 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우선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피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으며 전달된 의견이 거절당하더라도 왜 그런지 이유를 잘 모르는 것입니다. 

'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 16개 학교 직접 방문 전달 완료!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총 3번의 인권캠페인을 통해 '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기획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며 의사반영이 되지 않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것이 불편한지, 학생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이유와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학생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접수기간 동안 SNS 및 문자를 통해서도 소수 의견이 접수되었습니다. 접수결과 113개 대구지역 중, 고등학교에서 406명 학생이 의견을 접수했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48개 학교에서 총 118명이 의견을 접수했습니다. 중학교의 경우 65개 학교에서 총 290명이 의견을 접수했습니다. 이 중 6개 학교를 선정하여 직접 청소년의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 주요 접수내용
[관련 기사]  "휴지 없는 학교 화장실, 가기 겁나요"

▶학교에 직접 전달하는 과정과 학교에서 들은 입장
[관련 페이스북]  청소년인권광장 S.A.M - 쌈

'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웹페이지 모습
 '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웹페이지 모습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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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소년들이 직접이 아닌 대신 전하고 싶었을까?

"고등 3년 동안 실장을 해왔는데 한 번도 학급회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나온 의견이 학교 교장이나 쌤들한테 전달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급회의 시간이 잡혀 있지만 대부분 자율학습을 한다. 이런 것이 당연시되어 학생들도 적응되었다."
-  최근 진행한 청소년인권토론회에 참가한 청소년의 의견

'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하며 다수의 참가 청소년은 학교에 자신의 의견이 전달된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실제 반영까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뜻 참가하기 꺼려하는 학생들은 이것이 익명으로 전달되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참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가를 주저했습니다. 실제 접수된 의견 중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1박 2일 수학여행을 위해 서명운동을 하였으나 학교에 묵살당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직접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혹여나 피해를 받거나 문제 학생으로 찍힐지 모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접수된 112개 학교의 의견 중 청소년기획단과의 회의를 통해 직접 전달할 16개 학교를 선정하였고 나머지 96개 학교는 우편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그 중 직접 전달한 한 학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을 받았습니다.

"학교에 담임도 있고, 교장도 있고 아니면 교육청에 바로 말할 수도 있다. 요즘 강제로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은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학교에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하다. 학교나 교육청이라는 제도 안에서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익명이라는 것에 숨어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나중에 커서도 사이버공간이나 익명이라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 학생의 의견을 듣기 위해 충분히 보장된 방법이란 게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고 학교를 위한 것은 아닐까요? 학교마다 학생들 의견을 듣기 위한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 방식들은 학생들이 의견을 전달하는 데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이 익명이라는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학교가 아닌 학생의 기준에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접수된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며 학교 측의 구체적인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편으로 전달된 몇몇 학교에서는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학교 스쿨버스를 폐지하게 된 이유, 2학기 일정조율이 늦어져 최근에 졸업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 체육복 등하교가 되지 않는 이유와 학교 축제를 엄청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 접수된 의견에 대해 학교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사실 해당학교 학생에게 충분히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학교가 학생들에게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면 접수된 의견의 절반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설명의 판단 기준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있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맞춰져야 합니다.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가 아닌 대화와 소통이 지금보다 훨씬 더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김진환 시민기자는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에서 일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의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소년 인권, #학교인권, #학생인권, #참여권, #의사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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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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