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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 세월호 희생자, 고 백남기 농민 추모하는 시민들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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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 이보다 스릴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영화도 이보다 더한 반전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어떤 우화도 이보다 더 생각할거리를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야기다. 그 안에는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게 만드는 스릴, 모두의 예상을 비웃는 반전,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교훈이 담겨 있다.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까닭에 정신도 없고, 이제는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도 분간하기도 힘들다. 어제는 '최순실 게이트'였다가 오늘은 '박근혜 게이트'로, 내일은 '최순득 게이트'로 계속해서 새로운 의혹과 인물들이 가세하는 탓이다. 여기에 장시호, 안종범, 고영태, 정유라 등등의 인물들이 속속 엮어지면서 이번 사건은 관계도를 그리는 것조차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자중할 줄 알았던 대통령이 2일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임종률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임명하는 깜짝 개각을 단행했다. 이어 3일엔 신임 비서실장에 한광옥 국민대통합 위원장, 정부수석엔 허원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국민과 야권을 향해 '나 아직 죽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었던 걸까. 난데 없이 뒤통수를 맞은 야권이 강력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 야 3당 모두는 개각 철회를 요구했고, 야권 유력 정치인의 입에서는 그동안 애써 억눌러왔던 금기어인 '하야' 요구까지 터져나왔다.

헌정질서 유린한 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 행사 자격 없다

국민과 야권에 바짝 엎드려도 모자랄 판에 독불장군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드러낸 대통령이다.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에 국정이 멈춰서고 안보와 민생 등 시급한 현안들이 표류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권력유지에 골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이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아닌가. 이 위중한 시국에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도 모르게 개각을 단행하다니 이 황당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하다.

청와대는 김병준 총리가 국무의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을 갖는 실질적인 책임총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하는 것이니만큼 이번 개각이 그동안 야권이 주장했던 거국내각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현 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과 야당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에게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야권의 거국중립내각 요구와 시민사회의 하야와 탄핵 요구는 대통령의 '자격없음'에 대한 명징한 선언이다. 헌법을 무시하고 국정을 유린하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사로이 농단한 대통령에게는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할 자격과 능력이 없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통령은 여전히 딴 세상에 살고 있다.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모든 권력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정치권과 협의해 국정공백을 최소화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대통령은 국민과 야권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는 이번 개각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이 나라의 최고통수권자이며,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당당히 외치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합니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박근혜 퇴진" 촛불 든 박원순 서울시장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합니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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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 일이 모두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개각 단행으로 대통령이 더욱 곤궁한 처지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정치적 혼란과 국정 공백 등을 우려해 그동안 하야와 탄핵 주장을 자제해왔던 정치권이 이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대통령의 개각 발표가 있자마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촛불시위에 참석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되면 '중대 결심'을 할 것임을 피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 역시 대통령이 하야와 탄핵 정국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 3당 중 유일하게 대통령 하야 촉구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제라도 하야 투쟁에 동참하라고 야권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태 수습을 위해 단행한 개각이 외려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에게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현 시국에 대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결여되어 있는 탓이다.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고,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을 향한 분노는 진보와 보수, 지역과 세대가 따로 없을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책임을 회피하며 독단과 독선을 고집하고 있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어쩌면 대통령은 환상 속에 갖혀있는지도 모른다. 헌정질서와 국기를 무너뜨린 사실은 외면한 채 대통령으로서의 자격과 능력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인지부조화에 빠져있는 대통령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명곡 <환상 속의 그대>를 추천한다.

"결코 시간이 멈추어 줄 순 없다.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 것은 단지 하나 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단지 그것 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아무도 그대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꼭 잘 될거라 큰 소리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대가 살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환상 속엔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대통령이 아직 이 곡을 들어보지 않았다면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대통령을 위한 주옥같은 고언들이 가득차 있다. 이 곡 속에는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가사도 있다. 시국의 엄중함과 위급함을 꽤뚫어 보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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